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① ‘지방’을 노리는 중국공산당
중국공산당의 올가미, ‘자매도시’

2020년 2월 8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전미주지사협회(the National Governors Association) 연례회의가 열렸다. 제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었다. 당시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가 섬뜩한 내용의 연설을 했다. 중국공산당(CCP)이 미국 주지사 50명 전원의 중국에 대한 태도를 평가하고 주지사별로 ‘우호적, 강성, 모호함’ 등으로 꼬리표를 달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지사들은 물론 그 주변의 인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변칙적 수단을 동원, 공작을 한다고 경고했다.
폼페이오는 중국과 거래를 하되 항상 그들의 의도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과의 수출입, 연금 기금 투자, 지하철 교통카드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으므로, 개별적으로 거래를 하지 말고 연방정부와 협의하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그는 특히 CCP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공자학원에 대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며, 중국은 미국에서 자유롭게 활동하지만 미국은 중국에서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냉전 이후 미국은 중국이 자유 민주국가로 변할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을 갖고 중국과 교류해 왔다. 폼페이오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시진핑 체제에서 중국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더 많은 억압, 대외적으로는 불공정한 경쟁과 더욱 적대적인 군사 태세가 현 중국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해 9월 23일, 위스콘신주 의회 연설에서 중국의 ‘침투 캠페인’을 더 구체적으로 경고했다. CCP가 연방정부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주 및 지방 정부(카운티, 시)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위스콘신과 캘리포니아 등 주(州)의회 의원들에게 반중 활동을 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날 연설에서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중국의 ‘자매도시’ 공작이었다. 그는 위스콘신의 여러 도시(Door County, La Crosse, Milwaukee, Richland Center)가 CCP의 ‘자매도시‘에 엮여서 통일전선공작에 이용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자매도시가 되면 CCP가 우호·친선·교류를 내세워 그 도시의 입법, 행정은 물론 학부모·교사 모임(PTA)에까지 전방위적으로 침투하게 된다.
미국 주지사 50명의 성향을 분석한 단체는 중국의 싱크탱크 D&C Think(北京民智文化發展戰略研究院)이다. 이 싱크탱크는 공식적으로는 중국 정부 소속이 아니지만, CCP 통일전선공작부와 협력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들은 주지사들뿐만 아니라 백악관 참모들의 성향을 조사한 보고서도 내는 등 미국 정치를 면밀히 해부하는 일련의 작업을 수행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 웹사이트는 물론 언론 보도를 샅샅이 뒤졌다. 주지사 성향 분석 보고서는 2019년 6월에 나왔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의 주 및 지방정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중국은 미국 연방정부는 물론 주정부, 이익집단, 주류 싱크탱크들의 중국에 대한 입장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하에서 미국 연방정부는 중국에 대해 강경하더라도, 미국은 연방 체제이므로 주(州)정부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주지사는 백악관의 명령을 무시할 수 있고, 일정한 외교적 독립성도 갖고 있다.“
보고서는 주지사들을 ‘우호적, 강성, 모호함’으로 분류하면서 나이, 성별, 소속 정당이나 단체, 경력과 함께 그들이 맡고 있는 주의 경제력, 위치, 중국과의 교역 수준도 조사했다. ’강성‘으로 분류된 주지사들은 ’인권 및 기타 문제‘에 대한 입장 때문이었다.
CCP가 이토록 미국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그에 입각해서 주 및 지방정부에까지 촉수를 뻗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의 국사(國師)라 불리며 CCP의 전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민대 진찬룽(金燦榮) 교수는 일찍이 2016년에 미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당 간부들에게 연설한 적이 있다.
그는 중국 공산정권이 미국을 전복하고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야심적이고 포괄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미국 의회를 장악하자,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 의회를 장악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미국 인구는 3억 1200만 명으로, 하원의원은 435명이다. 평균적으로 한 선거구의 유권자는 대략 75만 명이고, 투표율은 30%에 불과해 20만 명 정도가 의원을 선출한다. 대개 후보자들 간 득표수 차이가 크지 않다. 결국 1만 표나 수천 표 정도만 손에 쥐고 있다면 의원의 당락을 결정할 수 있다. 그 의원은 우리를 섬겨야 한다. 이렇게 미국 의회를 중국 제2의 상무위원회로 만들 수 있다. 이게 바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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