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디커플링 시 중국 경제 직격탄…美 대비 취약성 뚜렷
2025년 9월 8일, 상하이 항만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 STR/AFP via Getty Images/연합 전문가들 “미·중 디커플링 시 중국 GDP 최대 51% 급락, 충격 규모는 미국의 5~7배”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전면적인 수출입 금지로 확대될 경우 양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대체할 생산 기지가 많은 만큼, 중국 경제가 미국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장기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트머스대학교 스티븐 브룩스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중국에 대해 이른바 ‘경제적 차단’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이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이 미국보다 5~7배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년 내 15~51%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룩스 교수는 저서 “커맨드 오브 커머스(Command of Commerce): 중국을 넘어서는 미국의 지속적 경제력 우위”의 공동 저자로, 12월 5일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 스트로브 탤벗 센터가 개최한 ‘강대국 경쟁 시대의 핵심 공급망’ 토론회에 참석한 네 명의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특히 미국이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대만과 공조할 경우 중국 공산당(CCP)보다 ‘무역 전쟁’을 훨씬 더 버틸 수 있는 구조적 우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브룩스 교수는 이러한 분석이 “중국을 제재하면 서방도 동일한 피해를 입는다”는 기존의 통념과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인식은 대부분 잘못된 것”이라며 “중국은 스스로를 ‘키 12피트(약 3.7미터)짜리 거인’으로 포장하고, 미국 정부 또한 그 이미지에 동의하면서 오해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실제로 현대 제조업—특히 군사 분야—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세계 최대 정제·가공국이다. 최근 미국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산업은 전 세계 자석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정제업체들은 전 세계 희토류의 85~90%를 정제하며,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2025년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이라고 지정한 54개 원자재 중 30개 품목에서 최소 75%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미국 제조업은 이 54개 품목 중 12개는 100% 수입 의존, 29개는 50% 이상 수입 의존 상태다. 한편 중국 공산당(CCP)은 올해 4월 이후 희토류 12종에 대해 ‘수출 통제 조치’를 부과했으며, 이 가운데 5종은 10월에 추가 제재를 시행했다. 이후 중국은 10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협상에서 제재했던 5종에 대한 통제를 1년간 유예했지만, 나머지 7종에 대한 제한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브룩스 교수는 중국의 이러한 희토류 시장 지배력을 “지금까지 중국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전략적 무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희토류만큼 중국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산은 사실상 없다”며 “중국이 이를 이미 사용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낸 셈”이라고 진단했다.
브룩스 교수는 만약 미국이 중국 산업에 대한 수출 통제를 확대할 경우 “그 영향력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만들고자 하는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들로부터 필요로 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면, 양팔을 벌려도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브룩스 교수는 공동 저자 벤 바글과 함께 3년에 걸쳐 진행한 연구 결과를 담아 올해 4월 ‘커맨드 오브 커머스’를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중국 경제 관련 통계가 왜곡되거나 잘못 해석된 사례가 많으며, “지금까지 미·중 무역이 단절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실제로 분석한 연구가 없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구 과정에서 특히 중국의 경제 규모가 공식 통계보다 3%가 아니라 약 33% 과대평가돼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브룩스 교수는 “실제 중국 경제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가 아니라 절반 수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브룩스 교수는 또 “소련은 경제력이 가장 강했던 1975년에 미국 GDP의 57% 수준이었다”며, 이번 연구의 결론은 “중국은 아직 냉전 시기의 소련만큼 미국에 근접한 경제 규모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년 9월 14일,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로스앤젤레스 항만에서 중국과 기타 아시아 국가에서 온 해상 컨테이너들이 하역되고 있다. | Mark Ralston/AFP via Getty Images/연합
급성 공급망 리스크는 제한적
브룩스 교수는 또 다른 중요한 발견으로, 전 세계 하이테크 산업 이익의 55%가 미국 기업에 귀속되는 반면 중국 기업의 비중은 고작 8%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주로 기술 개발 영역이 아닌 완제품 조립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역할은 다른 나라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브룩스 교수는 “지리적으로 보면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많아 매우 인상적일 수 있다”면서도 “정작 중국 기업이 직접 만들어내는 기술적 성취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화의 구조 자체가 미국과 그 동맹국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하이테크 산업의 전 세계 이익 중 85~90%는 사실상 미국과 동맹국들이 가져간다. 이들이 중국을 배제하기로 결정하면 중국 경제는 버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브룩스 교수는 중국의 제조 역량이 과대평가되는 대표적 사례로 아이폰의 ‘중국산’ 오해를 들었다. 실제 아이폰 부품 비중은 미국 32%, 한국 25%, 일본 12%, 대만 7%이며, 중국의 기여도는 3.8%에 불과하다. 그는 “아이폰 한 대당 중국에서 발생하는 가치는 약 20달러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각종 통계는 아이폰을 중국의 기술 생산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제조업 슈퍼파워’라는 잘못된 인식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제조업을 한 범주로 묶는 것도 문제”라며 “ 반도체와 젓가락도 같은 제조업 범주에 들어가 있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고부가가치 하이테크 생산을 별도로 구분해 분석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이테크 생산 기준으로 보면 세계 제조업의 슈퍼파워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며 “미국의 비중은 29%, 중국은 16%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브룩스 교수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도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매우 독특한 경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GDP의 35% 이상을 투자에 쏟아붓고 있지만, 소비 증가가 뒤따르지 않아 수익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그 결과 중국의 GDP와 여러 경제 지표가 실제보다 과대평가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신이 공저자로 참여한 연구서가 출판되기 전 연방 정부 기관에서 20회 이상 브리핑된 사실을 언급하며, “정부는 내용을 받아들이기만 했을 뿐 단 한 줄의 추가 분석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까지 이런 분석을 단 한 번도 수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라고 했다. 브룩스 교수는 이어 “냉전 시기 CIA의 가장 큰 부서는 소련 경제를 분석하는 부서였다”며 “하지만 우리는 그 기능을 폐지했고, 지금까지 복원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 기능을 반드시 되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토론을 진행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카리 히어만은 브룩스 교수의 신간이 기존 연구와 구분되는 특징으로 “그동안 잘못 알려진 경제 데이터를 찾아냈고, 중국과의 충돌 시 미국이 발휘할 수 있는 공세적 경제 수단을 조명했다는 점”을 꼽았다.
