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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우멍롱 의문사, 학교 시험 문제로 파장…‘권력 개입설’까지 확산

2025년 11월 28일 오후 5:14
중국 연예인 우멍롱의 의문사는 그가 고위층 자제들의 ‘사적 접대’를 거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초기에 여론을 봉쇄하려던 중국 당국의 시도와 달리, 베이징 권력층의 이상 징후, 검은 자금 의혹, 연예계 내부의 기묘한 움직임, 중화권 전역에서 번지는 연대까지 더해지며 파장은 오히려 더욱 복잡하고 깊어지는 모습이다. | 연합뉴스중국 연예인 우멍롱의 의문사는 그가 고위층 자제들의 ‘사적 접대’를 거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초기에 여론을 봉쇄하려던 중국 당국의 시도와 달리, 베이징 권력층의 이상 징후, 검은 자금 의혹, 연예계 내부의 기묘한 움직임, 중화권 전역에서 번지는 연대까지 더해지며 파장은 오히려 더욱 복잡하고 깊어지는 모습이다. | 연합뉴스

중국 연예계 배우 겸 가수 우멍롱(於朦朧·향년 37세)의 의문사는 9월 11일 발생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잦아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복잡하고 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당국은 사건 초기부터 언급 자체를 차단하며 여론을 봉쇄하려 했지만, 지금은 베이징 권력층의 이상 징후, 검은 자금 의혹, 연예계 내부의 기묘한 움직임, 중화권에서 확산되는 연대까지 여러 갈래의 충돌이 겹쳐 사안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24일 푸젠성의 한 중학교 국어시험에서 사건을 연상시키는 문항이 등장하면서, 이번 의문사는 단순한 연예인의 추락사를 넘어 중국 권력 구조의 불신과 균열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

학교 시험 문제로 번진 의문사 파문

해당 시험 문제는 “37세 남성이 추락사했다. 관련 허위 영상을 퍼뜨려 공공질서를 해친 이들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문장이었다. 희생자 이름을 적지 않았지만,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우멍롱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의도성이 강한 내용이었다.

표면적으로는 ‘허위 정보의 피해’를 묻는 교육용 문항처럼 보였으나, 당시 당국이 온라인에서 우멍롱 관련 단어를 전면 삭제하며 여론을 차단하던 시기였던 만큼 학생들에게만 특정한 해석을 강요했다는 비판이 즉각 제기됐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 문항을 놓고 “교육을 명분으로 한 국가 해석의 강제 주입” “정보 통제를 넘어 해석과 기억까지 통제하려 한다”는 격한 반응을 내놓았다.

또 시험지라는 ‘정답이 존재하는 공간’에 민감한 사건을 넣어 국가의 공식 견해를 유일한 해답으로 각인시키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교육 현장마저 통제 장치로 활용되는 장면은 중국식 통제가 한층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됐다.

중난하이 흔들림…권력층의 이상 신호

의혹이 커진 데에는 베이징 최고 권력 핵심부인 중난하이 주변에서 연이어 포착된 비정상적 조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시진핑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차이치(蔡奇)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판공실 주임(비서실장)은 11월 초 이후 전국체전 개막식, 스페인 국왕 접견, 태국 국왕 회담 등 최상위 국가 일정에서 연달아 모습을 감췄다. 최고 지도부 인사가 열흘 넘게 공식석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는 내부 권력 지형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왕샤오훙(王小洪) 공안부장의 직계 인사들이 동시에 낙마하거나 실종되면서 불안정성은 더욱 커졌다. 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쉬간루(徐乾魯), 천스위안(陳思源), 쑨마오리(孫茂利)가 거의 동시에 해임됐고, 왕 부장 본인 역시 일주일 넘게 자취를 감춘 뒤 조용히 복귀했다.

중국 내부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우멍롱 사건 처리 과정에서 공안부 내부의 의견 충돌이 극심했으며,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 연쇄 낙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건 축소를 서두른 라인과 위험성을 경고하며 신중론을 주장한 라인 사이에서 갈등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베이징 공안국 부국장이자 왕샤오훙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둥이쥔(董毅軍)이 19기 4중전회 직후 갑작스럽게 사망했음에도 그 사실이 한 달 가까이 지나서야 뒤늦게 공개됐다는 점이다.

