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기획] ⑥ 유럽 각국서도 중국과의 자매도시 절연 확산

중국공산당의 올가미, ‘자매도시’

2016년 3월 29일 프라하 성에서 중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왼쪽)과 체코 대통령 밀로시 제만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Michal Cizek/AFP via Getty Images/연합2016년 3월 29일 프라하 성에서 중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왼쪽)과 체코 대통령 밀로시 제만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Michal Cizek/AFP via Getty Images/연합

자매도시가 되면 처음 몇 년간은 문화, 스포츠, 교육 등의 분야에서 그야말로 우호와 친선을 다지는 교류에 집중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교류가 경제 분야로 확대되고, 양 도시 간에 인간관계가 누적된다. 그렇게 10년, 20년, 나아가 3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 자매도시 관계를 끊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게다가 서구 대부분의 도시는 중국 측 자매도시의 인해전술을 견딜 수가 없다. 본 기획 시리즈 ⑤편 ‘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이 일군 자매도시, 공자학원도 연계’에서 언급한 두 자매도시의 인구를 비교해 보자. 중국 푸저우는 약 700만 명, 미국 타코마는 약 22만 명이다. 두 도시가 1994년 자매도시가 된 지 30여 년이 흘렀다. 일단 중국과 자매도시가 되면 그 도시는 중국공산당에 사실상 포획될 수밖에 없다.

②편 ‘반공(反共)하려 만든 자매도시, 중공 통일전선 도구로 전락’에서 지적했듯이, 자매도시와 관련해서 자유진영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적어도 세 가지다. 첫째, 교류 주체가 자유진영은 지방자치단체이지만 중국은 지방정부다. 중국의 지방정부는 중국공산당의 일사불란한 지휘와 통제하에 움직이지만, 자유진영의 지자체는 자율성을 갖고 움직인다. 둘째, 자유진영은 우호와 협력을 위해 교류하지만 중국은 공작을 위해 교류한다. 셋째, 자유진영은 지자체의 지도부가 선거를 통해 주기적으로 교체되지만, 중국은 중국공산당이 70년이 넘게 1당독재를 고수하면서 대외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중국은 적어도 3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 전략적으로 공작을 수행한다.

유럽 각국, 캐나다, 호주에서 중국과의 자매도시 절연 확산

그럼에도 불구하고, ④편 ‘미국에서 확산되는 중국과의 자매도시 절연(絶緣)’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에서 중국과의 자매도시 절연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유럽 각국과 캐나다, 호주에서도 일찍부터 그러한 움직임이 있었다. 절연하는 주된 사유는 중국의 인권 탄압과 ‘하나의 중국 원칙’이라는 외교적 압박에 대한 서구 각국 도시의 반발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인정하고 대만과 따로 교류해서는 안 된다는 중국공산당의 요구이다.

영국 뉴캐슬은 타이위안과 2022년에 절연했다. 체코 프라하는 베이징·상하이와 각각 2019년, 2020년에 절연했다. 네덜란드 아른헴은 우한과 2021년에 절연했다. 스웨덴 린셰핑은 광저우와, 룰레오는 시안과, 베스테로스는 지난과 각각 2019년에, 예테보리는 상하이와 2020년에 절연했다. 독일 해군 함대 사령부와 잠수함 제조 시설이 있는 킬(Kiel)은 2023년 칭다오가 자매도시 결연을 제안했지만 거부했다.

캐나다 퀘벡은 시안과 2012년에, 브램턴은 쉬저우와 2018년에, 선더베이는 자오쭤와 2023년에, 버나비는 중산과 2025년에 절연했다. 오타와는 베이징과, 위니페그는 청두와 자매도시인데, 이 두 도시에서도 절연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호주 올버니는 린이와 2024년 절연했고, 와가와가는 쿤밍과의 30여 년 자매도시 관계를 종료하려 했으나 지역사회 일부의 반발로 논의가 내연(內燃) 중이다. 참고로, 와가와가는 인구가 6만 명이 좀 넘고, 쿤밍은 660만 명이다. 캐나다와 호주의 인구는 각각 약 4100만 명, 2800만 명이고 그중 중국계가 5% 내외를 차지한다. 중국이 보기에 캐나다와 호주는 ‘작은’ 나라이고, 통일전선공작의 강력한 토대인 화교사회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 두 나라에서 자매도시 관계를 절연하는 게 유럽에서보다 더 어려운 이유다.

