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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으로 회귀” 美국무부, 외교 문건 다시 ‘타임스뉴로먼’ 글꼴로

2025년 12월 11일 오후 4:06
미국 외교 수장인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 UPI/연합뉴스미국 외교 수장인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 UPI/연합뉴스

“외교 문서의 전문성·통일성 회복” 명분…다양성 정책 철회 흐름
바이든 행정부 시절, 고딕체 해당하는 ‘칼리브리’체로 변경

미국 국무부가 모든 공식 외교 문서에서 ‘타임스뉴로먼'(Times New Roman) 글꼴을 다시 사용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임 토니 블링컨 장관 시절 단행된 외교 문서 글꼴의 ‘캘리브리'(Calibri)체 전환을 폐기한 조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각)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러한 지침을 담은 공문을 전 세계 외교공관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문에서 루비오 장관은 캘리브리체 도입에 관해 “불필요한 DEIA(다양성·형평성·포용성·접근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진 소모적 결정이었다”고 비판하며, 이번 조치를 “미국 외교 문서의 표준을 전통과 엄정함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임스뉴로먼체, 로마 시대 전통 계승…전문성과 품격의 상징

타임스뉴로먼체는 1930년대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가 인쇄 효율과 가독성 향상을 위해 개발했으며, 이후 학술·정부·법률 문서에서 전통적이고 공식적인 글꼴로 자리 잡아 왔다. 영미권 대학원생들에게는 논문에 꼭 사용해야 하는 ‘필수 서체’로도 불린다.

미 국무부는 공문에서 “타이포그래피(서체 배열)는 공식 문건의 전문성을 형성하는 요소”라며 타임스뉴로먼은 구조가 안정적이고 엄정한 인상을 주는 반면, 캘리브리는 상대적으로 비공식적인 글꼴이라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타임스뉴로먼 글꼴로의 환원이 “국무부 문서의 품위와 전문성을 회복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외교는 하나의 목소리로’라는 지침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국제 타이포그래피협회(ATypI), 영국표준협회의 활자체 분류 기준에 따르면 영문 글꼴은 크게 삐침(serif·세리프)의 존재 여부에 따라 ‘세리프’와 ‘산세리프’(sans-serif)로 나뉜다. 산세리프의 ‘산’(sans)은 ‘~이 없는’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에포크타임스의 영문명과 사명인 진실, 전통, 희망을 각각 ‘타임스뉴로먼’체(위)와 ‘캘리브리’체(아래)로 표기한 비교표 | 그래픽/에포크타임스

‘타임스뉴로먼’은 삐침이 있는 세리프체의 대표적 글꼴 가운데 하나다. 한글의 바탕체 혹은 명조체에 비견될 수 있다. 가독성이 높으면서도 공간 활용이 효율적이다. ‘로먼’이라는 단어에서 나타나듯 로마 시대의 석각 문자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문자의 비율도 로마 시대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캘리브리’는 획 끝에 장식적인 삐침이 없는 산세리프체에 속한다. 획의 굵기가 일정하고 단순해 디지털 화면에 적합하다. 직장인들에게는 MS 오피스의 기본 글꼴로 친숙하다. 한글 서체 중에는 고딕이나 돋움체에 가깝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환경에서는 사실상 ‘맑은 고딕’에 해당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다양성’ 기조와 맞물린 조치

블링컨 전 장관은 2023년 초 ‘캘리브리’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당시 국무부는 “시각장애 등 특정 장애가 있는 이용자에게 산세리프 글꼴이 더 읽기 쉽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접근성 향상 조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연방정부 DEI 프로그램 전반을 정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루비오 장관의 이번 서체 복원 명령 역시 DEI 축소 정책 기조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DEI 정책은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확산됐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백인 남성을 역차별하고 업무의 능력주의를 훼손한다”는 반발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