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기획] ③ 美 국가정보국 “자매도시는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공작 수단”

중국공산당의 올가미, ‘자매도시’

DNI 보고서 표지 사진(2022. 7.)DNI 보고서 표지 사진(2022. 7.)

트럼프 1기 때 국무장관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는 중국공산당과의 ‘자매도시’가 통일전선공작의 수단이라고 지적하며 주(州), 카운티, 시 단위의 지방정부는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과 ‘자매도시’에 대한 경계감은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 때도 전혀 누그러들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정보국(DNI) 소속 국가방첩·안보센터(National Counterintelligence and Security Center)는 2022년 7월,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향력 공작으로부터 미국 주(州) 및 지방의 정부와 기업 지도자들을 보호하기(Protecting Government and Business Leaders at the U.S. State and Local Level from People’s Republic of China(PRC) Influence Operations)’라는 긴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국가정보국장(DNI)은 오바마 행정부의 CIA 부국장,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역임한 에이브릴 헤인즈였다. 그녀는 최초의, 그리고 아직까지는 유일한 여성 국가정보국장으로서 바이든 행정부 4년간 재직했다. 영어 표기 DNI(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자체가 국가정보국장이란 뜻인데, 국가정보국이라 번역하기도 한다. 국가정보국은 CIA, NSA, DIA, FBI를 비롯한 여러 정보기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1년 9·11 테러를 막지 못한 데 대한 반성으로 2005년에 태어났다. 각 정보기관의 보고를 취합하고, 정보 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감독 및 조율을 하며, 대통령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National Security Council)에게 보고한다.

이하에서는 주(州) 및 카운티·시(市) 등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중공의 영향력 공작의 실태와 대응 방안을 다룬 위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한다.

서론: 중국의 미국 지방정부에 대한 영향력 확대 공작

수십 년간 중국의 광범위한 기관들이 미국 주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의 정부·기업 지도자들과 관계를 구축해 왔으며, 이는 양측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베이징과 워싱턴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시진핑 주석하의 중화인민공화국(PRC) 정부는 이러한 중미 간 지방 차원의 관계를 이용해 미국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중국의 지정학적 이익을 추진하려는 시도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중국공산당(CCP)이 위험한 것이지, 중국 국민 전체나 중국계 미국인들이 위험한 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중국공산당, 미국 지방정부를 통해 워싱턴 압박 시도

미국 내 중국의 영향력 공작 목표 중 일부는 주정부와 지방정부 지도자들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지지를 확대하고, 이러한 관계를 활용해 워싱턴이 베이징에 더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주정부와 지방정부 지도자들이 워싱턴으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성을 누린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들을 대리인으로 활용해 미국의 정책을 좌우하고자 한다. 미국과 중국 간 경제 협력 확대, 대만·티베트족·위구르족·민주화 운동가 등에 대한 중국의 정책을 미국이 간섭 또는 비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중국은 마오쩌둥이 중국 공산화를 위해 활용한 “지방으로 중앙을 포위한다”는 전략을 미국에서도 동원하고 있다. 주정부와 지방정부 지도자들을 포섭하여 연방정부를 장악하려는 것이다.

지방정부 지도자들이 쉽게 넘어가는 이유

미국의 주정부, 지방정부 차원의 지도자들은 중국의 공작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중국의 영향력 공작은 기만적이고 때로 강압적일 수 있으며, 겉보기에는 무해한 사업이나 민간 교류를 가장한다. 경제 문제에 집중하는 주정부와 지방정부 지도자들의 특성상 경제적 인센티브가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투자나 수출입을 통해 지방정부에 도움을 주면서 인권을 탄압하는 중국의 정책을 묵인하도록 요구한다. 그 요구가 거절당하면 경제 교류를 중단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영향력 공작의 주체들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UFWD)가 해외 영향력 공작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모든 기관들이 필요에 따라 공작에 참여한다. 통일전선공작부는 다양한 위장 조직들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공작을 조정하고 관리한다.

