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미 UC버클리, 연구장비 잇단 파손에 ‘비밀 카메라’ 설치…중국계 박사과정생 체포

2025년 12월 12일 오전 11:50
미국 UC버클리대 전기공학컴퓨터공학 실험실이 위치한 코리 홀 건물 | 퍼블릭 도메인미국 UC버클리대 전기공학컴퓨터공학 실험실이 위치한 코리 홀 건물 | 퍼블릭 도메인

대학 경찰 당국, ‘고의 파손’ 혐의 중국계 체포
동료 연구 방해 목적 추측…캠퍼스 내 신뢰 훼손 논란
이민자 커뮤니티 ‘적대감 주입하는 中 교육’ 폐해 자성도

미국 명문대 전자공학 실험실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장비 파손이 반복돼 학교 측이 은밀히 CCTV를 설치한 결과, 이 대학 중국계 박사과정생이 장비를 고의로 손상시켜 온 사실이 드러났다.

11일(현지시각) 머큐리뉴스와 SF게이트 등 캘리포니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UC 버클리 대학 경찰(UCPD)은 이 대학 전기공학·컴퓨터공학(EECS)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중국계 저우자루이(26)를 기물 훼손 혐의(중범죄)로 체포했다.

저우는 실험실 컴퓨터를 반복적으로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지난 수년간 누적된 피해액은 장비 비용만 총 4만6855달러(약 6530만원)로 추산됐다. 첫 공판은 이달 15일 열릴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이 벌어진 곳은 전력전자 실험실로 수년간 특정 박사과정생이 사용하는 컴퓨터와 장비에만 고장이 집중됐다. 담당 교수는 이를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학교 승인하에 실험실에 위장형 CCTV를 설치했다.

평범한 노트북으로 보이도록 꾸며진 이 장비에는 저우가 지난달 9~10일 동료의 노트북에 정체불명의 장치를 꽂은 후 불꽃이 튀며 기기가 손상되는 장면이 고스란히 촬영됐다. 이 영상은 경찰이 기소를 결정하는 핵심 증거가 됐다.

경찰은 영상을 토대로 우선 컴퓨터 3대 파손 혐의만 적용해 지난달 12일 저우를 체포했으나, 공식 수사 기록에는 아직 명확한 범행 동기를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지난 수년간 파손이 특정 박사과정생의 장비에만 집중됐다는 점, 실험 일정에 맞춰 발생했다는 점에서 저우가 장기간에 걸쳐 ‘표적 훼손’을 이어온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 역시 학교 측 관계자를 취재해 “경쟁 박사과정생의 연구를 고의로 방해하려 했다”는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저우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그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 고성능 하이브리드 스위칭 커패시터 컨버터 설계, 고성능 회로 레이아웃 및 조립 기술, 회로 소자 성능 분석 등을 연구해 왔으며, 관련 분야에서 여러 상을 받은 이력이 소개됐다.

사건이 발생한 실험실은 고효율 스위칭 커패시터 변환기, 하이브리드 변환기, 다단계 변환기, 전원관리 집적회로(PMIC) 등을 다루는 고가의 맞춤형 테스트 장비를 다수 운용하고 있다. 그간 이런 장비 상당수가 장기간 사용 불능 상태가 됐다는 게 교수 측 설명이다.

SF게이트에 따르면, UC 버클리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캠퍼스 안전, 연구자 간 신뢰, 실험실 이용 권한과 장비 관리 체계를 둘러싼 논쟁이 불붙는 분위기다. 단순한 기물 훼손을 넘어 개방적 협업 문화를 뿌리째 흔드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이 대학 실험실들은 연구 특성상 개개인에 맞춘 고가의 장비가 많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개방적인 운영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경우, 협업 환경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중국계 유학생·이민자 사회에서도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중국어권 온라인 커뮤니티인 신미명공간 게시판(newmitbbs)에서는 “어릴 때부터 경쟁심과 적대감을 주입하는 (중국 공산당식) 교육으로 전통적 윤리가 무너진 결과”라는 자성 섞인 비판이 제기됐다. “한 사람의 일탈로 중국계 전체가 도덕성 논란에 휘말려선 안 된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