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④ 중국과의 자매도시 절연(絶緣)에 나선 미국
중국공산당의 올가미, ‘자매도시’

2023년 2월, 미국 정치권은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초당적 합의에 의해 의회 하원에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약칭 ’중국공산당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이 특별위원회는 2월 28일 공개 청문회를 개최,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중국이 미국이 당면한 최대 도전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당시 위원장이었던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갤러거 의원은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중국공산당이 인권을 마음대로 결정하는 전체주의 감시 사회가 도래하지 않도록 여야가 힘을 합쳐 긴박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간사인 라자 크리시나무르티 의원은 중국의 위구르족 학살, 대만 등 이웃 국가에 대한 군사적 위협, 미국 경제에 피해를 주는 경제·무역 정책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후 중국공산당 특별위원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중국공산당의 음모와 책동을 폭로하고 그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2024년 9월, 미국 하원은 중국공산당(CCP)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바이오시큐어법(BIOSECURE Act), 반중국 드론 방지법(Countering CCP Drones Act) 등 무려 25개의 반중공 법안을 통과시켰다. 공화당 지도부는 당시 이 기간을 ’차이나 위크(China Week)‘라 부르며 홍보했다. 이들 법안은 상원의 의결을 거치지 못한 채 그해 11월 선거를 통해 새 의회가 구성되었으므로 법률로 성립되지는 않았다.
미국 테네시주 공화당 상원의원 마샤 블랙번과 노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 톰 틸리스는 2025년 4월 8일, 공동으로 ‘자매도시 투명성법(Sister City Transparency Act, S. 1351)’을 발의했다. 미국 감사원이 각 도시의 자매도시 활동을 연구, 평가하여 그 결과를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평가 항목은 외국(중국 등)의 전략 목표 달성 가능성(경제·국가 안보 위협), 악의적 활동(인권 유린, 산업·학술 스파이, 경제 강제), 교육·경제 협정의 취약성(표현 자유 침해, 비자 남용) 등이다. 이 법안은 현재 상원 외교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다.
중국공산당특별위원회 존 물레나르 위원장 등 14명의 의원들은 2025년 6월 4일, 워싱턴 D.C. 뮤리엘 바우저 시장에게 1984년 체결된 워싱턴-베이징 간 자매도시 관계의 종료를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날은 천안문 사태 36주년 기념일이었다. 바우저 시장은 자매도시가 경제·문화 교류를 위한 것이라며 관계 종료를 거부했다.
물레나르 위원장 등은 7월 17일, ‘워싱턴 D.C. 자매도시 무결성법(District of Columbia Sister City Integrity Act)’를 발의했다. 내용은 D.C.와 중국 등 ‘외국 적대국’과의 자매도시 관계를 금지하는 것이다.
연방뿐만 아니라 주(州) 차원에서도 반중공, 그리고 중국과의 자매도시 절연이 확산되고 있다. U.S. News & World Report의 4월 24일 보도(‘From Banning Tech to Ending Sister-City Ties, US States Have at least 240 Anti-China Proposals’)에 따르면, 미국 각 주는 적어도 240개의 반중공 법안을 심의 중이다. 중국과의 자매도시 절연, 주정부 기관의 중국산 드론·앱·소프트웨어 등 구입 금지, 중국산 또는 중국에서의 장기 이식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 금지, 중국 기업 등의 토지 매입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다. 이하에서는 아칸소주와 텍사스주의 경우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아칸소주
가장 두드러진 곳은 아칸소주이다. 주지사 사라 샌더스가 2023년 1월 10일부터 아칸소 최초 여성 주지사이자 전국 최연소 주지사로 활약하고 있다. 1982년생인 그녀는 2017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백악관 대변인(White House Press Secretary)으로 활약했는데, 별명이 ‘트럼프의 전사(warrior)’였다.
그녀는 2025년 2월 26일 “Communist China Defense(공산 중국 방어)” 입법 패키지를 발표하고 주의회를 설득, 5월에 의결하고 서명함으로써 관련 법률 다섯 개를 제정했다. HB1352는 주립 대학이 공자학원이나 중국문화센터를 운영할 경우 주 정부 자금을 차단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중국과의 자매도시 관계를 금지한다. HB1604는 주정부 기관이 중국산 판촉 물품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한다. HB1683은 강제 노동과 연계된 전기 자동차(EV) 구매를 금지한다. HB1680은 금지된 외국 당사자(중국공산당 연계 기업)가 군사 기지, 전기 변전소 등 핵심 인프라 근처 토지를 소유 또는 임대하는 것을 금지한다. HB1837은 투표안에 대한 외국 자금 지원을 금지한다. 이들 법률은 7월 1일 자로 발표되었다.
