과거사 접어둔 필리핀, 일본과 군사협정…中 위협 공동 대응

강우찬
2024년 07월 08일 오후 3:11 업데이트: 2024년 07월 08일 오후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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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필리핀, 합동군사훈련 위한 상호접근협정 체결

일본과 필리핀이 8일 실사격 훈련을 포함한 합동군사훈련을 위한 방위 협정을 체결했다.

공산주의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맞서 미국의 동맹국들이 과거사로 인한 갈등을 봉합하고 현존하는 위협에 대처하기 방위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의 하나다.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일본과 필리핀은 양국 외교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2+2 회의를 진행한 후 필리핀 대통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 참석한 가운데 상호접근협정(RAA)에 서명했다. 협정은 양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

이 협정은 합동전투훈련을 위해 일본은 필리핀군의 일본 입국을 허용하고, 필리핀은 일본 자위대의 필리핀 입국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22년과 2023년 각각 호주, 영국과 비슷한 협정을 맺은 바 있으나 아시아 국가와 방위 협정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협정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 및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 집권 이후 자국 방위에 집중했던 원칙에서 벗어나 반격 능력을 포함한 안보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오는 2027년까지 5년간 국방비를 현재의 2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AP통신은 필리핀을 포함한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이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을 받은 과거사로 인해 일본의 군사적 역량 확대가 민감한 이슈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필리핀은 일본과 안보 협력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고 전했다.

사실 공산주의 중국이라는 강대국에 맞서, 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단독으로 국가 안보를 확보하는 일은 역부족이다. 특히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필리핀을 비롯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에 군사·경제·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필리핀은 지나간 사건에 발목 잡히는 대신 현존하는 중국 공산당 정권의 위협을 막아내기 위해 일본과 손잡는 선택을 내린 셈이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에서 칼과 창, 도끼로 무장한 중국 해안경비대원들이 모터보트를 타고 필리핀 해군 보급선 2척을 들이받아 파괴하고 필리핀 선원 여러 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근처 해역에서 검은색의 중국 해경 보트(오른쪽)가 필리핀 해군 병사들이 탄 회색 보트를 세게 들이받고 있다. 2024.7.3 | AFP/연합

필리핀은 이에 강력히 항의하고 중국 측이 압수한 장비 반납을 요청했으나, 중국은 오히려 필리핀 선원들이 경고를 받고도 중국 영해에 무단 침입해 먼저 폭력을 선동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일본과 필리핀의 군사 협력은 공산주의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전략과도 이어진다. 미·일·필리핀 3국 정상은 올해 4월 백악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남중국해 등지에서 중국의 공격적 행동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