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의 ‘여행·유학 경고’에 강력 항의
2025년 11월 17일,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이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STR/JIJI Press/AFP via Getty Images/연합 일본 정부가 중국의 일본 방문·유학 자제 경고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의 일방적 조치를 “인적 교류를 저해하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하는 동시에, 고위 외교관을 베이징에 급파해 진화에 나섰다.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11월 17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발표는 일본과 중국 간 인적 교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해당 조치가 “양국 정상들이 합의한 전략적 호혜관계와 건설적·안정적 관계 구축이라는 방향성과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측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엄중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기하라 장관의 발언은 일본 외무성의 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고위 외교관 가나이 마사아키가 베이징에 도착한 직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가나이는 중국 당국자들과 현지에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은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밝히지 않으면서도 “도쿄와 베이징은 다양한 수준에서 일상적으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NHK는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고위 관료가 이번 방중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이 기존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한다는 점을 중국 측에 명확히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한 일본 측은 중국의 고위 외교관이 다카이치 총리를 겨냥해 온라인에서 위협성 발언을 한 데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NHK는 아울러 가나이가 양국 간 의견 차이가 인적 교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중국 측에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중국은 11월 14일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고 경고하면서 일본과의 외교 갈등을 더욱 고조시켰다. 중국 외교부는 공지문에서 일본 총리의 최근 대만 관련 발언이 중국인의 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1월 16일 중국 교육부도 공지를 내고, 일본에서 중국인이 직면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일본 유학을 신중히 계획하라”고 촉구했다.

2025년 11월 17일, 중국인 관광객 단체가 도쿄 긴자 쇼핑가를 걷고 있다. |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연합
양국 갈등은 동중국해에서도 이어졌다. 일본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중국은 11월 15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해역에 중국 해경 소속 함정 4척을 진입시켰다. 이 무인도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해경은 성명에서 이 같은 활동이 “중국의 권익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중국 해경의 행동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중국의 관련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항의했으며, 앞으로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양국 간 외교 갈등은 11월 8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 위원회에서 “대만에 무력이 사용될 경우 일본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촉발됐다. 일본 국내법에 따르면, 우방국이 무력 공격을 받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경우 일본은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셰젠(薛建)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X(옛 트위터)에 다카이치 총리의 관련 기사와 함께 “더러운 목은 잘라내야 한다”고 적어 노골적인 위협을 가했다. 게시글은 이후 삭제됐지만, 폭력적 표현에 일본 사회는 크게 분노했고, 일본 국회의원들은 해당 중국 외교관을 추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셰 총영사의 발언이 “극도로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베이징에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 대사를 불러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으며, 중국 국방부는 일본이 대만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압도적인 패배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통치되고 있는 대만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필요할 경우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만은 일본 영토와 불과 약 68마일(약 1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11월 14일,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은 기존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며 철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도쿄 기자회견에서 통역을 통해 “일본은 대만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이는 일본 정부의 일관되고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중국의 거센 비난이 일주일간 이어진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들은 베이징이 경제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영 방송 CCTV 산하 블로그 ‘위위안탄톈’은 11월 15일 공식 위챗 계정에서 “중국은 일본에 대한 실질적인 보복 조치를 취할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해당 논평은 주말 동안 다른 관영 매체에도 재게시되었으며, 중국이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대응 조치로 △제재 부과 △고위급 경제·외교·군사 교류 중단 △대일(對日) 수출 중단 등을 거론했다.
이 같은 위협은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2주 전 한국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회담을 갖고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양국 관계 구축”에 합의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2025년 11월 10일, 도쿄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Kazuhiro Nogi/ AFP via Getty Images/연합
한편 11월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국무원 리창 총리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 일본 측과 만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런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라이칭더 총통이 11월 17일 중국에 대해 과격한 발언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라이 총통은 타이베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다방면 공격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제사회에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전개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압박 전략’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중국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문제가 되는 행동을 멈추고, 주요 국가로서 자제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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