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최태원 “한일 경제공동체” 제안…1경원 시장 열리나

2025년 12월 14일 오후 12:21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美·EU·中 이어 세계 4위 경제권 부상 가능성
에너지·반도체·첨단산업 협력 시 생산성·비용 구조 동시 개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한일 경제 협력의 파급 효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경제적으로 연대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기준 약 7조 달러, 원화로 약 1경 원 규모의 거대 시장이 형성돼 미국·유럽연합(EU)·중국에 이은 세계 4위 경제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4일 재계와 학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제주에서 열린 한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에너지 공동 구매, 첨단산업 협력, 인적 교류 확대 등을 골자로 한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을 제시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공동 구매를, 제도 측면에서는 EU의 솅겐조약과 유사한 상호 이동 편의 확대 방안도 언급했다.

한국의 GDP는 약 1조8천억 달러, 일본은 약 4조2천억 달러로 양국을 단순 합산하면 6조 달러를 넘어선다. 협력 심화와 시장 확장 효과까지 반영할 경우 7조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는 미국(약 30조 달러), EU(약 20조 달러), 중국(약 19조 달러)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한일이 서로를 제2의 내수 시장처럼 활용할 수 있다면 고령화와 성장 둔화 국면에서도 생산성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산업 혁신과 스타트업 창출 여건도 개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은 보호무역 강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수출 중심 성장 전략이 제약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의 경제 연대는 한국 경제의 대안 전략으로 거론된다. 한일 양국은 이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제에서 협력한 경험이 있으며, 공동 경제권을 구축할 경우 글로벌 보호주의 흐름에 대한 완충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경제협력 확대 시 한국의 GDP 증가 효과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0.76%,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개방 확대 0.87%,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0.92%,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1.15%로 추산된다.

최 회장이 우선 협력 분야로 제시한 에너지 공동 구매는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되는 분야로 꼽힌다. 일본은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비중 16%, 한국은 11%를 차지해 공동 구매 시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요국이 된다. 미국이 추진 중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양국이 공동 대응할 경우 투자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리적 여건상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 부담이 큰 한일 양국이 수소·암모니아·탈탄소 기술 등에서 협력할 경우 재생에너지 분야의 경쟁력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일을 축으로 중국과 몽골까지 연결하는 ‘동북아 슈퍼 그리드’ 구상 역시 비상시 전력 안정성 확보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대안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통 에너지부터 신재생·탈탄소 분야까지 협력 여지가 매우 크다”며 “동북아 슈퍼 그리드는 한일이 긴밀히 협력할 경우 가장 큰 편익이 발생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외에도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기술 협력, 의료 인프라 공유, 관광 패키지 개발, 벤처·스타트업 공동 육성 등이 협력 과제로 제시된다. 양국 기업의 글로벌 생산기지와 공급망이 이미 아시아와 미국, 유럽 전반으로 확장돼 있는 만큼 협력이 해외 시장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지평 교수는 “한일 경제연대의 실효성은 글로벌 규칙의 단순한 추종자에서 규칙 제정자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며 “주요국이 경쟁 방식을 일방적으로 바꿀 때 한일 연대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통해 에너지와 첨단산업, 서비스 전반의 비용 구조를 낮출 수 있다”며 “저비용 구조 사회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측에서는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지만, 재계와 언론을 중심으로 신중한 긍정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재계는 에너지 공동구매와 반도체·공급망 등 실무적 협력에는 실익이 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으며, 주요 언론도 경제적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경제공동체’라는 정치적 표현에 대해서는 단계적·분야별 협력이 현실적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