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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흰 깃털 새 ‘핑핑’ 폐사…온라인서 정치적 해석 잇따라

2025년 12월 07일 오전 7:53
흰 깃털을 지닌 채 성장 초기 산시(陝西)에서 베이징으로 옮겨온 홍백따오기 ‘핑핑’이 이 시기에 죽자, 많은 누리꾼들은 자연스레 시진핑을 떠올렸다. 사진은 2015년 12월 짙은 스모그에 뒤덮인 베이징 시내와 자금성 외곽 모습.  |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연합흰 깃털을 지닌 채 성장 초기 산시(陝西)에서 베이징으로 옮겨온 홍백따오기 ‘핑핑’이 이 시기에 죽자, 많은 누리꾼들은 자연스레 시진핑을 떠올렸다. 사진은 2015년 12월 짙은 스모그에 뒤덮인 베이징 시내와 자금성 외곽 모습. |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연합

중국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의 핵심 측근들이 잇따라 낙마하며 권력 안정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등 정국이 민감한 시점에 중국 공산당이 운영하는 ‘국유(國有)’ 기관인 베이징동물원이 “40세에 가까운 장수 기록을 세운 홍백따오기 ‘핑핑(平平)’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동물원은 별도의 추모 글까지 게재했다. 흰 깃털을 가진 채 성장 초기 산시(陝西)에서 베이징으로 옮겨온 ‘핑핑’의 죽음이 이 시점에 공개되자, 많은 중국 네티즌들은 자연스럽게 시진핑을 연상하고 있다.

베이징의 ‘흰 깃털’ 핑핑 사망… 네티즌들 정치적 연관성 떠올려

베이징동물원은 12월 1일 웨이보를 통해 “핑핑이 거의 40세에 달하는 장수의 기적을 만들고, 평온한 가운데 전설 같은 생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동물원은 “핑핑의 일생은 중국 홍백따오기 보전 사업이 절멸 위기에서 되살아나기까지의 40년을 기록한 두꺼운 역사책과 같다”며 “중국 야생동물 보호 역사에서 작지만 빛나는 한 장면을 장식했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캡처화면 (내용은 번역)

베이징동물원은 이어 위챗 공식 계정에도 ‘홍백따오기 핑핑에게 고하는 작별’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추모 글을 게시했다. 글에 따르면 홍백따오기는 ‘동방의 보석’이라 불리며, 동아시아 고유종이지만 전쟁과 자연재해, 서식지 파괴로 인해 1970년대 야생에서 사실상 멸종 상태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글에 따르면, 1981년 5월 중국 조류학자 류인쭝(劉蔭增)이 산시성 양현(洋縣)에서 홍백따오기 성조 2쌍을 발견했고, 그중 한 쌍이 3마리의 새끼를 부화시켰다. 이는 당시 전 세계에 남아 있던 단 7마리의 홍백따오기 중 일부였다.

1986년 4월 9일, 핑핑은 홍백따오기 마지막 서식지로 알려진 산시성 양현(洋縣)에서 부화됐다. 이후 같은 해 5월 17일 베이징으로 옮겨진 핑핑은 중국 내 대표적인 보호 개체로 관리되며 중국의 홍백따오기 보전 사업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베이징동물원은 홍백따오기가 매우 예민하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조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번식센터의 유리창에는 모두 나일론 방충망을 설치하고, 우리 천장에는 보호망을 씌웠으며, 뜨거운 난방 배관도 감싸는 등 특별한 안전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출입문 잠금장치 역시 새가 놀라 문에 부딪히지 않도록 개조됐다. 핑핑이 처음 베이징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경계심이 유독 강해 사소한 소리에도 구석으로 숨어들곤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동물원 측은 핑핑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 생존한 인공 사육 홍백따오기”라고 밝혔다. 실제로 핑핑은 일본 홍백따오기 ‘킨(金)’의 36세 기록을 몇 년 전에 넘어섰고, 올해 봄에는 39번째 생일까지 치렀다. 평균 수명이 이보다 훨씬 짧은 종 특성상 이는 “기적에 가까운 장수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동물원이 핑핑을 기리는 글을 올리자 예상 밖의 반응이 쏟아졌다. 베이징동물원의 웨이보 게시물에는 수백 건의 댓글이 달렸지만, 대부분 표시되지 않는 상태다. 대신 해외 플랫폼 X(옛 트위터)를 중심으로 핑핑의 죽음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이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핑핑이 산시(陝西) 출신의 백색 조류라는 점과 이름에 ‘평(平)’자가 들어간다는 점이, 같은 산시 출신이자 이름에 ‘평(平)’을 가진 시진핑을 연상하게 한다는 의견들이 이어졌다. 이용자들은 “왜 그 ‘핑’이 아닌가”, “‘핑핑’, 부디 다음 생엔 돌아오지 마라”, “왜 전당·전군·전국민 조문 공고는 없나”, “좋은 소식인 줄 알았더니 새였다”, “‘핑핑’이 죽었다는 소식이야말로 많은 중국인의 속마음 아닌가” 같은 반응을 남겼다.

