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천인계획’ 이름만 바꿔 부활…반도체 인재 은밀히 모집”

정향매
2023년 08월 27일 오후 8:01 업데이트: 2023년 08월 27일 오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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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이하 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은 “중국이 2년 전 중단한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이름과 형식만 바꿔 조용히 부활시킨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천인계획은 중국 당국이 지난 2008년 12월 발표한 국가 주도의 ‘해외 고급 인재 유치 계획’이다. 중국 공산당의 발전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외 고급 인재를 끌어들이는 프로젝트다. 2018년 9월, 천인계획이 여러 국가에서 문제를 일으키자, 중국 당국은 국내에서도 천인계획이라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말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로이터 통신은 3명의 소식통과 2019~2023년에 걸친 500건 넘는 정부 문서를 인용해 “중국 당국이 천인계획 중단 2년 뒤, 첨단 기술 습득을 위해 새로운 이름과 형식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부활시켰다”고 전했다.  

천인계획을 ‘치밍계획’으로 대체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천인계획을 ‘치밍(啟明)’ 프로그램으로 대체했다. 치밍 프로그램은 해외 인재에게 주택 구입 보조금과 함께 300~500만 위안(5억5천만~9억원)의 계약 보너스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반도체처럼 민감하거나 보안이 필요한 분야를 포함한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를 채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중국 각급 지방 정부·부처, 공식적으로 지원받는 중국 반도체 회사 등의 채용 활동과 동시에 운영되고 있다. 치밍에 선발된 사람은 대부분 미국 명문대 출신이며 최소 한 개 이상의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천인계획 프로그램을 시행할 때와 달리, 치밍 프로그램 채용 대상자를 공개하지 않으며 중앙정부 홈페이지에도 관련 내용이 없다. 소식통은 “이는 치밍 프로그램의 민감성을 반영한다”고 했다. 

로이터는 정부 문서를 살펴본 결과, 치밍이나 관련 프로그램에 수천 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부터 중국 지식 플랫폼 ‘즈후(知乎)’ 비즈니스 전문 소셜 미디어 링크드인에 치밍 지원자를 모집하는 광고 10여 개도 발견됐다. 다만 치밍에 따라 몇 명이 채용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 반도체 인재 모집에 초점…목적은 기술 훔치기 

지난 10월부터 미국 상무부는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의 중국 내 첨단 반도체 개발·생산 지원 참여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미국의 제재에 맞서 ‘반도체 부문 자립’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 중국정보산업개발센터와 중국반도체산업협회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엔지니어, 칩 설계자를 중심으로 약 20만 명이 부족하다. 

프랭크 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에이킨 경영 대학원 교수는 24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 당국이 해외 인재를 채용하는 실제 목적은 지식 재산권과 첨단 기술을 훔치는 데 있다”며 “그러나 포섭된 전문가와 학자들의 불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중국 정부는 그들을 가차 없이 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경제학자 리헝칭은 방송에서 “인재는 과학 기술 발전의 연결 고리일 뿐이다. 중국은 인재 채용만으로 핵심 기술 분야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지난 10년간 대만 TSMC 등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에서 다수 인재를 스카우트했다. 반도체 설계에서 패키징 기술, 서비스, 경영진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재가 포함됐다”며 “그러나 이들은 결국 중국의 업무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은 여전히 28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상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