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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中 인기 연예인 위멍룽, 의문 추락사…중국 사회 ‘충격과 분노’

2025년 09월 29일 오후 3:37
드라마 〈태자비 승직기〉, 〈삼생삼세 십리도화〉 등을 통해 중국은 물론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린 위멍룽의 죽음을 두고 단순한 사고인지, 권력에 가려진 비극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사진=웨이보 캡쳐.드라마 〈태자비 승직기〉, 〈삼생삼세 십리도화〉 등을 통해 중국은 물론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린 위멍룽의 죽음을 두고 단순한 사고인지, 권력에 가려진 비극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사진=웨이보 캡쳐.

중국의 인기 배우 겸 가수 위멍룽(於朦朧·37)이 최근 의문의 추락사로 숨지면서 중국 사회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위멍룽은 드라마 〈태자비 승직기〉, 〈삼생삼세 십리도화〉 등을 통해 중국은 물론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또 가수로 앨범을 발매하고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도 활동하며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로 사랑받았다.

그러나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두고 단순한 사고인지, 권력의 그늘에 가려진 비극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추락 경위를 둘러싼 의혹과 함께 철저한 진상 규명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48시간 만에 ‘음주 실족사’ 결론

9월 11일 밤 10시경, 베이징 차오양구의 고급 주거단지. 위멍룽이 건물에서 추락해 정원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한 목격자는 “밤 10시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 지병이나 정신 질환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새벽 무렵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고 직후 몇몇 매체가 “5층에서 추락했다”고 보도했으나, CCTV 영상과 부검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추락 지점은 여전히 미궁이다.

위멍룽의 소속사는 다음 날 새벽 웨이보를 통해 단 한 줄의 성명을 냈다. “위멍룽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팬 여러분께 깊은 슬픔을 전합니다.”

불과 48시간 만에 베이징 경찰은 “음주 실족에 의한 우발적 추락사”라고 조사 결론을 발표했다. 중국에서 유명인의 돌연사 사건은 통상 수일에서 수주에 걸쳐 조사하는 것이 관행인 만큼, 이례적으로 빠른 결론은 대중의 의혹을 증폭시켰다.

전례 없는 봉쇄…사라진 CCTV와 글 삭제

사건 직후 웨이보, 더우인(Douyin), 바이두 등 중국의 주요 온라인 플랫폼은 일제히 관련 게시물과 검색어를 차단했다.

“추락 전 언쟁과 비명이 들렸다”는 목격담, 현장 사진과 영상, 구조 상황을 전한 글은 모두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삭제됐다.

팬들이 남긴 추모 글조차 차단됐고, 일부 팬 계정은 정지되거나 ‘루머 유포’ 혐의로 체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경찰은 “허위 정보 확산 방지”라고 설명했지만, 이런 초강도 봉쇄는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의심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대만국립대 명예교수이자 중국 정치 전문가 밍쥐정(明居正) 교수는 “사고사라면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의 정보 통제”라며 “이번 사건에는 단순한 추락이 아닌 ‘보여주지 않는 권력’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일정과 맞물린 죽음…권력 연루설 확산

위멍룽의 사망일은 시진핑 3기 체제를 공고히 하고 후계 구도를 논의하는 중국공산당 제19기 4중전회를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밍 교수는 “경찰의 온라인 봉쇄가 4중전회 종료 시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며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사건 당사자 중 누군가가 회의 핵심 인사 또는 그 측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과거에도 당 대회나 올림픽 같은 국가적 행사 전후로 민감한 사건을 철저히 봉쇄해 왔기에 이번 사건에서도 ‘차관급 이상 고위 관리의 측근이 현장에 있었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졌다.

민심 폭발 우려한 선제 봉쇄…백지시위 악몽 되살아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초강도 통제가 단순한 루머 차단이 아니라 민심 폭발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고 분석한다.

2022년 코로나 ‘제로 정책’에 항의하며 촉발된 ‘백지시위’는 중국 당국이 가장 두려워했던 도시 청년층의 집단 저항이었다. 당시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시위는 억눌린 민심이 표출된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올해 7월에는 쓰촨성 장유(江油)시에서 14세 소녀가 또래 여학생 3명에게 끌려가 폭행당한 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한 소녀의 부모가 고위층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전국적인 분노가 들끓었고, 당국의 강경 진압이 계속되자 수천 명이 모여 연일 항의 시위를 벌였다.

더구나 인접국 네팔에서는 얼마 전 Z세대가 정부의 SNS 규제와 부패에 반발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정부 청사와 의회가 공격당하는 사태로 확산됐다. 결국 총리가 사임하는 등 정권이 흔들렸고, 이 사건은 중국 지도부에도 경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현재 부동산 위기와 청년 실업률 급등, 빈부 격차 심화로 사회적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인기 스타 위멍룽의 의문사와 당국의 강경 봉쇄가 겹치면서 민심이 더욱 악화돼 거리 시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분노의 화살은 상층 권력 구조로 향하다

위멍룽 사건은 단순한 연예계 비극을 넘어 중국 상류층 권력 구조에 대한 분노로 확산됐다. 한 네티즌은 “위멍룽은 상류층의 장난감처럼 이용당하다 희생된 것”이라며 “이건 연예계 가십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비극”이라고 적었다. 이 글은 수만 건의 ‘좋아요’를 받으며 폭발적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의 권력층들은 막대한 부와 권력을 누리면서도 법과 도덕의 테두리 밖에서 특권을 누린다는 이미지를 항상 풍겨왔다. 이번 사건은 그들에 대한 대중의 오래된 불신과 분노를 다시 끓어오르게 했다.

검열에 맞선 팬들의 저항 방식도 변했다. 비난이나 욕설 글 대신 “법을 믿고, 국가를 믿고, 사건을 엄정히 조사하라”는 동일 문구를 복사해 댓글로 도배하며 책임 있는 조사를 촉구했다.

직접적 비판 대신 ‘법치 지지’라는 명분으로 검열을 우회한 것이다. 더우인에서 검색어가 차단되자 이용자들은 약어·동음어·이모티콘으로 사건을 암호화했고, 일부는 국무원 공식 청원 채널에 탄원서를 올렸다.

홍콩 거리에는 “오늘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내일의 위멍룽은 당신일 수 있다”라는 현수막이 걸린 시위도 열렸다.

“왜 공개하지 않는가”…풀리지 않는 의혹

중국 당국은 사건 직후부터 “우발적 음주 실족사”라는 결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핵심 증거인 CCTV와 부검 결과는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비공개 사유도 설명되지 않아 의혹은 더 깊어졌다.

사건 직후 목격담과 추모 글이 온라인에서 대거 삭제된 점도 논란을 키웠다. “추락 전 언쟁과 비명이 들렸다”는 글과 현장 영상, 팬들의 애도 글까지 사라졌고 일부 게시자는 계정이 정지되거나 구금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한 사건이 중국공산당 4중전회 일정과 겹쳐 장기간 봉쇄가 이어진 점도 의심을 부채질했다. 당국의 설명만으로는 사고의 전모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결론만 서둘러 발표하고 증거를 감춘 탓에 불신이 커졌고, 이는 다시 검열 강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사건 발생 3주가 되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CCTV와 부검 보고서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위멍룽의 죽음은 단순 추락사가 아닌 권력 개입 의혹으로 계속 남아 있으며, 이번 사건은 중국의 정보 통제와 봉쇄가 불신을 증폭시킨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후 에포크타임스에서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 현장을 깊이 경험했고, 현재는 미디어파이 대표로 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