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분석]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충격…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2025년 11월 03일 오전 10:52
이 일러스트는 2025년 5월 16일, 휴대전화 화면에 표시된 AI(인공지능) 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재 네트워크 기업 와이파이 탤런츠(Wifi Talents) 에 따르면, 2025년에는 고객 서비스 분야의 70%가 AI를 활용한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Oleksii Pydsosonnii/The Epoch Times이 일러스트는 2025년 5월 16일, 휴대전화 화면에 표시된 AI(인공지능) 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재 네트워크 기업 와이파이 탤런츠(Wifi Talents) 에 따르면, 2025년에는 고객 서비스 분야의 70%가 AI를 활용한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Oleksii Pydsosonnii/The Epoch Times

최근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며, 수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번 조치의 이유로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입과 자동화 확대를 꼽았다.

전문가들은 “전체 일자리 중 상당 부분은 기계로 대체될 수 없지만, AI는 사무직·분석직 같은 화이트칼라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고, 로봇 기술은 육체노동 중심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마존(Amazon) 은 10월 28일, 기업 운영의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약 1만 4000개의 본사 직군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UPS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3만 4000개의 운영직 일자리를 줄였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발표했던 2만 명 감원 계획보다 훨씬 큰 규모로, “효율성 제고”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네슬레는 10월 16일, 향후 2년간 전 세계적으로 1만 60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할 예정이라며, 공유 서비스 확대와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8월,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CEO 마크 베니오프는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회사가 약 4000명의 고객지원 직원을 AI 상담 시스템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주로 경제 불황기에 인력 감축을 단행했지만, 이번 감원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AI 확산이 일 자체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전의 자동화가 인간의 신체 기능을 모방해 반복적이거나 단순한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AI는 인간 두뇌의 인지 능력 획득을 목표로 한다.
AI는 단순히 반복 작업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하고, 분석하며, 스스로 판단과 결정을 내린다.

신체 노동을 대신하는 기계 자동화와 두뇌의 사고 기능을 대체하는 인지 자동화, 이 두 가지 흐름이 결합되면서 비숙련직과 숙련직 모두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그 결과 어떤 일자리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고, 어떤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감원 발표문에서 AI의 영향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업들은 AI로 인해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혁신을 이루어 내고 있다. 우리는 고객과 비즈니스를 위해 가능한 한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조직을 더 효율적이고 단순하게 만들고,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며, 책임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확신한다.”

다만 앤디 재시 아마존 CEO 는 10월 30일 실적 발표 회의에서, 이번 감원은 “AI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AI

중앙은행, 그리고 여러 싱크탱크들은 AI가 노동 현장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2023년 초에 이미 미국 노동시장 전반에 널리 퍼져 있었다.
챗GPT와 같은 도구들이 브라우저, 오피스 프로그램, 검색엔진 등에 통합되면서,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이 대형 언어모델(LLM)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컴퓨터·수학 관련 직군처럼 생성형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분야일수록, 실업률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우리 연구 결과는 AI가 주도하는 일자리 대체가 이미 초기 단계에 들어섰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과거의 기술 혁신이 주로 제조업이나 사무직의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했다면, 이제 생성형 AI는 지식 노동자가 맡아온 사고·분석 중심의 업무까지 겨냥하고 있다. 즉, 그동안 가장 안정적이라고 여겨졌던 일자리들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미국 근로자의 약 30%가 생성형 AI로 인해 업무의 절반 이상이 변화하거나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됐다.
과거의 자동화가 주로 블루칼라(육체노동) 직종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번에는 인지적·비정형 업무, 즉 중·고소득 전문직 영역까지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슷한 예측은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에서도 제시됐다. 이 기관은 AI와 로봇 기술의 결합(통합 자동화)으로 인해 2030년까지 미국 내 최대 5400만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AI의 대규모 확산으로 인해 미국 전체 노동력의 약 6~7%가 대체될 수 있으며, 이는 수백만 개의 일자리 손실에 해당한다.

골드만삭스의 경제학자들은 “노동 절약형 기술로 인해 생산성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단기 실업률이 약 0.3%포인트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체될 위험이 가장 높은 직종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HRM)가 4월 25일 발표한 연구에서는, AI가 미칠 일자리별 영향을 세부적으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일자리의 약 12.6%, 즉 1920만 개에 달하는 직종이 인공지능(AI) 자동화로 인해 대체될 위험이 높은 수준으로 분류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블루칼라(육체노동) 직종의 14%, 화이트칼라(사무직) 직종의 12.3%, 그리고 서비스업 직종의 12.1%가 자동화로 인한 대체 위험이 높거나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기술의 확산이 특정 산업군을 넘어 노동시장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풀이된다.

한편, 프리랜서 플랫폼 업워크(Upwork)는 6월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120개 직업군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의료·임상 분야, 창의적 직종(예: 예술·콘텐츠 제작), 그리고 숙련 기술직(예: 전기·설비·정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

AI가 바꾸는 ‘기술의 본질’

2024년 12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에 따르면, AI는 기업의 노동 수요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는 자동화되기 쉬운 업무에서는 복잡한 일을 단순하게 만들어, 전문 기술 인력의 필요성을 줄인다.

반대로,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업무에서는 생산성이 높아짐에 따라,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융합 기술과 전문 역량이 필요해진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생성형 AI가 계속 진화함에 따라, 노동 수요에 미치는 그 비균질적 영향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정책입안자와 기업은 ‘자동화’에 따른 인력 감축과 ‘융합 기술’에 따른 인력 수요 증가라는 두 가지 힘을 동시에 인식해야 하며, 노동자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대비시켜야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세모글루와 동료 연구진은 ‘노동경제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AI를 도입한 기업들은 비(非)AI 관련 직무의 신규 채용을 줄이고, 기존 직무에서도 필요 기술을 전반적으로 재편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콘텐츠 최적화 전문 회사인 에피익(Epiic)의 창립자이자 CEO인 앤디 젠케비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AI로 인한 대규모 실업 공포는 과장되어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협력 중인 주요 기술 기업과 디지털 마케팅 회사도 ‘감원’보다는 ‘직무 변화’가 중심이다.
예를 들어, 신입 카피라이터가 ‘AI 콘텐츠 에디터’로 변신해, 프롬프트 작성, 사실 검증, AI 생성 문안의 편집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전체 일자리 중 약 2.5% 정도만이 실제로 완전한 AI 자동화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하며, “전 과정의 완전한 자동화는 언론에서 말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젠케비치는 “현재 전체 일자리의 3분의 1 이상이 ‘기술적 이해력과 인간적 능력’을 함께 요구하는 하이브리드 역량 직군으로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맨해튼대학교 금융학 부교수 게오르기오스 코이미시스 역시,
“AI가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단순히 AI로 인해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AI 전환’을 선언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미래 대응 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크다”고 분석했다.

“AI 구조조정으로 포장된 감원 중 일부는 실제 기술 변화 때문이 아니라,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효율적이고 절제된 경영’을 보여주기 위한 신호에 가깝다.”

코이미시스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AI는 단지 일의 방식만 바꾸는 게 아니라, ‘가치(value)’가 정의되고 평가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파노스 무르두쿠타스(Panos Mourdoukoutas) 는 뉴욕 롱아일랜드대학교 경제학 교수로,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증권분석도 강의하고 있습니다. 그는 포브스(Forbes), 인베스토피디아(Investopedia), 배런스(Barron’s), IBT(International Business Times), Journal of Financial Research 등 다양한 전문 저널과 경제 매체에 다수의 글을 기고해 왔고, ‘반세계화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 ‘중국의 도전’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한 저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