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베이징의 ‘펜과 총구’ 전략, 본격적으로 대만을 겨냥하다
미국과의 군사력 격차로 전면 침공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 속에, 중국은 여론 조작과 내부 균열 조성 등 비군사적 압박으로 대만 내 친중 세력 부상을 유도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이 대만을 둘러싼 전략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신호가 최근 여러 분야에서 관측되고 있다. 과거 군사적 위협에 집중했던 방식과 달리, 현재 베이징은 선전·문화·여론 조작부터 외교, 경제 보복, 군사 도발까지 모든 영역을 결합한 전방위 압박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마오쩌둥이 강조했던 ‘펜과 총구(筆桿子、槍桿子: 선전과 무력이 권력의 근원이다)’라는 고전적 통치 원리가 21세기판으로 부활한 셈이다. 이 압박 시스템은 단순히 대만을 위협하는 차원을 넘어 중국 내부 결속, 정권 정당성 유지라는 목표까지 동시에 품고 있다.
문화·심리전으로 여론을 선제 장악
중국 관영방송 CCTV가 최근 방영한 첩보극 ‘침묵의 영광(沉默的榮耀)’은 이러한 전략의 선전·심리전 측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극 중 주인공은 1949년 이후 대만에 잠입했다가 처형된 공산당 스파이로, 드라마는 그를 ‘통일을 위해 희생한 순국자’로 미화한다.
중국 당국은 오래전부터 대만 문제를 내부 정치의 핵심 상징으로 활용해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문화 산업 전반에 ‘전쟁·민족·투쟁·통일’이라는 키워드를 강제로 심어 넣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문화계 관계자들은 “전쟁·통일·대미·대일 갈등이거나 군사적 긴장을 부각하는 작품이 아니면 당국의 승인을 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규제가 아니라, 문화·영상 콘텐츠를 ‘정치적 예열 장치’로 삼아 대만 문제에 대한 국가적 감정의 방향을 사전에 고정하려는 시도다. 청년층에게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필요하다면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는 감정적 기반을 심어두면 이후 어떠한 정책 전환도 국내에서 쉽게 정당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러한 문화 기반의 선전은 중국 내부 결속과 국제 문제 대응에 있어서도 필수 요소로 간주된다.
외교·안보 전선에서의 공세적 실험
문화·여론 전선이 가동되는 동시에, 중국의 ‘총구 전략’도 거의 같은 시점에 강화되고 있다.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가 “대만 유사(有事)는 곧 일본 유사(有事)”라고 밝힌 직후, 중국 오사카 총영사 셰젠(薛劍)은 SNS에 다카이치를 향해 “그녀의 목을 베겠다(斬斷她的脖子)”고 위협하는 글을 올렸다.
외교관으로서는 도를 넘은 막말이 일본 정계뿐 아니라 미국·유럽까지 충격을 주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단순 실언으로 치부하지도, 명확히 제어하지도 않았다. 베이징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은 이 발언을 “개인 감정이 아닌 정치적 탐색 행위”로 본다.
즉, 중난하이가 해당 발언이 일본 정부·언론·미국·국제 사회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오는지를 관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호성을 남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교관의 과격 발언과 돌발 언행조차 전략적 도구로 활용해 주변국의 심리적 대응을 측정하는 방식은 중국 외교에서 점차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경제 보복과 군사 압박의 결합
도발적 발언이 나온 직후, 중국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중국 해경선은 일중 분쟁 해역에 접근해 도발했고,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출격했다. 이어 중국군은 요나구니섬 인근에서 군용 정찰 드론을 띄웠으며, 중국 정부는 일본 여행 중단, 일본 영화 상영 연기 등의 조치를 연달아 시행했다.
