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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美∙中 간 약속은 중국의 표리부동으로 항상 깨졌다

2025년 11월 11일 오후 6:15
2010년 9월 5일 중국 장쑤성 랜윈강의 한 항구에서 한 노동자가 일본 수출용 희토류 원광석을 옮기기 위해 프론트로더를 운전하고 있다. │ Edited by The Epoch Times, STR/AFP via Getty Images/연합2010년 9월 5일 중국 장쑤성 랜윈강의 한 항구에서 한 노동자가 일본 수출용 희토류 원광석을 옮기기 위해 프론트로더를 운전하고 있다. │ Edited by The Epoch Times, STR/AFP via Getty Images/연합

오랫동안 기다려온 미중 회담이 10월 30일(이하 현지시간) 한국에서 열렸다. 관세를 낮추고 세계 양대 경제대국 간의 무역전쟁 격화를 중단시키기로 했다.

중국은 수개월간 중단했던 대두 구매를 재개했다. 희토류 광물도 다시 수출될 것이다. 그리고 보복성 항만 수수료도 중단됐다.

양국 지도자 모두 이번 회담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점 만점에 12점을 줬다. 중국공산당(CCP) 총서기 시진핑은 이를 “새로운 시작”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우호적인 농담 뒤에는 이 데탕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 그리고 중국공산당이 약속을 또 어길 것인지와 같은 질문이 도사리고 있다.

대만 난화대학교의 국제 문제 교수인 쑨궈샹은 “이것은 외교적 진통제에 불과하다.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뿐 근본 원인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분석가인 크리스토퍼 볼딩은 이 상황을 “휴전”에 비유했다.

중국 경제를 연구하는 오픈소스 정보 기관인 뉴 카이트 데이터 랩스의 설립자인 그는 “대부분의 휴전은 매우 취약하다.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쑨은 중국이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은 전형적인 전술, 즉 문제를 미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 끌기 게임?

10월 30일의 획기적인 회담은 6년 만에 처음으로 이루어진 트럼프와 시진핑의 대면이었다.

회담 후 트럼프는 두 사람이 “많은 것에 합의했으며, 매우 중요한 다른 사안들도 해결에 거의 근접했다”고 말했다.

합의와 함께 지난 몇 달간의 위협과 보복 조치들이 철회됐다. 3월부터 부과된 중국의 대미 상호 관세는 중단될 것이며, 미국산 대두 구매도 재개될 것이다. 10월에 부과된 전면적인 희토류 수출 통제는 1년간 중단된다. 중국은 또한 10%의 대중 관세 인하에 대한 대가로 펜타닐 전구체 밀수를 단속하겠다고 약속했다.

2025년 11월 5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8회 중국 국제 수입 박람회의 미국 대두 수출 협의회 부스. 중국은 11월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 지도자 시진핑 간에 그 전주에 이루어진 합의를 공식화하면서 미국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 유예를 1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 Hector Retamal/AFP via Getty Images/연합

하지만 이번 합의에는 양국 관계를 압도하는 명백한 쟁점들이 빠져 있다. 대만의 운명, 인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의 군사적 공격성, 중국 산업 정책의 구조적 문제, 틱톡, 그리고 반도체 문제 등이다.

볼딩은 “그들이 전혀 다루지 않은 많은 문제가 있다”며, 조만간 이러한 문제들이 다시 떠올라 일시적인 평온을 깨뜨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중국은 핵심 이익을 위해 미국과 싸울 것임을 시사했다. 합의한 지 며칠 후 셰펑 주미 중국대사는 영상 연설에서 대만과 인권 문제를 중국의 “레드라인” 중 하나로 언급했다.

그는 “미국 측은 이 선을 넘어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쑨에 따르면 기존 약속들조차 추상적이고 여전히 잠정적이다. 무역 합의는 매년 재검토 대상이다. 중국의 희토류 규제 완화와 워싱턴의 중국 관련 선박에 대한 관세 유예도 마찬가지다. 1년 후면 러시아-중국 관계부터 대만 해협 긴장에 이르기까지 어떤 지정학적 역풍이든 미중 양국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다.

불확실성을 더하는 것은 트럼프의 글로벌 관세 부과 권한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6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2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대안들은 “효과가 비교적 느리게 나타날 것”이라고 인정했다.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 국제학과 학과장인 예야오위안에 따르면, 합의의 세부 사항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국이 이를 허점으로 악용할 것이다.

그는 “말과 행동이 다른 것, 이것이 중국공산당의 전형적 행태”라고 말했다.

미중 협정이 구체적인 목표가 부족하기 때문에 중국은 시간 끌기 게임을 하며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지 않을 수 있다.

