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논평] 중국은 지금 ‘일시 정지’ 상태에 빠져 있다

2025년 11월 23일 오전 6:56
2025년 11월 12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인민영웅기념비 앞에서 한 의장대원이 인민대회당을 배경으로 서 있다. | Andres Martinez Casares/EPA-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2025년 11월 12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인민영웅기념비 앞에서 한 의장대원이 인민대회당을 배경으로 서 있다. | Andres Martinez Casares/EPA-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정치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세계의 상당수는 여전히 “중국과의 무역이 계속 글로벌 경제를 떠받칠 것”이라는 꿈을 꾸고 있다. 그러나 그 꿈은 이미 끝났다.

최근 들어 중국의 위안화 가치는 경제 둔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 공산당의 권력 파벌들은 서로 칼끝을 겨눈 채 중난하이의 어두운 복도에서 대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해외에서는 “시진핑이 여전히 직위와 권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겉으로는 아무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일부는 2025년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제20기 4중전회가 ‘기존 노선 유지’를 확인했다며 중국 체제가 안정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4중전회가 드러낸 것은, 중국 공산당 내부의 세 주요 파벌—▲시진핑 계파 ▲군부 세력 ▲개혁파와 원로 그룹—
이 모두 “당의 지속성이 외형적으로라도 유지되지 않으면, 권력 이양은 물론 당 전체가 함께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독립선언서 서명식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이 남긴 유명한 말, “우리는 모두 함께 매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따로따로 매달려 죽을 것이다”라는 문구를 지금의 상황에 대입하면, 해당 발언의 주인공이 프랭클린이 아니라 시진핑이었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권력 구도에는 또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존재한다.
당 내부의 모든 경쟁 세력과 대립하는 네 번째 힘, 바로 경제적 희망도, 사회적 자부심도 잃어버린 중국 대중이다.
현재 중국 본토의 민심은 변화의 속도를 결정하는 직접적 요인이 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안정과 정체가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실제 중국 내부 상황은 외부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격렬하고 역동적이다.
시진핑은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 최고 권력을 상징하는 직함을 유지하고 있으나, 실질적 권력은 이미 상당 부분 상실한 상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시도한 조치들—특히 인민해방군의 공식 지휘체계를 벗어난 비밀 군사조직, 이른바 ‘시진핑의 사병(私兵)’을 구축하려 했던 시도는 결국 좌절됐다.
이는 시진핑에게 남은 최후의 방어선마저 무너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허베이성 랑팡(베이징 인근)에 설치된 이 비밀 군대는 기존 전구사령부나 지역부대, 중국군 공식 지휘 체계와 완전히 분리된 독립 군사조직이었다. 이 부대는 시진핑의 핵심 측근이자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던 허웨이둥(何衛東) 상장과 먀오화(苗華) 상장이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모두 시진핑의 절대적 신임으로 중앙군사위원회 최고 직위까지 오른 인물들이다.

그러나 2025년 초, 또 다른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인 장유샤(張又俠) 상장이 전격적으로 이들을 해임·격리시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장유샤는 2025년 들어 사실상 군의 실질적 최고 지휘관으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3월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의 ‘거수기’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4차 전체회의에서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새로 선출된 장유샤(張又俠·앞줄)가 위원들과 함께 선서를 하고 있다. | Greg Baker/Pool via Reuters/연합

중앙군사위원회 핵심 요직을 맡아온 허웨이둥과 먀오화를 포함해 2017년 10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인민해방군 장교 3000명 이상이 제거되었고, 이들의 이후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 장교가 지휘하던 병력 역시 흔적 없이 사라졌다.

군 내부에서는 이들이 바로 시진핑이 비밀리에 구축한 사병(私兵) 조직, 즉 사단급 규모의 ‘비밀 호위군’ 소속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인민해방군의 평균 장교-병사 비율을 적용하면, 이 비밀군의 규모는 최소 1만 2천 명 이상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시진핑 측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필요할 경우 동원할 수 있는 정규 부대들도 별도로 파악해 두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장유샤의 대대적인 숙청 작업 이후, 시진핑은 군부에 대한 통제권을 사실상 완전히 상실했다.
시진핑만을 위한 비밀 군대 역시 그와 동시에 붕괴했다. 이 조직은 중국 공산당·정부·군부 공식 권력 체계 밖에서 오직 시진핑 개인에게만 충성하도록 설계된 무력 기반이었다.

‘총구에서 권력이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유명한 말처럼, 이제 총구는 명백히 장유샤의 손에 넘어갔다.
장유샤는 시진핑을 권력에서 밀어내는 과정에서, 공산당 내 개혁파·원로 그룹과 손을 잡은 모습이다.

그러나 공산당 내부 어느 세력도 공개적인 균열을 드러내는 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 지도부는 정당성 붕괴가 드러나는 순간, 지난 76년간 유지해 온 중국 공산당의 법적·정치적 권위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얼어붙은 중국의 모습’은 언제 산산이 깨질 것인가?