HB1352에 따라 인구 약 20만 명의 소도시 리틀록(Little Rock)은 중국 창춘과 1994년 이래 31년간 맺어온 자매도시 관계를 끊어야 했지만, 리틀록 시의회는 7월 15일 자매도시 관계를 “덜 공식적인” ‘우호도시(friendship city)’로 바꾼다고 의결하며 이 법률의 우회를 시도하는 중이다. 이에 대해 샌더스 주지사와 공화당 의원들은 리틀록이 입법 취지를 무시했다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텍사스주
텍사스 주지사 그레그 애벗은 2025년 8월 26일 세 개의 법안에 서명했다. HB 128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적대국과의 자매도시 협정을 금지한다. SB 17은 특정 외국, 개인, 조직이 텍사스주 내 부동산(토지)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미 소유한 토지의 경우 매각을 강제하거나 불응 시 징역형이나 벌금을 부과한다. SB 1349는 초국가적 억압(transnational repression)을 형사 범죄로 신설하고, 법 집행 기관의 대응 능력을 강화하여 적대국이 텍사스 주민을 위협하거나 감시하는 것을 차단한다. 이들 법률은 9월 1일 자로 발표되었다.
이들 법률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중국공산당과 연계된 세력의 조직적인 방해 공작이 있었다. 그들은 소셜미디어, 간판, 신문 광고, 시위 등을 통해 이들 법률의 제정을 추진, 옹호하는 사람들을 ‘인종차별주의자’라 매도하고 협박했다. 텍사스 정치인들이 이를 극복하고 중국공산당의 침투를 막기 위한 세 개의 법률을 제정하기까지 연방정부의 지침이 큰 역할을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정보국(DNI) 소속 국가방첩·안보센터가 2022년 7월 발표한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향력 공작으로부터 미국 주(州) 및 지방의 정부와 기업 지도자들을 보호하기’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그것이다.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텍사스 주의회에서 법안이 심의되는 동안 인구 약 100만 명의 포트워스(Fort Worth) 관계자들은 자매도시 금지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포트워스는 2011년부터 중국 구이저우성(省) 소재 인구 약 600만 명의 구이양(贵阳市)과 자매도시였다. 구이양과의 연락을 책임진 시의원 마이클 크레인은 “자매도시는 우리 정부를 위태롭게 하는 어떤 조직과도 무관하다. 자원봉사자들이 이끄는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주중 미국대사관 수석보좌관으로 근무했고, 2016년부터 2019년 또는 2020년 초까지 베이징 소재 국제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중국에 있는 동안 중국인 쌍둥이 자매를 입양했다.
크레인은 5월 7일, 주의회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자매도시 금지가 왜 해로운지, 그리고 왜 권력 남용인지를 설명하며, 자매도시가 국가 간 정치와는 무관하게 개인 간의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자매도시가 청소년 교류, 경제 발전, 문화적 이해를 통해 텍사스주와 포트워스를 풍요롭게 해 준다고도 말했다.
포트워스 부시장을 지내고 자매도시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레르난도 코스타는 “자매도시는 주민들 간의 문화적 이해를 고양하기 위한 것이다. 서로를 더 많이 알수록 서로를 적이 아니라 동료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포트워스 자매도시 위원회 이사회 의장 신디 존슨은 “포트워스와 구이양의 청소년들이 자매도시 사업을 통해 교류하며 우정을 증진하는 것을 지켜봐 왔다. 이 우정은 보다 밝고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중국에도 훌륭한 사람들이 산다. 우리처럼 학교에도 가고, 직장에도 가고, 가족도 돌본다. 자매도시는 정책 수준에서는 협상하기 어려운 문제도 인간적인 수준에서 다룰 수 있게 해 준다. 자매도시를 통해 중국인들이 미국의 문화, 자유,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다”며, “자매도시가 아니면 그들이 어디서 배울 것인가?”라고 물었다.
포트워스는 9월 22일 현재, 아직 구이양과의 자매도시 관계를 종료한다고 발표하지 않았으나 10월 1일 이전에 종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료하지 않으면 주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오스틴, 휴스턴, 달라스 등 중국과 자매도시 관계를 맺은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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