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국의 ‘전랑 외교’ 역풍과 고조되는 세계 反공산주의 흐름
영화 제목에서 유래한 ‘전랑 외교’는 거침없는 발언과 국수주의적 공세로 대표되는 중국 외교 스타일을 상징한다. 한때 내부 결속과 대외 압박의 전략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에는 국제사회에 중국 피로감과 거부감이 확산되며 역풍을 맞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사진=에포크타임스. 중국은 공격적 외교 노선인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에 여전히 스스로를 묶어 둔 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反공산주의 형세와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
과거에는 강경한 외교가 내부 결속과 대외 압박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있었지만, 이제는 국제사회 전반에서 중국에 대한 피로감과 거부감이 누적되며 역풍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지난주 일중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 위협은 일본 안보법상 ‘생사의 기로’이며 군사 개입 또한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 촉매제였다.
일본 정치권이 그동안 모호한 표현으로 피해가며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던 태도에서 벗어난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로 평가된다.
이에 대응해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 쉐젠(薛劍)은 “한 순간의 망설임 없이 그 더러운 목을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 발언을 내놓아 더 큰 파문을 만들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발언 철회를 거부했고, 중국 관영 매체들은 즉각 일본을 향한 공세적 보도를 강화하며 향후 강경 대처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시사했다.
또한 일본이 황실 관계자를 통해 전 주일 대만대표 셰창팅(謝長廷)에게 포상을 수여한 조치도 중국을 자극했다. 이는 일본이 중국의 반발을 고려하기보다 대만과의 관계를 정치적·상징적으로 강화하는 결정을 내렸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중국의 반발을 더욱 거세게 만들었다.
유럽의 반중 강화와 대만의 부상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이후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은 거의 동시에 중국 견제를 강화해 왔다. 최근에는 샤오비킴 대만 부총통과 차이잉원 전 중화민국 총통이 유럽 의회와 베를린 자유의회에서 이례적 환대를 받으며 연설했다.
이는 유럽이 이제 중국의 의중을 의식하지 않고 대만과의 접촉을 공식화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바꾸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중국이 ‘대만 독립주의자’라고 규정하며 모욕적 표현까지 동원해 압박해 온 선보양(沈伯洋) 입법위원은 독일 연방의회에서 공식 연설을 했고, 민주진보당 소속 황지에(黃捷) 입법위원은 ‘세계 청년 지도자 회의’에서 ‘올해의 정치인상’을 수상했다. 유럽이 중국의 ‘금기 사항’을 의도적으로 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유럽 내 반중 정서가 고조되었음에도 중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유럽연합이라는 대규모 시장을 잃을 수 없다는 현실적 제약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국에게 유럽은 단순한 경제 파트너를 넘어 대외 전략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으로 변한 것이다.
일본을 향한 과민 반응과 외교 경직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중국의 대응이 더욱 난처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처음에는 총영사 쉐젠이라는 하급 외교관을 내세워 반박했으나, 그 외교관의 무모하고 상식에서 벗어난 발언이 일본 정부와 여론을 자극해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 이는 중국 외교가 균형 잡힌 대응 능력을 잃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문제의 외교관을 즉각 소환하거나 주일 대사를 맞대응 차원에서 철수시키기도 애매한 처지에 놓였다. 결국 중국이 선택한 것은 언론, 관영 매체, 관영 SNS 등을 총동원한 감정적 대응이었다.
그러나 이는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내부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내부용 퍼포먼스’에 가까워, 장기적으로 중국 외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중 갈등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실제 무력 충돌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본다. 일본은 미·일 안보조약으로 미국과 강하게 묶여 있으며, 일본 내에는 수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현대전은 천문학적 비용과 불확실성을 수반하기에, 특별한 사안이 아니라면 양국 모두 전면 충돌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전 세계 반공·반중 감정이 한꺼번에 분출
현재 중국을 압박하는 핵심은 군사적 긴장보다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반공·반중 정서다. 과거 중국은 경제 성장과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서방의 유화적 태도를 이끌어냈으나 지금은 경제 둔화, 청년 실업, 내부 통제 강화, 외교적 신뢰 하락 등 복합적 위기로 인해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약화됐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반중 감정이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 흐름은 미국의 전략적 조율 속에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유럽 각국 정상들이 연이어 미국을 방문해 대중 전략을 논의하고, 미국은 외교·군사적 중심축을 노골적으로 인도·태평양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지원 합의, 미 전쟁부 장관의 연속적인 동북아·동남아 순방은 모두 중국 견제의 정교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반면 중국의 ‘늑대 전사’ 외교는 국제사회에서 신뢰 상실과 외교적 고립을 초래하는 자충수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외교 기조를 일부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현 상황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국제사회는 이미 중국의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중국이 싫어할수록 국제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새로운 역학이 형성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만은 이 구조적 변화 속에서 ‘전환점적 기회’를 맞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약해질수록 대만은 외교적 공간을 넓혀가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의 존재감 또한 강화되고 있다. 반면 시진핑은 권력 내부의 동요로 인해 향후 전략 방향을 주도적으로 제시하기 힘든 상황에 몰려 있다.
트럼프의 ‘반공주의 주간’ 선포와 확산
이 흐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 중 하나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공주의 주간’ 선포다. 그는 11월 2~8일을 공식적으로 반공주의 주간으로 지정하고,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와 인간 존엄을 수호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 선언은 미국 내 반중 정서를 결집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뉴욕 플러싱에서는 중국계 미국인들과 ‘중국 신인민당’ 구성원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어 이에 호응했다.
트럼프는 선언문에서 “어떠한 체제도 자유로운 사람들의 의지와 양심을 대체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중국공산당에 대한 정치·도덕적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세계적 반공 흐름의 확산에 또 다른 불씨를 제공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쌓았습니다. 이후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을 깊이 이해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파이 대표로서, 정무·언론·홍보 전반에 걸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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