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신장 위구르 수용소 목숨 걸고 직접 촬영한 中 청년, 미국서 추방 위기

2025년 12월 15일 오후 2:45

2020년 촬영, 이듬해 중국 탈출 후 유튜브 공개
외신 접근 차단됐던 위구르 강제수용소 실체 폭로
자유 찾아 미국 도착, 망명 신청 후 생계 유지하다가 이민당국에 체포

신장 위구르족 강제 수용소의 실체를 전 세계에 알린 중국인 활동가가 중국으로 강제 송환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의 인권단체 ‘중국인권(HRiC)’은 13일(현지시각) 뉴욕의 한 교도소에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인 관헝(關恆·38)의 근황을 전하며, 그가 위구르 수용소 영상을 촬영하고 중국을 탈출해 미국으로 밀입국한 과정과 현재 추방 위기에 처한 상황을 상세히 밝혔다.

중국 허난성 난양 출신 관헝은 2020년 10월 외부인의 접근이 차단된 신장(新疆) 지역에 잠입해 위구르족과 반체제 인사들이 수감된 것으로 의심되는 강제수용소 시설을 촬영했다. 그가 확보한 영상은 다수 외신에 보도됐고, 신장 지역 인권 탄압을 입증하는 핵심 자료로 활용됐다.

관헝이 직접 제작한 다큐멘터리 ‘신장 수용소를 찾아서’라는 영상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그의 용감한 행동은 2020년 미국 매체 ‘버즈피드’의 기사가 계기가 됐다. 이 기사에서는 위성 사진을 분석해 신장 전역의 수용소 위치를 추적했다.

당시 국제사회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있었다. 그러나 당국의 통제로 인해 외신은 신장 지역에 대한 접근이 차단돼 있었다. 이때 관헝은 ‘외국 기자는 못 가지만, 나는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가 일종의 시민 기자를 자처한 것은 이른 시기부터 중국 공산당의 인터넷 검열을 우회해 해외 정보를 접하며 중국에서는 감춰졌던 역사적 사건들, 1960년대 대약진 운동과 그 실패로 인한 대기근과 1989년 톈안먼 사태 등을 알게 된 것이 기반이 됐다. 몸은 중국에 묶여 있지만 그의 정신은 자유로운 세계에 머무는 이른바 ‘반체제 인사’가 된 셈이다.

관헝은 먼저 수용소의 실제 위치와 주변 환경을 확인하기 위해 같은 해 10월 망원 렌즈가 장착된 캠코더를 빌려 차량으로 신장 지역을 돌았다. 사흘 동안 하미, 무레이, 지무싸얼, 푸캉, 우루무치, 다반청, 쿠얼러 등지를 이동하며 위성지도에서 회색·노란색·빨간색으로 표시된 ‘구금시설 의심 지점’을 육안으로 확인했다.

신장 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의 가오커루 인근에선 대규모 수용시설을 발견했다. 높은 담장과 철조망, 감시탑을 갖춘 건물에는 ‘노동개조, 문화개조’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제공하는 ‘바이두 지도’에는 이 일대가 공백으로 처리돼 있었다.

우루무치 남동쪽 다반청에서는 버즈피드뉴스에서 ‘고위험 시설’로 분류한 수용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도로에서 한참 떨어진 황무지에 위치해 접근이 어려웠다. 관헝은 감시를 피해 흙 둔덕을 기어오르며 아직 개소 전으로 보이는 신축 시설을 촬영했다.

신장 우루무치의 가오커루 인근에선 대규모 수용시설, 높은 장벽과 철조망이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졌다. | 화면 캡처

관헝이 촬영한 신장 쿠얼러시 인근의 신축 강제 수용시설 | 화면 캡처

쿠얼러 동쪽 교외에서도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은 군사시설을 포착했다. 시설 뒤편에 감시탑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별도의 대규모 수용시설이 있었다. 코를라로도 불리는 이 지역은 ‘과일의 고향’으로 불리는 관광지였지만, 관헝의 발로 뛰는 카메라 앞에 감춰진 얼굴을 드러냈다.

이 여정은 극도의 위험을 동반했다. 관광객이 접근할 이유가 없는 지역이었고, 적발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촬영을 시도하다가 그의 행적을 수상히 여긴 군부대 인근 상점 주인에게 들킬 뻔한 적도 있었다. 관헝은 기지를 발휘, 일부러 공터에서 과격하게 운전하며 차량 성능을 테스트하러 한적한 곳을 찾은 사람처럼 행동해 의심을 피하고 위기를 모면했다.

“중국에선 공개할 수 없는 영상”…목숨 건 탈출

관헝은 촬영한 영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2021년 7월 중국을 떠났다. 그는 광둥성 선전시 최남단 서커우를 거쳐 홍콩을 통해 출국했다. 우선 중국 여권으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남미의 에콰도르에 도착한 후 다시 바하마로 이동했다. 최종 목적지는 미국이었다. 구글 지도로 확인한 바하마와 미국 플로리다 간 해상 거리는 약 136km였다.

관헝은 3천 달러를 주고 산 소형 고무보트와 소형 엔진에 의존해 바다로 나섰다. 그는 바다에서 가장 큰 위협은 파도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조립한 허술한 엔진이었다고 회상했다. 엔진이 작아, 흔들리는 배 위에서 여러 번 연료를 주입해야 했다. 사방으로 휘발유가 튄 탓에 작은 불꽃 하나에도 엔진이 폭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3시간을 표류한 끝에 그는 다음 날 새벽 플로리다 해안에 도착했다. 같은 해 10월 5일, 관헝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신장 수용소 촬영 영상을 공개했다. 중국인이 직접 촬영한 현장 영상은 다수의 서방 언론에 보도됐고, 버즈피드뉴스 기사를 실증하는 핵심 증거가 됐다.

거대한 권력 집단이 감추려는 비밀을 전 세계에 폭로한 대가는 작지 않았다. 관헝은 중국 공산당 당국으로 추정되는 세력의 사이버 공격과 온라인 집단 괴롭힘에 시달렸다. 친공산주의 성향의 유튜버가 그의 신상을 추적해 온라인에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에 남은 가족과 친지들은 국가안전 당국의 감시와 위협을 받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여러 차례 연행돼 조사를 받았고, 친척들도 각각 당국에 불려 심문을 당했다. 고모와 고모부도 조사 과정에서 극심한 심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토와 연락이 끊긴 관헝은 뒤늦게야 이 사실을 알았다. 그는 지난 3년간 홀로 고독함을 견디며, 난민 신청자 신분으로 취업 허가를 받아 생계를 해결해야 했다.

중국계 부부 집에서 세입자 생활 중 체포…추방 위기

올해 8월 관헝은 뉴욕주 북부 소도시의 한 중국계 이민자 부부 집에 세입자로 거주하다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됐다. 체포 당시 신분 증명을 위해 난민 신청 서류와 취업 허가 서류를 제출했지만, 뉴욕주 이민국(USCIS)에 등록된 그의 신분은 소용 없었다. 그는 “바다를 통해 밀입국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추방 절차로 넘겨졌다.

버즈피드뉴스 기자들은 이 소식을 접한 뒤 공동 서한을 작성해 그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들은 “관헝은 막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우리의 조사에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관헝의 영상이 다반청 지역의 신축 시설을 폭로해, 중국 정부가 주장해 온 ‘재교육 수용소 폐쇄’가 사실이 아님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관헝의 망명 신청에 대한 심리는 15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다. 국제 인권단체와 언론계 인사들은 그가 중국으로 송환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석방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