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중국산 배추로 만든 김치, 미국선 한국산으로 볼까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김치의 날을 앞두고 명인과 관계자들이 김장 시연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본질적 특성 미변경 땐 비특혜 기준으로 중국산 판단
한국 식품업체가 중국산 배추를 사용해 국내에서 김치를 제조한 뒤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미국 세관 당국이 이 제품을 ‘한국산’이 아닌 ‘중국산’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원산지를 판정할 때 적용하는 비특혜(non-preferential) 원산지 규정 때문이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수입품의 원산지를 결정할 때 단순한 세척·절단·혼합 같은 공정을 넘어, 제품의 정체성이 바뀌는 ‘실질적 변형(Substantial Transformation)’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원재료가 지닌 본질적 특성이 완전히 새로운 물품으로 전환되었다고 판단되어야 비로소 원산지가 바뀐 것으로 인정한다.
김치의 경우 배추를 절이고 양념과 발효 과정을 거치지만, 미국이 이를 ‘배추가 전혀 다른 제품으로 완전히 변형될 정도의 공정’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김치로 가공된 최종 제품이라도 원재료인 중국산 배추의 국적이 그대로 유지되어 원산지를 ‘중국’으로 기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반면 한국과 미국 간 FTA 원산지 규정에서는 한국 내 가공을 통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한국산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어, 동일한 제품이라도 적용 법령에 따라 원산지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미국이 상호관세 확대와 보호무역 강화 흐름 속에서 비특혜 기준을 자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한국산 김치라도 중국산으로 분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미국 수출을 준비하는 기업이 CBP에 사전심사(ruling)를 요청해 원산지 판정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또한 제품 제조 과정, 원재료의 출처, 가공 공정의 부가가치 등을 문서로 정리해 실질적 변형을 입증하는 자료를 구축해 둘 필요성이 강조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원산지 논란이 지속될 경우 한국산 김치의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김치’로 분류될 경우 관세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소비자 인식에서도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김치 산업은 전통 식품의 특성상 원재료 의존도가 높고 공급망이 다양해지는 만큼, 원산지 기준과 국제무역 규범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원산지 판단 방식이 향후 국제 시장의 표준으로 확대될 경우, 국내 가공식품 수출 전반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산지 기준 강화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한국산 김치’라는 라벨을 지키기 위해 보다 정교한 대미 수출 전략과 가공 공정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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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한국농수산식품공사 LA 지사 제공, [우] 연합뉴스](https://www.epochtimes.kr/wp-content/uploads/2021/08/1edfb18da08a665cdb27d3d64b71e769-795x436.jp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