체코 프라하의 경우

이하에서는 체코 프라하의 경우를 자세히 살펴본다. 프라하는 베이징과 2016년에, 상하이와 2017년에 자매도시가 되었다. 그에 앞서 체코는 2015년 11월 중국과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당시 체코 정부는 체코를 ‘유럽과 중국을 잇는 교통·금융 허브’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중국은 체코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그 약속은 거의 이행되지 않았다. 2016년 프라하와 베이징의 자매도시 협정에는 독소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체코가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참고로, 1990년 2월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끄는 달라이 라마가 당시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의 초청으로 프라하를 처음 방문했다. 달라이 라마는 2011년 하벨 사망 직전에 프라하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것까지 총 열 번 체코를 방문했다. 티베트 문제는 중국공산당에게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중국이 체코에 접근한 배경에 이 문제도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체코가 중국과 BRI에 합의하기 전후로는 달라이 라마가 체코로부터 초청을 받지 못했다.

프라하는 2018년 10월 시의회를 새로 구성하고 즈데넥 흐리브를 시장으로 선출했다. 이듬해인 2019년 1월, 시의회는 베이징에 ‘하나의 중국’ 조항을 삭제하자고 요구했다. 베이징은 이를 거부했음은 물론, 프라하가 보내는 서한과 이메일에 일절 응답하지 않았고, 그해 8월로 예정돼 있던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중국 투어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10월 7일, 프라하 시의회는 베이징과의 자매도시 협정 폐기를 공식적으로 의결했고, 10월 9일, 베이징도 협정 종료를 선언했다. 흐리브 시장은 “베이징이 자매도시 협정을 프로파간다 확산에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그는 2019년 3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스마트 시티 포럼(Smart City Forum)에 참석했다. 29일에는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면담하면서, 그 이틀 전 프라하에서 열린 체코 산업부 주최 회의에서 중국 측 요구로 대만 대표가 퇴장당한 사건을 개탄하기도 했다. 2020년 1월 13일, 프라하는 대만 타이베이와 자매도시 협정을 체결했다. 그 이튿날, 상하이는 프라하와의 자매도시 절연을 발표했다. 물론 중국공산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상하이와의 자매도시 관계도 끊어진 직후, 흐리브 시장은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중국인 관광객은 2019년에 약 28만 명에 달해 프라하의 경제에 일정하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는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해서 문제였다. 그들이 줄어드는 것은 공공 안전과 위생 측면에서 오히려 환영할 일”이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약 보름 후인 1월 30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COVID-19가 공식적으로 국제적 위기가 된 것이다. 2020년, 2021년, 2022년 중국인 관광객은 각각 3만8855명, 7109명, 약 2만 명으로 급감했다. 이후 다시 회복되는 추세다.

체코가 중국공산당의 협박에 굴하지 않는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체코는 1526년부터 1918년까지 392년간 합스부르크 왕조의 지배를 받았다. 1947년부터 1991년까지는 공산정권의 지배를 받았다. 체코인들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민족의 자결권과 자유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체득했고, 인권 탄압을 혐오한다. 2019년 3월, 프라하를 포함한 체코의 여러 도시가 1959년 3월 일어난 티베트인들의 반중 봉기 60주년을 기념하여 티베트 국기를 게양했다.

유럽연합(EU)의 정책도 프라하, 나아가 체코가 이렇게 반중 노선을 걷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EU는 2019년 3월 ‘EU-중국 전략 전망(EU-China Strategic Outlook)’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이자 체제적 라이벌”로 규정했다.

끝으로, 체코 정보기관들이 꾸준히 정치인들과 시민들을 상대로 중국공산당의 침투에 대해 경고해 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체코 정보기관은 BIS(보안정보국, Security Information Service)와 NÚKIB(국가사이버정보안보국, National Cyber and Information Security Agency)이 대표적이다.

BIS는 2019년 10월,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이 체코 내에서 “가장 활동적으로 정보 활동을 하는 나라” 중 하나이며, 러시아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보기관이 경제, 정치, 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스파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기업(특히 China Energy 및 Huawei)의 체코 내 투자와 활동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중국이 체코의 학자, 연구자, 민간 기업인을 대상으로 정보 수집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했으며, 컨퍼런스 초청이나 연구 협력 제안을 통해 접근했다고 확인했다.

NÚKIB도 그해 12월, 중국 통신기업 Huawei와 ZTE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들의 장비를 통해 체코 국민과 정부의 데이터가 유출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의 국가안전법(2015) 및 국가정보법(2017)에 따라 소위 민간기업도 중국 정부에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 기업의 통신장비를 통해 체코의 국가 핵심 인프라(통신, 에너지, 금융)가 마비될 수도 있으니, 대체 공급업체(예: Nokia, Ericsson)를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나라 국정원과 경찰 등도 중국공산당의 공작을 면밀히 주시, 추적하고 있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다른 나라 정보기관들은 관련된 사항을 공개함으로써 국민 일반은 물론 정치권, 재계, 학계 등에 경보를 울리고 있는 반면, 우리는 그런 게 없다는 점이다.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다음에는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중국 성·시(省·市)들과 맺고 있는 자매도시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공자학원도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33개를 끌어안고 있는데, 자매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자매, 우호도시를 맺은 게 무려 700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