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美, 대만에 반도체 관세 면제 기준 제시…한국 협상 ‘기준점’ 될 듯

2026년 01월 16일 오전 10:14
미 백악관 | 연합뉴스미 백악관 | 연합뉴스

미, 투자 승인 물량 무관세 허용, 삼성·SK 투자 평가가 관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 부과 계획의 윤곽을 단계적으로 제시하면서, 한국이 반도체 관세 우대를 구체화하기 위한 추가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주요 반도체 생산국 가운데 대만에 대해 대미 투자와 연동한 관세 면제·우대의 기본 틀을 먼저 제시했으며, 한국에 대해서는 향후 한미 협상을 통해 적용 방식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표한 반도체 관세 방침이 ‘1단계 조치’에 해당하며, 추가 발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반도체 전반에 품목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방침을 유지하면서, 관세 수준과 면제·우대 범위는 국가별 협상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자국 내 생산 확대를 목표로, 대만 기업의 대미 투자를 관세 혜택과 연계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설하는 대만 기업의 경우, 미 상무부가 투자 계획을 승인하면 시설 건설 기간 동안 신규 생산능력의 최대 2.5배까지 반도체를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당 한도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우대 관세율이 적용되는 구조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이 완공된 이후에는, 승인된 신규 생산능력의 일정 배수까지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틀 아래에서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약 2,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고, 대만 정부가 동일한 규모의 신용보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대만에 대해 제시한 이 같은 투자 연계 관세 혜택 구조는 향후 한미 간 반도체 관세 협상에서 사실상의 기준 사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했지만, 당시에는 미국의 반도체 관세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로 인해 한국 정부는 관세 면제 수준이나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못한 채, 다른 국가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는다는 원칙적 합의에 그쳤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반도체 관세 적용 시 ‘반도체 교역 규모가 한국 이상인 국가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한국에 적용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는 대만 등 주요 경쟁국보다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이러한 원칙이 실제 관세 면제나 우대 조건으로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은 대만에 대해서도 관세 혜택의 기본 방향만 제시했을 뿐, 세부 이행 기준과 절차는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정부와 업계는 향후 한미 협상을 통해 대만 사례에 준하는 적용이 가능할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은 대만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조선업 전용 금융 지원이며,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에너지·첨단산업 등을 포함한 정부 차원의 포괄적 투자다. 반면 대만의 투자 약속은 반도체 산업에 보다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차이가 있다.

민간 차원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 공장에 대한 투자 계획을 확대해 2030년까지 총 37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약 38억7천만 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러한 한국 기업의 투자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 관세 혜택을 부여할지는 향후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반도체 관세는 국가별 협상이 마무리된 이후 시행될 예정이어서, 한국에는 일정한 협상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관세 협상을 담당하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관세 혜택이 투자 승인과 직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대만과의 협의 내용을 설명하며 “상무부가 투자 계획을 승인하면, 그 수량의 일정 배수만큼의 반도체를 무관세로 들여올 수 있다”고 말해, 관세 우대의 최종 판단 권한이 미국 정부에 있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