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화재는 정부 책임’ 청원 주도한 대학생 체포…긴장 고조
2025년 11월 28일 홍콩 신계 타이포 지구의 주거 단지인 왕푸코트 화재 현장에서 불에 탄 건물들. │ Chan Long Hei/AP Photo/연합 홍콩 경찰이 최근 발생한 치명적인 화재에 대한 정부 책임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하는 데 관여한 남성을 체포했다. 이를 계기로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여러 현지 언론 매체에 따르면, 대학생 마일스 관은 지난주 공공주택 단지를 집어삼킨 화재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한 후 홍콩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며 이후 체포됐다. 이 화재로 151명이 사망했고,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관의 청원은 네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생존자를 위한 안전한 주거지 확보, 독립적인 조사단 구성, 건설 안전 감독 검토, 그리고 정부 관계자들의 규제 실패에 대한 책임 추궁이다.
이 청원은 빠르게 탄력을 받아 당국이 폐쇄하기 전 1만 명 이상의 서명을 모았다. 관이 청원으로 연결되는 QR코드가 담긴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진이 현지 언론 홍콩프리프레스에 의해 게재됐다.
11월 28일(이하 현지시간) AFP와의 인터뷰에서 관은 자신의 요구사항들이 “매우 기본적인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생각들이 선동적이거나 ‘선을 넘는 것’으로 간주된다면, 무엇을 해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다. 나는 내가 진정으로 믿는 것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11월 29일 친베이징 성향의 홍콩 대공문휘미디어그룹은 관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홍콩프리프레스는 AFP 통신을 인용해 그가 12월 1일 청사완 경찰서를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시위대에 경고
중국의 홍콩 주재 국가안보사무소는 11월 29일 재난을 이용해 소요를 일으키는 모든 사람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겠다고 날카롭게 위협했다.
당국은 개인들이 이 화재를 이용해 홍콩을 “2019년의 혼란으로 되돌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2019년에는 민주화 시위대가 중국공산당 체제에 도전하며 정치적 위기를 초래했다.
당국은 “재난을 통해 홍콩을 교란하려는 반중 교란자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하고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11월 30일 홍콩 타이포에서 왕푸코트 주거 단지의 치명적인 화재 희생자들을 위한 임시 추모소에 꽃을 놓으러 온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다. │ Maxim Shemetov/Reuters/연합
치명적인 화재가 분노와 의문 촉발
11월 26일 시작된 화재는 타이포 지구의 왕푸코트 주거 단지를 집어삼켰으며 43시간 이상 지속됐다. 리노베이션을 위해 대나무 비계와 녹색 보호망으로 둘러싸인 40년 된 건물들은 주민들을 내부에 갇히게 만들었다. 많은 창문이 소음과 먼지를 막기 위해 폼보드로 밀봉돼 있어 밖에서 연기를 감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당국은 화재가 외부 비계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과실치사 혐의로 남성 3명을 체포했다. 이 3명은 보석으로 잠시 석방됐다가 홍콩 부패방지 당국이 아파트 단지의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관리자, 엔지니어링 컨설팅 업체 이사, 비계 하청업체 등 8명의 다른 용의자와 함께 그들을 다시 체포했다.

2025년 11월 29일 홍콩 신계 타이포 지구의 주거 단지인 왕푸코트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화재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현장 인근에서 꽃을 들고 있는 사람들. │ Chan Long Hei/AP Photo/연합
정치적 긴장 속에서 애도하는 도시
홍콩 전역에서 수천 명의 주민이 임시 추모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커뮤니티 센터는 꽃과 조의록, 그리고 조용히 눈물을 닦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대중의 슬픔은 깊지만, 불만도 끓어오르고 있다. 많은 조문객은 비극의 규모에 참담함을 느끼지만 정치적 파장에 대해서는 언급을 주저한다고 말했다.

2025년 11월 28일 홍콩 신계 타이포 지구의 주거 단지인 왕푸코트에서 시작된 화재 현장의 불에 탄 건물들. │ Chan Long Hei/AP Photo/연합
홍콩이 이 재난의 엄청난 인명 피해와 씨름하는 가운데, 청원 조직자의 체포는 위기를 새로운 단계로 전환시켰다. 대중의 애도가 국가보안법하에서의 합법적 표현의 경계에 대한 두려움과 점점 더 뒤섞이는 국면이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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