영국 사례가 있다. 2022년 1월 영국의 국내정보기관 MI5는 영국 의회 의원들에게 보안 경고를 발령했다. 영국의 한 유명한 변호사가 공개적으로는 영국과 중국 간 교류를 옹호하는 활동가로 활동했지만, 은밀하게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와 협력해 영국 정치에 개입하고 중국공산당의 의제(agenda)를 추진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변호사는 중국으로부터 영국의 정당, 의원, 그리고 정치인 지망자들에게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리지 않고 재정적 기부를 중개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정부 기관 중에서는 외교부, 국가안전부, 교육부가 특히 해외 영향력 공작에 관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통일전선 공작에 관여하는, 민간을 가장한 기관이나 대리 조직들이 다수 있는데, 이들의 정체는 은폐돼 있는 경우가 많다.

‘자매도시’와 관련,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CPAFFC)이다. 이 조직은 자신들을 “중화인민공화국의 민간 외교에 종사하는 전국적 인민단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CPAFFC를 “지방정부들을 포섭하는 임무를 맡은 베이징 소재 조직”이라고 규정하며, “미국의 주정부와 지방정부 지도자들에게 직접적이고 악의적인 영향을 미쳐 중국의 글로벌 의제를 추진하려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CPAFFC를 “미국 내 중국의 가장 주요한 주정부·지방정부 영향력 메커니즘의 조정 세력이자 중공 통일전선부 관료 구조의 일부”라고 평가하고 있다.

CPAFFC는 중국 정부로부터 중국과 미국 및 기타 국가들의 지역 간 ‘자매’ 관계를 감독하고 발전시키는 임무를 위임받았다. 미국에서 CPAFFC는 중국 관리들과 미국의 주지사, 시장, 주정부·지방정부 의원들을 연결하는 각종 회의들의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2011년부터 CPAFFC는 미·중 주지사 포럼의 후원자였으며, 2019년 켄터키에서 열린 이 포럼은 양국의 투자자, 산업계, 정부 지도자들을 위한 “독점적 거래 성사 기회”라고 홍보되었다. 2020년 미 국무부는 “CPAFFC의 행동이 주지사 포럼의 원래 선의의 목적을 훼손했다”고 지적하며 중미 주지사 포럼을 지원하는 공식 협정에서 철수했다.

또 다른 조직인 전국중국화평통일촉진회(NACPU)는 자신들을 미·중 우호 증진을 추구하는 워싱턴 D.C. 소재 ‘비영리단체’라고 소개해 왔다. 이 단체는 미 의회와 기타 포럼에 보낸 서한에서 대만과 티베트에 관한 중국 정부의 정책을 옹호해 왔다. 2020년 10월 미 국무부는 NACPU를 미국 해외공관법에 따른 중국의 해외공관으로 지정하면서, 이를 통일전선공작부가 통제하는 위장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이 사례들은 중국이 어떻게 민간 친선단체나 비영리기구를 가장해서 실제로는 중국 정부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활동하는 조직들을 운영하는지를 보여준다.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공작 수법

중국은 미국의 주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의 지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다양한 기법들을 사용한다. 공공외교 같은 공개적 수법도 있고, 비밀스럽고 심지어 강압적· 범죄적 성격을 띠는 수법도 동원한다. 잠재적 영향력 행사 기회와 표적을 찾기 위해 중국은 미국 주정부와 지방정부 지도자들과 그들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한다.

