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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기업들, 희토류 생산 경쟁…중국 독점 체제 흔들리나

2025년 12월 12일 오전 7:28
미국 와이오밍주에 있는 한 희토류 광산의 모습. | John Haughey/The Epoch Times미국 와이오밍주에 있는 한 희토류 광산의 모습. | John Haughey/The Epoch Times

실리콘밸리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영국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타트업이 중국 공산당의 핵심 광물 수출 제한에 대응할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2월 1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서쪽의 한 산업지대에 위치한 브림스톤(Brimstone)이라는 스타트업이 자체 화학 기술과 기성 장비로 휘록암을 가공하여, 알루미늄·마그네슘 등 광물을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험실에서는 보호복을 착용한 작업자들이 비커, 가마, 시험을 기다리는 광물 샘플 사이를 오가며 성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루에 담긴 휘록암과 칼슘 규산염 기반 암석이 뒤뜰과 사무실 곳곳에 쌓여 있다.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여러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이 미국의 전략적 금속 공급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핵심 광물 개발에 뛰어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역대급 민간 투자와 인공지능(AI) 기술의 적극적 도입이 맞물려 산업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자율주행차 개발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은 이제 그들의 수학적 알고리즘을 핵심 광물 탐사에 적용하고 있으며, 기업가들은 AI를 활용해 광물 탐사의 성공률을 높이고, 핵심 광물의 특성을 모사할 수 있는 합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비용 낮추고 수익 높이는 공정 개발이 핵심

2023년 이후 베이징 당국이 핵심 광물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특히 2025년 4월부터 시행된 보다 엄격한 조치들이 미국 전 산업 분야 제조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기업들은 생산을 일시 중단하거나 새로운 공급업체를 찾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더 높은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의 최근 보고서는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베이징은 다시 한번 희토류 등 핵심 자원을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권과 산업계에서는 이미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산업 생산과 국방 부품 제조에 필수적인 광물 공급이 제한될 경우, 국가 경제와 안보 전반에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미국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었지만, 중국산 저가 광물의 급격한 유입으로 가격이 폭락하자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퇴출됐다. 현재 중국은 스마트폰·자동차·항공기·위성 등 다양한 산업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의 채굴·정제 과정에서 고위험·저수익 구조의 글로벌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브림스톤의 최고경영자 코디 핑크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려면 비용을 낮추고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핑크는 브림스톤이 동일한 암석·장비·화학 공정을 활용해 다양한 광물을 처리할 수 있으며, 그 비용이 기존 방식보다 약 40%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전면 양산에 들어가면 에너지 비용도 30~50%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년에 설립된 브림스톤은 원래 저탄소 시멘트 생산 기업이었으나, 최근에는 일반 암석에서 핵심 광물을 추출하는 기술 기업으로 전환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아마존과 빌 게이츠 등으로부터 8000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상태다.

스타트업이 돌파구 될까?

데이터 제공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2025년 들어 미국의 핵심 광물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는 6억 달러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통제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를 기술 혁신으로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핵심 광물 안보 프로그램’의 책임자 그레이슬린 바스카라린은 “미국이 이 분야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려면 스타트업의 혁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핵심은 기술이 가능하냐가 아니라 경제성이 있느냐가 문제”라며 “모두가 광물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경제적 현실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도 교수와 학생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AI를 활용해 광산 기업의 시추 효율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참여했던 제프 카에르스는 팀을 꾸려 광물 탐사 및 의사결정을 돕는 새로운 탐사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스탠퍼드 출신의 스타트업 ‘테라 AI’ 창업자 존 먼은 AI를 활용해 어디를시추해야 할지 찾아내는 기술을 상업화하고 있다. 더 정교한 지하 자원 데이터와 채굴 수익성 분석을 제공함으로써 시추 성공률을 크게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영국에서는 스타트업 ‘밀버스 어드벤스드(Milvus Advanced)’가 실험실에서 핵심 광물을 대체할 합금을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창업자 아시아 카스디는 금속염을 물에 녹인 뒤, 내구성·전도성 등 특정 광물이 갖는 성질을 구현할 수 있는 성분과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백금·은·인듐을 대체할 수 있는 신형 합금 제조 공정을 개발했다.

해당 연구는 학계와 미국 국가연구소에서도 성과가 보고되고 있지만, 이를 상업화 단계까지 끌어올린 기업은 밀버스 어드밴스드가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카스디는 “새로운 합금은 기존 시장 가격보다 최소 70% 저렴하게 생산된다”며, “베이징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스타트업 중심의 혁신이 실질적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 견해도 존재한다.
콜로라도광업대학교의 광물 가공 전문가 코비 앤더슨은 ‘월스트리트저널’에 “현재 우리가 부족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진짜 전문 인력”이라며, “여러 세대에 걸쳐 실제 광물 처리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희토류 공급망 자립을 위해 지난 11월 3일 관련 기업에 총 14억 달러(약 1조9000억원)를 직접 지분투자 방식으로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