일부는 중국 민간예언서 ‘철판도(鐵板圖)’를 언급했다. 해당 그림에는 네 마리의 새가 하늘을 나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오직 한 마리의 흰 새만 산에 부딪혀 피를 흘리며 떨어지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네티즌들은 이 흰 깃털(習)새를 핑핑에 빗대며, “마오·덩·장·후 이후 다섯 번째 지도자로 평가되는 시진핑에게 불길한 상징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한 이용자는 “산시에서 온 흰 깃털의 새가 베이징에서 죽었다. 철판도 속 흰 새가 산벽에 부딪혀 죽는 장면과 너무 닮았다. 나머지 검은 새 넷은 모두 산을 넘어갔는데 말이다”라며 의미심장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중국 시사평론가 메이링솽(梅凌霜)은 최근 게시글에서 “흰 깃털의 새는 망당(亡黨) 지도자를 상징한다”며 “당(中共)을 지키려는 인물의 말로가 비참해 결국 임기 내 죽음을 맞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습(習)’의 정체자를 분해하면 ‘하얀 깃털’이라는 뜻이 된다”며, 옛사람의 말을 인용해 “중공은 뱀띠에서 시작해 뱀띠에서 끝난다. 뱀띠인 마오쩌둥에서 시작해 같은 뱀띠인 시진핑에서 종결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메이링솽은 “시진핑의 몰락은 곧 중공 체제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철판도(鐵板圖)’ 아래에는 “흰 깃털의 새가 이쪽 산에 부딪혀 죽는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온라인 이미지)

중국 온라인에서도 조롱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이용자는 “150살까지 산다더니 어떻게 이렇게 빨리 가나”, “부품을 조금만 더 갈면 오래 살 수 있을 텐데” 등의 댓글로 시진핑을 우회적으로 풍자했다.

베이징 동물원이 핑핑의 생애를 기리는 글을 게시한 뒤 정치적 상징성이 더 부각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베테랑 평론가 스따오(石濤)는 자신의 방송에서 “동물원이 묘사한 핑핑의 생애는 시진핑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핑핑이 살던 산시성 한중(漢中)은 시진핑의 고향과 같은 지역이며, 백색 몸에 붉은 볏을 지닌 새 자체가 중공의 상징색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핑핑은 1986년에 태어났는데, 이는 시진핑이 푸젠성 샤먼에서 관료로 본격적으로 경력을 시작한 시기와 정확히 맞물린다”며 “핑핑의 일생이 시진핑의 정치적 성장 과정과 흡사하다는 점 때문에, 중국 내부에서 이 새의 죽음을 시진핑의 운명과 결부하는 해석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원에 따르면 사육팀은 고령의 핑핑을 위해 실내외 공간에 낮은 횃대를 추가 설치해 이동 편의성을 높이고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했다. 실내 바닥에는 부드러운 매트를 깔았으며, 횃대의 절반을 깎아 발바닥 마모를 줄였다. 또한 겨울철 실내 온도를 18~20℃로 유지하기 위해 출입문 개폐를 세밀하게 조절하는 등 환기 관리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수의사들은 점검 주기를 늘리고, 식단에 다양한 비타민과 로열젤리를 점진적으로 추가하며 영양 관리를 강화했다. 사육사들은 고령의 핑핑이 삼키기 쉽도록 소고기를 약 5cm 크기로 잘라 제공했으며, 귀뚜라미·지렁이·밀웜·소형 붉은 물고기 등 특별 간식도 추가해 영양 보충은 물론 미각 만족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주목된 것은 핑핑을 주로 담당한 직원이 ‘마오위(毛宇)’라는 이름이라는 점이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이를 두고 시진핑·마오쩌둥과의 상징적 연결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랐다.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시진핑의 건강 이상설은 최근 몇 년간 반복 제기돼 왔다”며 “장기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사례도 있어 중병 혹은 수술 의혹이 꾸준히 나왔는데, 완전히 근거 없는 얘기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공산당 고위층은 특권 의료와 특별 식단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진핑 측근 차이치(蔡奇)가 이른바 ‘150세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업그레이드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동물원이 밝힌 핑핑의 ‘극진한 노년 관리’는 이러한 분위기와 묘하게 맞물린다”며 “동물원이 홍백따오기를 ‘신경질적인 성향으로 쉽게 놀라는 새’라고 설명한 부분은 시진핑의 강화된 경호 체계를 연상케 한다”고 평가했다.

리린이는 또 “시진핑은 ‘제2의 마오쩌둥’을 꿈꾸며 마오를 숭배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며 “만약 핑핑이 시진핑을 상징한다면, 이를 관리한 직원의 이름이 ‘마오(毛)’라는 점 역시 우연치 않은 상징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우조(白羽鳥)로 불린 핑핑의 죽음을 둘러싼 동물원의 서술은 전체적으로 시진핑을 은유한 듯한 구조를 이루고 있어 중국 내부에서 다양한 해석을 촉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승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