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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K2 전차, 중남미 첫 수출…페루와 195대 공급 합의

2025년 12월 10일 오전 9:46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2025 호국훈련' 중 육군 제8기동사단 K2 전차가 부교를 건너 도하하고 있다. | 연합뉴스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2025 호국훈련' 중 육군 제8기동사단 K2 전차가 부교를 건너 도하하고 있다. | 연합뉴스

K-방산 지상전력, 역대 최대 규모로 중남미 시장 본격 진출

한국의 차세대 주력전차 K2 ‘흑표’가 처음으로 중남미 시장에 진출한다. 한국 정부와 현대로템, 페루 정부는 9일(현지 시간) 페루 리마 육군본부에서 K2 전차 54대와 K808 차륜형 장갑차 141대 등 총 195대 지상장비 공급을 명시한 ‘총괄 합의서(Framework Agreement)’를 체결했다.

이번 수출은 중남미 지역을 대상으로 한 한국 방산 수출 중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되며, K2 전차의 해외 수출로는 폴란드에 이어 두 번째다.

합의서에는 공급 물량과 전체 사업 예산, 현지 생산·조립을 포함한 현지화 계획, 교육훈련 및 군수지원 등 주요 사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현대로템은 계약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존 수출 단가를 고려할 때 총 사업비는 2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폴란드에 180대 K2 전차를 수출한 계약은 약 8조8천억 원 규모로 대당 약 488억 원 수준이었다. 장갑차 K808은 대당 20억~30억 원대로 알려져 있다.

페루는 노후 장비 대체와 육군 지상전력 현대화를 추진 중이며, 한국산 방산 장비의 기술력·가성비·신속한 납기 능력이 선택 배경으로 분석된다.

한국산 K2 전차는 120mm 활강포와 고성능 사격통제장치를 갖추고 있으며, 1,500마력의 엔진으로 최고 시속 7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스노클링 기능을 통해 수심 4m 강 도하 능력을 갖추는 등 기동력·화력·생존력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K808 장갑차는 승무원 2명과 보병 10명을 탑승시킬 수 있으며, 최고 시속 100km로 이동한다. 전술 타이어를 장착해 손상 상황에서도 시속 48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5월 페루와 K808 장갑차 30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11월 K2 전차 및 장갑차 추가 공급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번 합의는 해당 협의를 구속력 있는 계약 단계로 끌어올린 것이다.

합의서 서명식은 호세 해리 페루 대통령 주관으로 열렸으며, 한국 정부 대표로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양국의 국방·방산 협력을 획기적으로 격상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페루는 전력 보강과 산업 발전을 위해 한국 방산을 선택한 만큼, 양국이 상생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K2 전차는 2022년 폴란드와 1000대 규모의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두 차례 이행계약을 통해 총 360대의 수출이 확정된 바 있다. 이번 페루 합의는 한국의 지상전력이 유럽에 이어 중남미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 정부와 현대로템은 향후 세부 계약 조율과 단계별 납품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