브루킹스 연구소 외교정책국장인 마이클 오핸런은 희토류와 반도체 등 주요 국방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정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외국의 적대국이 경제의 특정 부문을 노리고 ‘숨통을 조이는’ 수준의 압박을 가할 경우, 미국 사회와 경제의 기본 기능이 마비되거나 국민의 생명이 즉각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2024년 10월 3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열린 저장 의료장비 엑스포에 설치된 아스트라제네카 부스 | STR/AFP via Getty Images/연합
제약 분야의 복제약 의존 구조
그는 이어 “중국 공산당과 무역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미국 경제 전반을 마비시킬 정도의 급성 공급망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오핸런 국장은 공급망 충격이 발생해도 대부분은 “불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경기장이나 대형 행사장에서 사용하는 좌석이나 대형 스크린 일부가 중국산일 수 있지만, 공급이 끊겨 워싱턴 커맨더스의 경기를 못 보는 정도는 국가안보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제 심장엔 좋을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다만 농약·살충제 부문에서 중국 점유율이 약 25%를 차지하는 점을 예로 들며 “이 정도는 안보 위험의 회색지대”라고 말했다. 그러나 “25%는 95%가 아니다. 사용량 조절이나 작물 대체 등을 통해 대응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오핸런 국장은 이번 연구가 미 국토안보부(DHS) 등 정부 기관이 지정한 16개 핵심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 사회 전체가 어떤 경제 부문에 구조적으로 의존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브루킹스 보건정책·경제연구 선임연구원 마르타 워신스카는 의약품 공급망과 항생제 원료의 중국 의존도를 분석한 보고서의 저자다. 워신스카 연구원은 “중국은 혁신 신약을 만드는 국가는 아니지만, 제네릭 의약품을 대량 생산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분야는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이 충분히 공급망을 되찾아올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공급망 재편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워신스카 연구원은 “복제약 시장을 보라. 미국 제조업체들은 이 분야에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 수익성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며 “미국인의 60%가 매년 1870억 정의 복제약을 복용하는데, 이는 정제(tablet)만의 수치이며 다른 제형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국 내 전통적 전문의약품 시장에 비하면 금액 규모는 매우 작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특히 “미국은 항생제 공급에서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필연적인 구조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유럽에는 원료의약품(API)뿐 아니라 항생제 전구체와 중간체까지 모두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제조업체가 존재한다. 이들은 미국 시장에 공급할 충분한 생산능력도 갖추고 있다”며 “중국산보다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이 스스로 중국 의존을 택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워신스카 연구원은 인도가 ‘세계의 약국’을 자처하며 제약 생산 허브가 되려 하고 있지만, 정작 인도산 복제약의 원료인 API 상당수가 중국에서 가공된 물질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인도산 제품에 부과하는 총 50% 수준의 고율 관세가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인도의 노력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신스카 연구원은 “인도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API 생산을 자국 내로 이전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그러나 미국이 인도 제조업체에 고율 관세를 유지하면 그들은 결국 가장 값싼 중국산 API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관세는 전략적 산업을 보호하고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데 유용하지만, 적절한 판단과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의약품 분야에서 인도를 동맹으로 볼 것인가? 인도와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인도와 어떻게 협력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그래서 인도를 둘러싼 관세 논의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브루킹스 연구소 메트로 선임연구원 마크 뮤로는 “관세를 인하해야 할 전략적 이유가 두 가지 있다”고 밝혔다.
첫째, “중국에 맞서 공동전선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동맹국들의 협력이 필수”라며 동맹국에 대한 고율 관세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 “중국 리스크를 줄이려면, 중국보다 동맹국이 더 높은 관세를 부담하는 상황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산 제품이 오히려 낮은 관세 혜택을 받는 구조는 미국 기업의 공급망 전환을 방해한다고 강조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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