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린란드 압박’ 속 첫 3자 회동…덴마크, 주권·독립 사이 시험대
그린란드 | EPA/연합뉴스 미국·덴마크·그린란드 외교수장 워싱턴 회동 앞두고 내부 균열 노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처음으로 미국·덴마크·그린란드 외교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린란드의 지위와 향후 진로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덴마크는 대외 압박과 내부 균열이 동시에 심화되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10일(현지시간) 분석 기사에서 “덴마크가 오래전부터 이탈 노선에 들어선 영토인 그린란드를 지켜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교장관은 내주 워싱턴 DC에서 3자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매입하거나 미국의 영향권에 두겠다는 구상을 밝힌 이후 처음 열리는 공식 협의다.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가 헌법상 자치령이지만 외교·안보 권한은 덴마크에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린란드 정치권에서는 덴마크를 거치지 않고 미국과 직접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교장관은 9일 덴마크 공영방송 DR과의 인터뷰에서 “그린란드는 미국이 필요하고, 미국 또한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그린란드가 미국과 단독으로 만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느냐”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린란드 외교장관이 덴마크 없이 미국과 단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언급했다”며 “이는 그린란드와 덴마크를 분리하려는 미국의 접근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간 내부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양측 의회 외교위원회는 지난 6일 화상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격한 의견 충돌 끝에 결론 없이 회의가 종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란드 의회 외교위원장인 피팔루크 링에는 “덴마크 의회가 그린란드 정치인들을 배제한 채 그린란드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이는 신식민주의적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린란드 제1야당 대표 펠레 브로베르그는 캐나다 CBC 방송 인터뷰에서 “그린란드인들이 미국과 직접 대화해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란드는 1979년 자치권을 획득하고 독자 의회를 구성한 이후 덴마크로부터의 독립 논의를 지속해 왔다. 2009년 자치 확대 협정에는 주민들이 원할 경우 독립할 수 있는 권리도 명시됐다.
다만 그린란드 경제는 매년 6억1천만 달러 규모의 덴마크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린란드 내부에서는 완전한 독립 이전에 자립 가능한 경제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로이터 통신은 일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그린란드 주민들에게 직접 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구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그린란드 주민들이 독립을 선택하거나 미국과 별도의 합의를 체결할 경우, 덴마크의 그간 노력은 실질적인 성과를 남기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에서 예정된 이번 3자 회동은 즉각적인 지위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그린란드를 둘러싼 국제 역학과 덴마크의 통치 구조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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