일각에서는 균열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여러 도시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현지 관측통들은 이를 “혁명 전 단계”의 분위기라고 평가한다. 이는 중국 공산당 내부 파벌들에 큰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당이 서방, 특히 미국을 상대로 가질 수 있었던 마지막 경제적 협상 카드가 바로 희토류 공급망 통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은 더 크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F-35 같은 주요 방위산업 장비 등 핵심 제조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제20기 4중전회가 한창이던 시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중국 공산당의 오랜 우호국이었던 호주는 그 자리에서 미국과 희토류 공급 협정을 체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말레이시아·태국·캄보디아 등 희토류 공급·가공국들과 추가 공급 협약을 잇달아 확보했다.

이후 일본 도쿄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희토류 가공 협정을 체결했고, 한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는 한국 역시 미국과 희토류 가공 능력 제공에 합의했다.
여기에 11월 6일 백악관에서 타지키스탄의 에모말리 라흐몬 대통령과 체결한 희토류 관련 합의까지 더해지며, 중공의 전통적 전략 공간인 중앙아시아 지역마저 미국의 손에 들어가는 상황이 됐다.

이 일련의 흐름으로 중국의 희토류 협상력은 사실상 완전히 붕괴했다.
이미 말레이시아 등 여러 가공국에서 미국으로 희토류 공급이 시작됐으며, 이로써 “희토류는 희귀하다”는 인식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게 되었다.

게다가 과학자 데이비드 아치볼드는 11월 10일자 보고서 ‘희토류(Rare Earths)’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중국이 현재 중(重)희토류—특히 터븀(Tb)과 디스프로슘(Dy)—의 원료 40%를 미얀마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 신호다. 이는 중국이 해당 광물의 국내 매장량을 사실상 고갈시키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중국 공산당에 남은 마지막 전략적 협상 지렛대, 이른바 ‘늑대 전사(wolf warrior) 외교’는 결국 허세로 드러났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그 지렛대를 쥐고 실제로 움직이는 세력은 과연 누구인가?

시진핑이 실질 권력을 잃은 상황에서도, 그의 잔존 영향력 일부는 중국 관영 언론과 외교부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내부의 모든 경쟁 파벌은 중국군의 힘이 여전히 견고하고 통합돼 있는 듯한 이미지를 외부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경 외교’의 위협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25년 11월 14일, 일본 도쿄 국회에서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운데)가 참석하고 있다. | Kazuhiro Nogi/AFP via Getty Images/연합

이 가운데 가장 극적인 사례는 일본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 쉐젠(薛建)이 11월 8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발언이다. 그는 11월 8일 소셜미디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목을 베야 한다”고 적었다.
문장은 곧 삭제됐지만, 쉐젠도 중국 외교부도 사과하지 않고 오히려 다카이치 총리를 향한 비방을 반복하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이 야기한 대만해협 위기가 “일본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밝힌 데 대한 대응이었다.

이 사건은 온라인에서 중·일 간 군사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논란을 키웠다. 그러나 중국군의 전투 태세가 극도로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충돌 가능성은 크지 않다.
만약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이는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에게 치명적 군사적 굴욕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군의 취약성은 최근 군사 행사에서도 드러났다. 11월 5일 하이난성 싼야에서 열린 중국 해군의 최신 항공모함 푸젠함 취역식은 이례적으로 축소된 형태로 진행됐다. 중국 관영 매체도 행사를 거의 대대적으로 다루지 않았고, 취역식 자체도 힘이 빠져 있었다.
이는 여러 보도의 신빙성을 강화시켰다. 즉, 푸젠함은 충분한 시험도 거치지 않았으며, 당초 선전한 성능에도 미치지 못하고, 전투 투입과는 거리가 먼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취역시킨 것이라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은 행사에 참석해 취역기를 전달했지만, 함정에 승선하지 않고 해안에서 간단한 절차만 수행했다. 그의 마지막 핵심 측근으로 평가되는 차이치(蔡奇)가 동석했으나, 연설조차 하지 않은 채 짧게 모습을 드러내는 데 그쳤다.

중국 체제의 부와 기능은 거의 대부분 사라졌거나 급속히 붕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세계에는 ‘정상’이라는 얇은 포장만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만약 이것이 일본이었다면, 사람들은 이를 ‘속이 비어 있는 세계를 감추는 불투명한 가부키 연극’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중국의 거대한 붕괴 과정은 1990년대 초 소련이 무너질 때의 모습과 놀랄 만큼 닮아 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그 충격과 여파가 중국인과 전 세계에 훨씬 더 거대한 규모로 닥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레고리 코플리는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전략연구협회(International Strategic Studies Association) 회장이자, 군사·외교 전문 간행물 시리즈 ‘디펜스 앤 포린 어페어스(Defense & Foreign Affairs)’의 편집장입니다. 호주 출신인 그는 기업가이자 작가, 정부 자문가, 국방 분야 전문 편집인으로 활동해 왔으며, 호주 정부 훈장을 수훈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최신 저서이자 37번째 저작물인 ‘더 노블 스테이트(The Noble State): 타락한 시대의 통치 선택지’는 현대 사회에서의 국가 운영과 리더십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