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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가 션윈을 기다리는 이유

2025년 12월 26일 오후 3:20
션윈 무용수들이 공연 중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 션윈예술단 제공션윈 무용수들이 공연 중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 션윈예술단 제공

오는 2월, 한국을 찾는 뉴욕 션윈예술단은 특별한 선물로 다가온다. 션윈은 중국 무용과 동서양 악기가 어우러진 오케스트라로 매년 100만 명 이상이 관람하는 세계적인 예술단이라는 가치 외에도, 오랜 한국과 중국의 문화 교류의 역사의 관점에서도 깊은 의미가 있다.

한국의 역대 왕조는 때로 중국과 전쟁을 치르며 대립했지만, 유대 관계를 맺고 중국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발전해 왔다. 특히 음악과 관련된 사례는 한국 역사서에 풍부히 기록되어 있다. 고려 16대 왕 예종(睿宗) 시기에 송나라 휘종(徽宗) 황제가 태상악(太常樂)을 전했고, 이를 토대로 대성아악(大晟雅樂)이라는 새로운 음악이 고려를 빛냈다.

조선 건국 초기 태종 때, 종묘와 사직에 사용할 악기가 낡아 명나라에 새로운 악기를 요청했다. 명나라 조정에서 살펴보니 당시 조선이 사용하던 악기는 과거 명 태조가 보낸 것이었다. 이에 영락제는 편종(編鐘), 편경(編磬), 금(琴), 슬(瑟), 생(笙), 소(簫) 등의 악기를 조선에 새로이 보냈다.

또한 영락 13년에 편찬한 성리대전(性理大全)이 세종 시기에 조선에 전해졌다. 성리대전은 성리학, 가례(家禮), 음악, 수학, 문학에 이르기까지 송대의 학문을 총망라한 서적으로, 그에 포함된 율려신서(律呂新書)는 음악의 기원과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조선은 율려신서를 연구하여 악학궤범(樂學軌範)을 발간함으로써 500년 왕조를 지탱할 음악의 기틀을 다졌다.

음(音)에 무용(舞)을 더한 것이 악(樂)

한국 왕조가 중국에서 받아들인 것은 음악뿐만이 아니다. 사상, 문화, 과학, 기술, 건축, 군사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여기서 음악을 먼저 언급한 이유는 현대인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음악의 의미와 중요성 때문이다.

음악은 음(音)과 악(樂)이 합쳐진 개념이다. 음(音)이 곡조에 해당한다면, 악(樂)은 음에 무용을 포괄하며 예(禮)의 의미까지 담고 있다. 사서오경 중 하나인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음(音)은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되며, 마음이 사물에 감응해 움직여 소리(聲)로 나타난다. 소리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 변화가 생기고, 변화가 곡조(方)를 이룬 것을 음(音)이라 한다. 음을 배열하여 악기로 연주하고, 무용(干戚羽旄, 무용 도구를 일컬음)을 아우르는 것을 악(樂)이라 한다.
(凡音之起,由人心生也。人心之動,物使之然也。感於物而動,故形於聲。聲相應,故生變,變成方,謂之音。比音而樂之,及干戚羽旄,謂之樂.)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 소리가 곡조를 이루는 것이 음(音)이라면, 여기에 악기와 무용을 더한 것이 악(樂)이다.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음악의 무늬는 악기의 곡조와 무용이 어우러진 모습이며, 션윈은 이를 완벽히 재현한다. 동서양 악기의 조화로운 연주에 맞춰 무용수들이 펼치는 춤사위는 음(音)과 악(樂) 그 자체다.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의 힘