나중에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지도자들을 표적으로 선정,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2022년 1월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 정부는 오늘날 작은 역할을 하는 정치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인재를 일찍부터 양성하려고 한다”

중국과 자매도시 협정을 맺은 미국의 지방정부들은 중국 정부나 CPAFFC로부터 중국이 기피하는 외국 정부, 도시, 인물들과의 관계를 단절하라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어떤 미국 도시가 맺은 협정에서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해당 미국 도시 관리들이 대만으로 대표단을 파견하거나, 대만 국기를 게양하거나, 대만 국가를 연주하는 것을 금지했다. 독일의 한 시장은 시청에 티베트 국기를 게양했다가 중국 대사에게 사과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중국과의 ‘자매도시’ 관계에서 흔히 간과되지만 매주 중요한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 측은 지방자치단체들로서 일정한 자율성을 갖고 있지만, 중국 측은 공산당의 일사불란한 지휘 아래 중앙집권적 통제를 받는 지방정부일 뿐이다. 미국 지방자치단체들은 단순히 지방 대 지방의 순수한 교류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중국공산당의 치밀하고 체계적인 통일전선공작에 부응하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 주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용, 중국에 의존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영향력을 획득한다. 중국은 중국 시장 접근 허용 약속이나 철회 같은, 금전적 보상과 처벌을 사용해 미국 주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의 비즈니스 및 정부 지도자들을 포섭하고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의 한 장관은 2021년 미국 측에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귀하의 주와의 교류를 확대하고, 농업, 신에너지 자동차, 교육, 보건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제안하며, 상호 이익을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

중국과의 ‘거래’에는 조건이 붙는다. 중국의 외교 정책을 지지하고 중국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 2019년 CPAFFC가 후원한 미·중 주지사 포럼에서 주미 중국 대사는 워싱턴의 대중국 무역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미국 주지사들에게 “이 문제에 진지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일부 무지하고 악의적인 사람들이 인민의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신냉전’을 선동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이 선호하지 않는 견해나 행동을 보이는 미국 지방정부 지도자들에 대한 처벌은 투자 취소에 그치지 않는다. 물리적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해당 지방의 사업가들을 통해 정치인들을 압박하기도 한다. 기업인들이 영향력 있는 유권자이자 정치자금 기부자이기 때문이다.

2022년 5월 미 법무부의 민사 소송에 따르면, 중국의 한 고위층이 당시 미국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한 미국 기업인에게 “대통령에게 로비해서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중국 국민을 중국으로 송환하도록 하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도 미국 기업인들에게 종종 미국정부에 압력을 가해 중국의 외교적, 경제적 이익을 지지하라는 편지를 보낸다.

2021년 중국의 한 고위층은 중국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목소리를 높여 미국정부가 중국에 대해 이성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을 추구하고, 무역·산업·기술전쟁을 중단하도록 압박하라.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침묵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중국과의 교류가 투명성, 정직성, 상호주의, 책임성의 원칙에 의해 관리되고 미국의 전략적 이익과 충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중국이나 다른 외국과의 파트너십이나 교류가 미국 주정부와 지방 커뮤니티에 경제적, 학술적, 문화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는 있지만, 조건이 따른다. 미국의 국가 정책에 반하거나 이를 훼손하는 협정에 서명하지 말라. 단기적으로는 귀하의 도시, 카운티, 주, 또는 비즈니스에 좋아 보일 수 있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라.

파트너가 누구인지, 그들의 자금이 어디서 나오는지, 어떤 외국 정부 기관이 그들에 대한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들의 동기를 평가하기 위해 실사를 수행하라. 외국의 정치 제도, 법률, 외교 관계 접근법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라. 중국의 지방정부 교류는 중국 정부 기관부터 기업, 문화 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관들을 포함할 수 있다. 그중 어느 것도 베이징의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외국 기관과의 협정서, 양해각서, 계약서, 파트너십 협정의 조건들은 다른 어떤 국가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투명하고, 공개적이며, 공개 토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가치에 반하거나 미국 이익과 충돌하는 것으로 보이는 제안들을 조심하라. 중국과의 자매도시 관계가 다른 외국과의 관계를 제약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끝으로, 연방정부의 각 부처 및 지역 FBI 사무소 등과 정보를 공유하며 정기적으로 소통하라. 외국 기관과의 협력이나 파트너십 제안에 대해 의문이나 의심이 생길 때, 그들에게 연락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