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보도] 미중 무역 잠정 휴전, 완전한 디커플링 준비 단계
2025년 4월 16일 중국 장쑤성 난징항에서 볼보 등 다양한 브랜드의 중국산 자동차들이 수출을 위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 STR/AFP via Getty Images/연합
전 세계의 이목을 끈 ‘트럼프–시진핑 회담’이 막을 내렸다. 이번 회담으로 미·중 무역전쟁은 일시적으로 휴전 상태에 들어갔지만, 미국이 수년간 요구해 온 중국의 경제 구조 개혁, 즉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를 확대하라는 목표는 여전히 달성되지 못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회담을 ‘잠정적 휴전 협정’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에 들어선 이후에는 중국 공산당의 구조적 경제 개혁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이 문제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모두 향후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월 30일 한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미·중 무역전쟁의 긴장을 완화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 온 ‘베이징의 구조개혁’ 문제를 다시 제기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경제 구조 재편이라는 오랜 목표를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회담에서 왜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는가에 대해, 대만대학교 경제학과 판자중(樊家忠)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경제 구조 문제는 여러 계층에 걸쳐 있으며, 지금까지 한 번도 해결된 적이 없다”며 “앞으로 이 문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판 교수는 “무역의 측면에서 보면 중국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과잉 생산”이라며 “중국은 생산량이 지나치게 많아 해외로 덤핑을 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에서도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해결 능력도 없기 때문에 결국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 마찰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오랫동안 중국 공산당에 경제 구조 개혁을 요구해 왔다. 대만 중화경제연구원 산하 대륙경제연구소의 왕궈천(王國臣)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사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 1기 당시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주제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이 경제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베이징은 “반도체 같은 전략 산업에서 미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더 굳히게 됐다.
왕 연구원은 이번 미·중 합의에는 “이른바 구조적 개혁”—즉, 중국 공산당이 국유기업 중심의 체제를 포기하고, 정부 보조금, 공산당의 통제, 지식재산권 침해, 노동권 침해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이제는 그런 요구를 꺼내는 것조차 포기한 상태”라며 “중국 공산당이 구조개혁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5월 제네바 합의 때부터 이번 트럼프–시진핑 회담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의 구조개혁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이것이 2018년 무역전쟁의 핵심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트럼프가 완전히 포기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왕 연구원은 “이번에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서 그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이미 미·중 관계의 초점을 ‘디커플링’ 준비로 옮겼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회담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미국이 중국과 새로운 균형 관계를 모색하며 평화 공존을 추구하고 있다”, “이제는 포위 전략을 완화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판자중 교수는 “이런 주장은 모두 ‘뇌피셜’이며,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일축했다.
판 교수는 “이번 회담은 일종의 ‘휴전 협정’일 뿐, 결코 종전(停戰) 합의가 아니다”라며 “양국 간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이번 합의는 단지 일시적인 ‘휴전 상태’를 만들어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경제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고, 미국도 현재의 전략적 방향을 바꿀 의지가 없다”며 “결국 미중 간의 디커플링과 대립 구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화경제연구원 롄셴밍(連賢明) 원장도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트럼프–시진핑 회담은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은 정도의 의미가 있을 뿐”이라며 “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한 점 외에는 실질적 돌파구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양국, ‘완전한 디커플링’ 를 위한 준비 중
왕궈천 연구원은 “미·중 양국이 당장은 새로운 냉전이나 즉각적인 디커플링은 피하려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황이 비관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양측 모두 디커플링의 준비 단계에 들어섰지만, 아직 그 비용을 감당할 만큼의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아 일시적으로만 긴장을 완화하고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왕 연구원은 “베이징은 4월에 7종의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10월에는 그 범위를 10종 이상으로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H20 칩 구매를 거부하고, ‘기술 자립’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9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부터 10월 3일 베이징 열병식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이른바 ‘신(新)추축국 연대’를 구축하며 세력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중 간 디커플링은 이미 진행 중이며, 그 신호 중 하나가 4월 양국이 서로 1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0월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를 추가로 강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대응해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 총 관세율을 130%까지 끌어올렸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양국 무역이 지속될 수 없으며, 결국 이것이 바로 ‘디커플링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는 양국이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미국은 대중 관세를 47%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고, 중국은 미국산 대두(黃豆) 수입 재개, 희토류 수출 지속, 불법 펜타닐 거래 단속 강화 등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왕 연구원은 “양측이 서로 강력한 보복 조치를 주고받은 뒤에는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하게 된다”며 “결국 부분적인 양보와 타협을 통해 일시적으로 긴장을 완화하고, 각자 돌아가 다시 대비 태세를 갖추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판자중 교수는 “확실한 것은 미·중 간의 경제적 디커플링, 기술 경쟁, 군사적 대립이라는 신(新)냉전 구조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명확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만 봐도 여러 나라와 연합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 목적이 명확히 중국 공산당을 겨냥한 것임을 알 수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모두 새로운 냉전 구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이번에도 무역 합의 이행을 어길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트럼프–시진핑 회담 이후,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10월 30일 폭스비즈니스 프로그램 ‘모닝스 위드 마리아’에서 “중국이 이번 분기에 미국산 대두 1200만 톤을 구매하고, 향후 3년간 매년 2500만 톤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이번 미·중 무역협정의 일부”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올해 들어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전혀 구매하지 않았으며, 미국 농민들을 무역전쟁의 협상 카드로 이용해 왔다.
농산물 분석기관 하이타워 리포트(Hightower Report)의 수석 곡물 애널리스트 랜디 플레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에 있기 때문에, 베이징이 이번 약속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모건스탠리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싱쯔창(邢自強)은 최근 중국 경제 포럼과의 인터뷰에서 “5년 전 미·중 1단계 무역협정 당시 중국은 2020~2021년 사이에 미국산 상품을 추가로 2000억 달러어치 구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이행률은 약 60%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판자중 교수는 “지난번에도 중국 공산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이번에도 ‘시간 벌기 전략’—즉, 일단 약속해 놓고 차일피일 미루는 전술—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왕궈천 연구원 역시 “미국도 아마 이를 예견하고 있을 것”이라며 “만약 2년 후 중국이 다시 약속을 지키지 않고 무역 협정상의 구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미국이 다시 베이징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