수천 년 전 유적에서도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는 도덕 기준이 점차 하락했음을 뜻한다. 전국시대 위나라(魏)의 초대 제후 위문후(魏文侯, 기원전 400년경)는 공자의 제자인 자하(子夏)와 고악(古樂, 옛 음악)에 대해 논했다. 자하는 고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고악은 정연하게 무리지어 나아가고 물러나며, 화평하고 정대하게 펼쳐진다. 금슬과 생황이 부와 북의 울림을 기다리며, 문(文, 북)으로 시작해 무(武, 징)로 마무리한다. 상(相, 북의 일종)으로 혼란을 다스리고, 아(雅, 북의 일종)로 빠름을 경계한다. 이는 군자가 고악의 바름을 통해 옛일을 논하고, 몸을 닦아 집안을 가지런히 하며, 천하를 고르게 다스린 발현이다.
(今夫古樂 進旅退旅 和正以廣 弦匏笙簧 會守拊鼓 始奏以文 復亂以武 治亂以相 訊疾以雅 君子於是語 於是道古 修身及家 平均天下 此古樂之發也)

반면, 당시 유행하던 신악(新樂)에 대해서는 이렇게 비판했다.

신악은 들쭉날쭉 구부정히 나아가고 물러나며, 간드러진 소리가 넘쳐 음란함에 빠져도 멈추지 않는다. 배우와 난장이가 원숭이처럼 남녀 사이에 섞여 부자(父子)의 도리를 잊는다.
(今夫新樂 進俯退俯 姦聲以濫 溺而不止 及優侏儒 獶雜子女 不知父子)

기원전 400년에도 새로운 음악이 음란하고 절제되지 않으며 도리를 잃었다고 비판했는데, 현대에 이르러 음악의 기원과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에 이르는 가치를 고민하는 이는 드물다.

션윈은 중국 무용을 기반으로 한 공연이 동서양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진다. 무용수들의 배열, 진퇴, 이합집산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으며 질서정연하다. 매년 새로 작곡되는 약 20곡의 음악은 단정하면서도 아름답고, 광활하면서도 섬세하다. 들을수록 마음이 정갈해지고 깨끗해진다. 각 조대와 민족의 복식, 무대와 색상의 조화는 색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교재와 같으며, 일반 관객에게도 강렬한 감동을 선사한다.

첫 작품부터 마지막까지 중국의 수천 년 문화, 복식, 음악, 역사가 담겨 있다. 숭고한 희생, 인내, 배려, 사랑, 수련의 기원과 승화가 녹아 있다. 전통에서 기인하면서도 결코 지루하지 않고, 심금을 울리며 영혼을 일깨운다.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이 경험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경지다.

새로운 물줄기를 기다리며

대장금으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 콘텐츠에는 권선징악, 인내, 헌신 등 인류가 소중히 여겨온 가치가 담겨 있다. 대장금 이후 지금까지 세계가 한국 문화에 열광한 것은 이러한 저변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중국에서는 이에 견줄만 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은 중국공산당 집권 이후 전통 문화 유산을 완전히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한국은 더는 지금의 중국 등 다른 국가로부터 전통의 힘이 살아 있는 문화를 받아들이기 힘들게 됐다.

주역 설괘전(說卦傳)* 5장에서 간(艮)괘에 대해 “간은 동북의 괘로, 만물이 끝맺고 새로 시작하는 곳이다(艮 東北之卦也 萬物之所成終而所成始也)”라고 했다. 동북은 북(水)에서 동(木)으로 향하는 곳으로, 물(水)은 만물의 근원이며 목(木)을 자라게 한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이 대륙을 점거하면서 한국으로 향하던 문화의 물줄기는 차단되고, 오염된 폐수만 흘러들었다.

한국은 역대 조대마다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문화의 원천을 얻어 창의적으로 발전해 왔다. 문화대혁명으로 사라진 중국 전통을 미국에 터를 잡은 션윈예술단이 되살렸고, 한국이 션윈을 맞이하는 것은 단순한 공연 관람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새로운 문화의 보고를 만나 영감을 얻고 이를 통해 다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문화의 발전은 곧 사회와 도덕을 일으키고, 진실과 정의의 편에 서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션윈을 기다리는 이유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