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대학들, 중국과 AI 연구 자유로이 공유…中 인권침해∙감시에 기여”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정보전이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Getty Images/연합 뉴욕 소재 중국 관련 리스크 분석 전문 업체 스트래티지 리스크(Strategy Risk)가 휴먼라이츠재단과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대학들이 중국의 인공지능 연구에 “광범위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는 민감한 미국 기술의 이전, 중국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감시, 미국 정부가 집단학살로 규정한 신장 위구르족 탄압을 포함한 중국의 인권 유린을 촉진했다.
12월 8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된 보고서는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두 연구소의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이들 연구소는 2020년 이후 정부 보조금을 받는 미국 명문 대학 연구자들을 포함한 해외 연구자들과 거의 3000편의 논문을 공동 저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옥스퍼드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등 주요 대학들을 지목하면서, 공공기관과 아마존 같은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받는 20개 이상의 다른 대학들도 있다고 언급했다. 해당 기관들은 본 기사 발행 시점까지 본지의 문의에 답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서구의 대학들과 공공 자금 지원을 받는 기관들이 중국의 주요 국가적 AI 연구소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런 협력이 공개적으로 이뤄지는데도 제대로 감독을 받고 있지 않다. 지식은 국경을 넘어 원활하게 이동하는데, 그 지식을 받는 기관이 권위주의적 정부와 분리할 수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중국공산당 산하 연구소
보고서가 집중 분석한 두 연구소는 저장랩(浙江實驗室)과 상하이인공지능연구원(SAIRI)으로, “막대한 자원을 받으며 당의 감독을 받는” 기관들로서 중국 공산정권의 감시국가 시스템에 깊이 편입돼 있다.
저장랩은 2017년 저장성 정부, 국립 저장대, 알리바바가 공동 설립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성 정부로부터 12억5000만 달러(약 1조82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또한 중국전자과기집단(CETC) 같은 여러 국영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CETC는 중국 공산정권의 사회신용시스템의 핵심인 통합연합작전플랫폼 구축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았다.
SAIRI는 2018년 중국 국립 상하이자오퉁대가 설립했으며, 2020년부터는 제재 대상인 CETC 출신 고위 과학자 루쥔이 운영하고 있다. SAIRI는 집단 감시에 활용될 수 있는 영상 인식, 추적 및 활용 기술을 연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협력 기관으로는 화웨이와 기술 감시 및 디지털 포렌식을 담당하는 공안부 제3연구소가 있다.
2023년에는 최초의 AI 지원 사격 훈련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고, 2024년에는 안면 인식 및 스마트 치안 플랫폼을 구축하는 두 기업인 아이플라이텍과 센스타임과 계약을 체결했다. 두 기업 모두 신장 지역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집단학살을 지원한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
서구의 대학과 국민의 혈세
보고서에 따르면 위의 두 연구소는 2020년부터 2025년 8월 사이에 1만1000편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중 약 3000편이 해외의 공저자와 함께 작성한 것이다.
보고서는 “저장랩과 SAIRI는 중국 공산정권으로부터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고, 정치적으로 지시를 받으며, 국방 및 안보 기관과 연결된 국영 AI 연구소로 이뤄진 더 광범위한 시스템의 일부이다. 이들의 규모와 국제적 영향력은 문제가 되는 서구 대학들과의 ‘협력’이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 중국 AI 연구 구조의 시스템적 특징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전쟁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보조금 프로그램의 자금을 지원받은 MIT 연구자들과 공저한 2022년 논문은 첨단 광학 위상 이동을 다루고 있는데, 보고서는 이것이 군사 정찰, 위성 감시, 생체 인식 모니터링에 사용되는 영상 및 감지 시스템에 활용된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과학재단과 해군 연구국의 자금을 지원받은 카네기멜론대 연구자들과 공저한 2024년 논문은 다중 객체 추적을 다루고 있는데, 분석가들은 이것이 “자동 감시의 핵심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학은 본 기사 발행 시점까지 본지의 문의에 답하지 않았다.
하버드대 연구자들과 공저한 2021년 논문은 첨단 광학 및 컴퓨터의 사물 인식을 연구한다.
보고서는 “저장랩과 이들 대학의 협력은 서구의 기술 전문성이 중국의 국방 및 주민 감시 목적에 부합하는 연구에 어떻게 통합되는지를 보여준다”며 위구르족 집단학살에 기여한 핵심 조직과 저장랩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위험은 프로젝트 자체의 과학적 틀이 아니라, 인권 침해 혐의를 받는 국방 관련 기관과의 구조적 연계에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2021년 SAIRI는 여러 서구 기관과 협력해서 영상 전반에 걸쳐 사람이나 사물을 분석하고 추적할 수 있는 QDTrack을 개발했는데, 보고서는 이것이 대규모 감시 기술의 핵심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에는 여러 미국 대학과 협력해서 동물 행동 분석 도구인 알파트래커를 개발했는데, 이 도구 역시 신원 인식 및 객체 추적 기능을 갖추고 있다.
논문에 공개적으로 명시된 바와 같이 이들 서구 대학들은 종종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다. 보고서는 중국 연구소 자체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수혜자로 등재되지 않지만 서구 대학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혜택을 받으며, 이는 제대로 된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나타나는 그림은 서구의 공공 자원이 중국 안보 기구에 편입된 연구소와의 협력 연구에 반복적으로 연루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 공산정권이나 군과 명시적 연계가 있는 중국 기관에 초점을 맞췄지만, 연구자들은 중국 공산정권의 노골적 지원을 받지 않는 기관들조차도 중국의 여러 국가안보 관련 법률에 따라 정권에 정보를 보고 내지 공유할 의무가 있다고 경고했다.
윤리적 공백
분석가들은 여러 AI 윤리센터 중 소수만이 중국 공산정권의 인권 침해를 비난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국 기반 에이다 러브레이스 연구소가 2022년 6월, 스탠퍼드의 인간중심 인공지능연구소가 2023년 8월, AI 나우 연구소가 2019년에 중국 공산정권을 비난했다.
보고서는 “서구 AI 윤리 기관들은 중국이 주민 탄압을 위해 AI를 이용하는 행태에 맞서는 것을 대체로 회피해 왔다”며 “이러한 침묵은 무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과 책임의 공백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보고서 저자들은 계속된 침묵이 중국 정부 지원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일상화”하고 공산정권의 감시국가 구축에 대한 공모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첨단 기술의 위험을 검토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인 윤리 기관들이 중국 연구소와의 협력에 따른 인권 침해 위험에 대한 지침을 발표할 것을 촉구한다.
보고서 저자들은 협력 기관 심사에 인권을 포함하도록 재구성하고, 연구 파트너십의 투명성을 의무화하며, 감시와 연계된 기관과 협력할 때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해당 분야에서 윤리적 리더십을 보일 것을 촉구했다. 또한 정부가 이러한 협력에서 파생되는 국가안보상의 허점을 메우기 위해 정책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정부, 대학, 윤리 기관이 이러한 조치를 채택하지 않는 한, 중국의 국가적 연구소와의 협력은 허점투성이의 현행 규칙하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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