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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사법당국 “정상적 범위 넘어섰다” 판단…중국인 대리모 출산에 제동

중국의 부유층이나 중국 공산당 고위 관료들이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자녀를 얻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미국 당국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할 ‘대가족’을 구축하려는 목적에서부터, 대리모를 통해 얻은 딸을 ‘세계적 지도자’와 결혼시키겠다는 야심까지 거론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게임 제작사 두오이 네트워크 대표 쉬보는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자녀만 100명이 넘는다. 그는 미국에서 대리모 출생아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쉬보는 2023년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대리모 모집 공고를 내고 “우수한 아들 50명을 낳아 사회적 엘리트로 키우겠다”며 나이와 키, 외모 등 모집 대상 여성의 신체 조건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대리모 출산으로 10명 가까운 아이를 얻었다. 미국에서 외국인 부모의 대리모 출산은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과도한 대리모 출산은 미국 사법당국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WSJ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가정법원 판사는 “정상적인 양육 범위를 넘어선 행위”라며 쉬보가 제기한 양육권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쉬보의 이름은 대리모 관련 소송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는데, 당시 그는 4명에 대한 양육권을 요구하고 있었으며 이미 대리모 출산아 8명을 데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의 출석 요구에 화상으로 참석한 그는 “사업을 물려받을 미국 태생 아이 20명 정도를 대리모를 통해 확보하는 게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육권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태어난 아이들은 법적 지위가 불분명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대리모 출산이나 정자 기증을 통해 다수의 자녀를 두는 사례가 중국 부호층만의 현상은 아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대리 출산 등을 통해 14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메신저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는 정자 기증으로 그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아이가 수십 명 이상 태어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이들의 사례는 인구 감소에 대한 문제의식 혹은 제도권 내 개인적 선택의 영역에 머무는 반면, 중국 부호들의 경우 미국 시민권 제도와 일부 주에서 대리모 출산이 허용되는 점을 산업적·조직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LA 인근에 中 고위층 ‘내연녀 마을’…WSJ도 “경찰, 수상한 저택 급습” 보도

중국 투자사 XJ 인터내셔널 홀딩스의 전 회장 왕후이우는 지난 수년간 미국의 모델·음악가 등으로부터 수만 달러를 들여 난자를 구입해 대리모 출산으로 딸 10명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왕 회장은 이 딸들을 권력자나 지도자급 인사와 혼인할 수 있는 여성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수요를 뒷받침하는 산업 구조도 이미 형성돼 있다. 중국에서는 해외 대리모 출산을 중개하는 브로커들이 성업 중이다. 이들은 아이 한 명당 최대 20만 달러(약 3억원)를 받고 중국인의 유전 물질을 해외로 운송해 대리모 출산을 대행하고 있다.

이들의 주된 목적지는 미국이다. 미국은 수정헌법 제14조의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부모의 국적과 관계없이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중국 부호들뿐 아니라 고위 관료의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2023년에는 중국 공산당 전 외교부장 친강이 17세 연하의 내연녀와 함께,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중공 고위층의 빈번한 불륜과 대리모 출산 의혹이 증폭됐다.

친강은 시진핑 중공 총서기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했으나 2023년 돌연 경질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대리모 출산 문제가 경질 사유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공 부패 관료들이 내연녀를 해외로 보내 거주하게 하는 관행은 낯설지 않다. 중화권 언론에서는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의 일부 경치 좋은 교외 지역이 ‘내연녀 마을’로 불린다는 폭로가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WSJ 역시 지난 8월 ‘대리모 출생아들로 가득 찬 LA 저택의 미스터리’라는 기사를 통해 이 사안을 파헤쳤다. 보도에 따르면 LA 경찰은 아동 학대 의심 사건을 추적하던 과정에서 중국계가 많이 거주하는 LA 인근의 호화 저택을 급습했다.

경찰은 이곳에서 3세 이하 아이 15명을 발견했고, 인근 또 다른 저택에서 6명의 아이를 추가로 발견했다. 수사 결과 아이들의 출생증명서에는 모두 동일한 중국인 남녀가 부모로 등록돼 있었으며, 이들은 중국 현지 고객을 대리하는 브로커로 추정됐다.

이 같은 현상은 사회적 충격을 넘어 미국 정부의 관심도 끌고 있다. 연방 상원의원 릭 스콧은 일부 외국인의 미국 내 대리모 출산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계류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취임 직후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 이른바 ‘출산 관광 금지령’을 내렸으나 연방지방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단만을 남겨둔 상태다. 대법원은 올해 안에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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