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한국 과학기술 인재 빼가기 혈안…돈·처우 앞세워 무차별 영입 시도

2025년 11월 12일 오전 8:35
중국 베이징의 한 연구기관에서 실험하는 연구자들 | EPA/연합뉴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중국 베이징의 한 연구기관에서 실험하는 연구자들 | EPA/연합뉴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한국 과기계 연봉·정년·인프라 취약점 노려 조직적 접근
KAIST·출연연에 700건 초빙 메일…‘개인별 공략 정황’

중국이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앞세워 한국 과학기술 인재를 정밀하게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연구자의 연봉, 가족관계, 연구 분야, 근무 환경까지 세세히 파악한 뒤 수십억 원대 연구비와 고연봉을 내세운 맞춤형 스카우트 전략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천인계획은 중국 정부가 해외 고급 과학기술 인재를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비와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한국에서는 이미 대학과 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직접적인 접촉 사례가 다수 확인되고 있다.

한 교수는 “줌(Zoom) 미팅에서 내 연구 주제와 과거 연구 이력, 대학 내 역할까지 정확히 언급했다”며 “나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3년간 연구실을 운영하면 수십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겠다는 제안이 나왔다”며 “자신들이 부족한 분야를 보완하려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출연연 연구원은 “젊은 연구자들에게는 SNS를 통해 직접 접근하며 연봉 조건만 보면 솔직히 흔들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최대 연봉 8억원을 언급하는 이메일을 두세 달에 한 번꼴로 받는다”며 “국제 학술지에 논문이 실릴 때마다 연락 빈도가 늘어난다”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산하 출연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AIST 연구진 149명이 천인계획 관련 초빙 메일을 받았고, 출연연에도 600건 이상 메일이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인재 영입 제안을 넘어, 중국이 한국 과학기술계 주요 기관과 연구자 정보를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해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올해 5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최근 5년 내 해외 영입 제안을 받은 연구자 비율은 61.5%였으며, 그중 82.9%가 중국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45세 미만 연구자에게는 동일 조건의 연구직을, 55세 이상 연구자에게는 단기 프로젝트나 자문 활동을 제시하는 등 세대별로 다른 전략이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젊은 인재는 ‘고연봉·연구비’로, 석학급 인사는 ‘명예·교류’로 접근하는 이중 전략이 동원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접근이 단순한 인재 확보가 아닌 한국 과학기술 구조의 취약점을 겨냥한 체계적 공략이라고 지적한다. 한림원 소속 한 연구자는 “우수 연구자의 해외 유출은 단순한 개인 선택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직접적 손실”이라며 “박사급 유학생의 귀국 의지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시절부터 글로벌 과학 인재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한국은 역으로 해외 인재를 유치할 정책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년 안정성, 연봉 체계, 연구 인프라 개선” 등 국내 과학기술 생태계의 근본적 개혁 없이는 인재 유출을 막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한국이 과학기술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해외보다 매력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실질적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