해외 정치평론가 리무양(李牧羊)은 “저우융캉(周永康)이 몰락하기 직전 측근들이 무너져내리던 패턴과 놀라울 만큼 흡사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우멍롱이 숨진 날 함께 있었다는 ‘17인 명단’에 차이치의 사생아 의혹이 제기된 차이이쟈(蔡亦珈)가 포함됐다는 주장과, 차이치가 조기 수습을 지시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배후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지방 권력 붕괴와 검은 자금의 연결 고리

논란은 산둥성 교저우시(膠州市)의 당서기 쑨융훙(孫永紅)이 체포되면서 다시 확산됐다. 그는 우멍롱 사망 직후인 9월 14일 ‘조사’ 명목으로 전격 체포됐으며, 이 과정에서 신치(辛奇)라는 인물이 핵심 연결고리로 떠올랐다.

신치는 2015년 ‘슈퍼보이·슈퍼걸’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수백 개의 유령 회사를 산둥 자오저우(膠州)에 등록했는데, 이들 회사는 오래전부터 자금 세탁과 무기 밀수의 통로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우멍롱의 소속 회사 EE-Media 역시 무기·폭죽 관련 상표를 보유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가 단순한 연예계 피해자가 아니라 거대한 불법 자금 구조에 자신도 모르게 얽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쑨융훙의 체포는 이러한 은밀한 자금망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연예계의 불길한 기류…판스치 논란

연예계에서는 배우 겸 가수 판스치(范世琦)의 격한 반응이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그는 라이브 방송 중 한 팬이 ‘Missing Teeth(이빨 빠진)’라는 문구를 보이자 이를 조롱으로 받아들이며 크게 격분했다.

그러나 이는 우멍롱이 사망 직전 여러 영상에서 아랫어금니가 모두 사라진 모습으로 등장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더 커졌다. 의문사한 가수 차오런량(喬任梁) 역시 동일한 특징을 보였다는 점까지 겹치며 의혹은 더 증폭됐다.

우멍롱과 판스치는 모두 매니저 두창(杜暢)의 관리 아래 있었으며, 판스치 자신도 사건 당일의 ‘17인 모임’ 명단에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우멍롱의 사망과 연관됐다는 추정까지 더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여론의 시선은 급격히 싸늘해졌고, 그가 준비하던 청두 공연은 결국 예매 부진으로 취소됐다.

중국 청년층의 절망과 해외로 번지는 연대

우멍롱 사건은 중국 청년층이 체감하는 사회·경제적 절망을 그대로 대변하는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 부동산 시장 붕괴, 실업난 심화, 대출 연체 증가, 자산 손실이 이어지면서 청년층의 80%가 정부에 극심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마지막 세대(最後一代)’라 부르며 냉소와 체념을 표현하고 있으며, 그런 흐름 속에서 우멍롱의 죽음은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편, 중국과 해외에서는 연대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확산하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지룽·타이난 등 도시 전광판에는 “선량한 사람은 이런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라는 문구와 함께 우멍롱의 사진이 게시됐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한 소녀가 거리 곳곳에 전단을 붙이며 지지 캠페인을 벌였고, 호주 멜버른에서는 이미 세 번째 진실 규명을 위한 오프라인 연대 모임이 열렸다.

국제 NGO 아바즈(AVAAZ)가 주도한 독립 조사 청원은 이미 70만 명을 넘겼으며, 에포크타임스가 주도하는 중국공산당 조직 탈퇴(三退) 운동 참여 인원도 급증해 누적 참여자는 4억 5천 5백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우멍롱 사건이야말로 중국 공산당 체제의 민낯을 보여주었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침묵이 길어지는 중국…더 큰 변화의 전조

우멍롱 사건과 관련해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공식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가 깔린 침묵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태도는 중국 정치권이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 즐겨 사용하는 회피성 침묵 전략의 전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근의 정적(靜寂)을 단순한 공백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권력 내부에서 조용한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신호, 혹은 민감한 사안을 둘러싼 고위층 간 조율이 진행 중이라는 징후로 읽는 해석이 확산하고 있다.

학교 시험지까지 동원된 여론 통제, 잇따른 고위층의 실종과 사망, 지방 권력의 급격한 균열, 연예계 전반에 드리운 불안한 기류까지, 이 모든 흐름은 사건이 단순한 사고사로 축소될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이번 침묵은 더 큰 변화의 전조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쌓았습니다. 이후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을 깊이 이해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파이 대표로서, 정무·언론·홍보 전반에 걸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