결과적으로 일본 관련 기업 주가는 일시적으로 변동했지만 눈에 띄는 충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관광·문화·경제 전반에서도 예상만큼의 실질적 타격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중국이 강하게 압박을 시도했으나 실제 효과는 제한적이었으며, ‘대만 문제에 협조하면 다각적 보복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과시하려는 의도에 비해 성과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전략 분석가들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A안과 B안으로 설명한다. A안은 ‘무력 없는 통일’로, 압박과 고립을 통해 대만 사회를 스스로 굴복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경제 협박, 정보·심리전, 외교 고립, 내부 정치 침투가 핵심 요소다. 중국은 대만이 점진적 압박을 ‘일상’으로 느끼도록 만들어 심리적 피로를 누적시키고, 경제·외교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게 만들어 ‘정치 협상’에 나서게 하려 한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이 전략이 단기간에 끝낼 계산이 아니라, 오래 끌어가도록 짜인 장기전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정치 상황이 바뀌거나 대만 내부 정권이 누구로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도록 구조가 설계돼 있다. 대만이 어떻게 선택하느냐보다 베이징의 계획과 의지가 중심이 되는 방식이다. 중국은 이런 압박 체제를 아예 새로운 ‘일상 상태’로 굳히려 하고 있다.
통일전선 공작과 내부 침투의 심화
그러나 A안의 본질은 베이징의 깊은 불안에서 비롯된다. 지난 20년 동안 대만인의 정체성 변화는 중국 지도부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됐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많은 대만인이 자신을 ‘중국인과 대만인의 혼합 정체성’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지금은 60~70% 이상이 ‘대만인’이라고 답하며, 청년층에서는 그 비율이 80%에 육박한다. 중국 내부 보고서는 이 정체성 추세를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흐름’으로 판단한다. 이런 절박함이 바로 현재의 강경 전략을 밀어붙이는 배경이다.
동시에 B안, 즉 무력에 의한 통일 시나리오도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중국군 내부에서는 대규모 숙청이 이어졌고, 로켓군부터 군수·장비 조달 분야까지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군 지휘 체계 불신, 실전 경험 부족, 실탄 훈련 부재, 장병 사기 저하 등이 전쟁 수행 능력을 실질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전쟁 준비라기보다 내부 통제를 위한 숙청”이라고 평가한다.
이 때문에 중국이 당장 대만을 상대로 전면 군사 작전을 감행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장비의 질적 수준은 미국과 격차가 크고, 해군·공군의 실전 경험 부족은 치명적이다. 따라서 중국이 ‘무력 해방’을 즉각 감행하기보다는 대만 내부 정치·사회 구조를 흔들어 스스로 중국에 협력하는 세력이 부상하도록 만드는 방식이 더 현실적인 위협으로 평가된다.
대만 내부에서는 실제로 중국의 통일전선 공작이 지난 10여 년 동안 빠르게 확장됐다. 정치권, 지방 조직, 경제계, 언론, 미디어, 유학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과 연계된 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대만 입법원 구조가 이미 “중국이 원하는 법률·정책을 막기 어려울 정도로 친중 세력에 의해 포위됐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침투는 총 한 발 쏘지 않고도 정치적 결론을 바꿀 수 있기에, 중국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대만 내부의 분열과 혼란, 그리고 친중 세력의 ‘자진 협력’에 의한 평화적 접수”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위협의 본질은 군사력 자체가 아니라, 대만 내부 선택이 중국 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에 있다. 이는 외부 충돌 없이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안보 지형과 폭풍의 전조
대만을 둘러싼 현재의 상황은 국제 사회가 보는 것보다 훨씬 복합적이며, 중국의 전략은 이미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중국의 ‘펜과 총구’ 전략은 문화·여론·경제·외교·군사·심리전이 결합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대만뿐 아니라 일본·미국·아시아 전체의 안보 지형에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지금이 폭풍 전야인지, 혹은 이미 폭풍이 시작된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하나의 사실만은 확실하다. 중국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고, 총성이 울리기 전부터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동시에 이에 대한 국제적·지역적 반작용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주변국은 군사 협력과 정보 공유를 확대하며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고, 대만 내부에서도 중국 영향력에 대한 경계와 자주성 요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와 같은 맞대응 흐름은 역내 긴장을 단순히 상승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의 계산 자체를 흔드는 새로운 변수로 자리 잡아 지역 안보 구도를 한층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쌓았습니다. 이후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을 깊이 이해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파이 대표로서, 정무·언론·홍보 전반에 걸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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