2025년 10월 30일 베이징의 한 쇼핑몰 밖 텔레비전에서 한국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의 회담에 대한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두 지도자는 중국의 상호 관세 중단, 중국의 미국산 대두 구매 재개, 희토류 수출 통제 일시 해제, 펜타닐 전구체 밀수 단속에 합의했다. │ Adek Berry/AFP via Getty Images/연합

허황된 희망

약속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미국의 대중(對中) 거래에서 끊임없는 우려 사항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해 중국은 시장 개방, 무역 장벽 제거, 지적재산권 보호에 동의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약속들은 대부분 공허한 것으로 드러났다. 막대한 국가 보조금을 받는 중국 기업들은 불가능할 정도로 낮은 가격의 제품으로 시장을 뒤덮는다. 위조품에 있어서도 중국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트럼프는 첫 임기에 무역전쟁을 시작함으로써 베이징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막대한 미중 무역 적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여러 차례의 관세 전쟁은 2020년 1월 1단계 무역 합의로 정점에 달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것이 무역 관계의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으리라 희망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중국은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상품과 서비스 구매를 약속했지만 실적은 그에 크게 미치지 못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계획을 방해했다고 변명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3년의 4시간 회담에서도 중국은 펜타닐 단속에 동의했다. 회담과 여러 차례의 양자 실무그룹 회의에도 불구하고, 펜타닐 문제가 계속해서 미국을 괴롭히고 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경제학 명예교수인 루시아 던은 “중국공산당은 제대로 약속을 지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예 교수는 이를 이율배반적 언행이라며, “중국공산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은 것은 어떻게든 기피할 것이다. 계속 미루기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십 년간의 시장 조작, 전략적 국가 지원, 공격적 투자로 중국은 희토류를 장악하고 사실상 세계를 인질로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은 최근의 희토류 수출 규제로 인해 대가를 치르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11월 2일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서 “희토류 문제는 미국 대 중국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대 세계의 문제다. 그들은 여러 분야에서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임을 스스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2025년 11월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희토류 무역 회사인 트레이디움의 창고에 중국에서 수입된 산화유로퓸 용기가 놓여 있다. 수십 년간의 시장 조작, 국가 지원, 공격적 투자로 중국은 세계 희토류 원소의 지배적 공급자가 되었다. │ Kirill Kudryavtsev/AFP via Getty Images/연합

강요된 양보

중국은 자국 국내에서 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협상 테이블에 나왔다.

한때 중국 경제의 기둥이었던 부동산은 끊임없는 침체에 빠져 있으며, 최고 개발업체들조차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부진한 해외 주문으로 중국의 서비스업 성장률은 3개월 최저치로 축소됐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백만 개의 식당이 문을 닫았다.

중국 남동부의 한때 번성했던 의류 중심지 캉러에서는 사람들이 임시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다. 일자리가 고갈되면서 여러 도시의 이주 노동자들은 일찍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갔다. 한 대형 섬유 공장은 주문 감소를 이유로 전체 인력을 4개월간 휴가 보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경제적 압박에 짓눌린 중국은 숨을 돌릴 틈을 찾고 있다.

예 교수는 “시진핑은 양보를 해야 한다. 다만, 그것은 형식적인 양보일 뿐”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 모두 서로 관계를 끊기를 열망하는 듯하다.

중국은 기술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더 큰 자립도를 갖춘 중국을 지향하는 향후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중국은 “거센 바람과 거친 파도”를 경고하면서, 가계 소비를 촉진하고 제조업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국가 안보 방패”를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수입을 재개하는 한편, 공급망 독립을 확보하기 위한 광범위한 연합의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진핑을 만나기 전에 트럼프는 핵심 광물에 관해 호주,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 4개국과 동맹을 맺었다. 11월 6일에는 핵심 광물이 풍부한 5개 중앙아시아 국가 지도자들을 초청해 그들과의 파트너십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베센트는 “우리는 앞으로 1~2년간 초고속으로 나아갈 것이며, 중국이 우리 위에서, 그리고 전 세계 위에서 휘두르는 칼날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관련해 트럼프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차단했고, 중국은 국가 지원 데이터 센터에서 외국산 반도체 사용을 금지했다. 10월 말에 시작된 1단계 무역 합의 이행에 대한 조사는 무역전쟁 휴전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으며, 잠재적으로 중국에 대한 새로운 무역 집행 조치의 문을 열 수 있다.

2025년 10월 20일 중국 장쑤성 쑤첸의 한 반도체 공장에서 기술자들이 칩 가공 장비를 작동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차단했고, 중국은 국가 지원 데이터 센터에서 외국산 반도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 STR/AFP via Getty Images/연합

‘새로운 표준’

베센트는 미국이 디커플링보다는 “위험 감소”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볼딩은 그것들이 단지 유행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단어들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는 단어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화경제연구원의 연구원 왕궈천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디커플링은 불가피한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양측 모두 디커플링을 준비하고 있지만, 지금은 어느 쪽도 그 비용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경제학자 데이비 J. 웡에 따르면 이러한 새로운 구도는 중국이 오랫동안 추진해 온 “상호 의존과 상호 이익”으로부터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는 “안보와 자율성이 새로운 표준이다. 파트너일 때는 모든 것이 쉽지만, 이제 관계가 파트너십에서 경쟁으로 바뀌었고, 그것도 그냥 경쟁이 아닌 생사를 건 싸움”이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더 깊은 차원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분열은 이념적인 것이다.

중국을 뜻하는 한자 단어는 영어로 ‘중간 왕국(the Middle Kingdom)’으로 번역된다. 볼딩은 서구 사람들이 종종 ‘중간(middle)’이라는 단어를 ‘사이(between)’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중국어 용어는 ‘중심(center)’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즉, ‘행성들이 중앙의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의미의 중심이다.

그는 “그것이 중국이 스스로를 생각하는 방식이다. 중국은 자신이 마땅히 세계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불과한 다른 모든 국가와 문제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처음부터 미국과의 매우 근본적인 불화를 야기한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