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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사 굴기, 어디까지 왔나…미 국방부 보고서의 5대 시사점

2025년 12월 27일 오전 6:10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대일전쟁 승리 및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기념하는 군사 퍼레이드 이후 진행된 공연 모습. | Wang Zhao/AFP via Getty Images/연합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대일전쟁 승리 및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기념하는 군사 퍼레이드 이후 진행된 공연 모습. | Wang Zhao/AFP via Getty Images/연합

미 국방부는 24일(현지시간) 중국의 군사력 증강 추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례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미 국방부는 2000년부터 매년 중국 군사력 전반을 평가한 보고서를 의회에 보고해 왔으며, 해당 보고서에는 중국 군대의 조직과 전력 수준, 그리고 향후 분쟁 발생 시 운용 가능성에 대한 분석이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그동안 중국 해군과 핵전력의 확대,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태세, 최근의 우주·정보기술 분야 발전 등을 지속적으로 추적·분석해 왔다.

총 100쪽 분량의 올해 보고서는 중국이 이르면 2027년부터 군사력을 동원해 대만에 대한 통제권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기존 평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울러 미 국방부 분석가들은 중국이 2049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군사력을 목표로 현대화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보고서가 지목한 중국 군사력의 다섯 가지 핵심 내용이다.

2035년까지 항공모함 9척 보유 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은 현재 항공모함 3척을 운용 중이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은 러시아 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을 기반으로 한 개조함으로, 스키점프 방식의 이륙 시스템과 재래식 증기 터빈 추진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두 번째 항공모함 ‘산둥함’은 랴오닝함을 토대로 중국이 자체 기술로 건조한 파생형으로, 동일하게 스키점프 방식과 재래식 추진체계를 사용한다.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은 중국이 처음으로 건조한 평갑판 항공모함으로, 첨단 전자기식 사출기를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미 국방부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2035년까지 항공모함 6척을 추가로 건조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 경우 향후 10년 내 중국의 항공모함 보유 규모는 총 9척으로 늘어날 것으로 평가했다.

한편 미 해군은 법에 따라 최소 11척의 항공모함을 항상 운용해야 한다. 현재 미 해군은 노후화된 니미츠급 항공모함을 최신형 포드급 항공모함으로 순차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미 해군은 또한 헬기와 일부 특수 고정익 항공기를 운용할 수 있는 소형 항공모함 역할의 강습상륙함을 최소 10척 이상 유지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신속 대응을 준비하는 핵전력

연례 국방부 보고서가 공개되기에 앞서 이를 입수한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몽골 국경 인근에 새로 조성한 세 곳의 미사일 사일로 단지에 최소 100기의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미 배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미 국방부의 평가를 최초로 보도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의 핵전력이 적국의 핵 선제공격이 도달하기 전에 이를 탐지하고 보복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2024년 경보 후 반격(EWCS) 능력, 즉 미사일 공격 경보를 인지한 직후 적의 핵 선제타격이 폭발하기 전에 반격하기 위한 시도에서 진전을 이뤘을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은 향후 10년 동안 이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중국의 DF-61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되고 있다. | Greg Baker/AFP/Getty Images/연합

특히 보고서는 중국이 핵미사일 발사를 약 90초 이내에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성을 발사한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수천 마일 떨어진 지역에서의 발사도 감지할 수 있는 다수의 지상 기반 대형 위상배열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 분석가들은 또 2024년 말 다수의 ICBM을 연속적으로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한 점에도 주목했다. 이는 보복 핵공격 태세를 입증하는 데 핵심적인 능력으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중국이 미국과의 핵군축 체제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라는 기존 평가를 재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러시아와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양국의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력 감축에 합의하고 싶다는 기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중국 외교부 대변인 궈자쿤은 핵군축 협상 제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 입장을 내비쳤다.

인공지능·신기술 분야에서의 군사 우위 추구

미 국방부는 중국 군이 인공지능(AI)과 기타 정보기술을 군사 교리에 적극 통합함으로써 전장에서의 우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군사 분야의 다음 혁명이 ‘지능화 전쟁’으로의 전환과 함께 인공지능, 빅데이터, 첨단 컴퓨팅 등 기술을 합동 전력에 완전히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분석가들은 중국이 이른바 ‘지능화 전쟁’ 교리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개념과 역량을 아직 완전히 갖추지는 못했지만, 인공지능(AI)과 무인체계 활용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 보고서는 “중국은 2024년 한 해 동안 무인체계, 정보 수집 및 분석, 의사결정 지원, 사이버 작전 등 다양한 군사 분야에서 활용하기 위해 AI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중국의 AI 플랫폼 ‘딥시크’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수출 통제가 시행되기 전에 각종 컴퓨터 칩과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축한 사실을 지적했다. 미 국방부 분석가들은 중국의 AI 산업이 수출 통제를 우회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거나 제3의 중개업체를 활용하는 방식도 동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5년 1월 28일, 일러스트레이션 사진에서 휴대전화 화면에 딥시크 로고와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 앱이 함께 표시돼 있다. | Florence Lo/Illustration/Reuters File Photo/연합

한편 미국 역시 중국의 AI 및 신흥 기술 활용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분야에서 보조를 맞추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바이오 제조, 지향성 에너지 무기, 극초음속 무기, 그리고 분쟁 환경에서의 군수·물류 작전 분야에 연구개발 예산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달에는 미군의 다양한 업무 체계에 적용하기 위한 통합 AI 플랫폼인 ‘GenAI.mil’을 공식 출범시켰다.

장거리 ‘함정 파괴용’ 미사일

올해 미 국방부 보고서는 중국의 DF-27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새로운 맥락을 제시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DF-27이 극초음속 활공체를 발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가능성, 핵탄두 운반 능력, 재래식 타격 임무 수행 가능성 등 다양한 잠재적 역할에 대한 분석이 다수 포함됐다.

그러나 올해 보고서에서는 DF-27을 단 한 개의 도표에서만 언급하며, 지상 공격과 대함 공격을 포함한 재래식 타격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설명했다. 해당 도표에 따르면 DF-27의 사거리는 약 3,000~5,000마일(약 4,800~8,000km)로, 중국의 미사일 전력이 미국 본토 일부 지역까지 타격할 수 있는 범위에 해당한다.

미 국방부는 이러한 무기체계가 대만을 장악하거나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에서 영유권 주장을 관철하려는 분쟁 시나리오에서 중국군에 상당한 전략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 안보 분석가들은 수년간 중국 군이 이른바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군사적 역량을 체계적으로 구축해 오고 있다고 평가해 왔다.

이 전략은 중국이 영토 확장적 주장을 기정사실화한 뒤, 외부 세력이 해당 지역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군사적 위협으로 차단하는 개념이다. DF-27과 같은 장거리 대함 무기는 이러한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도전하려는 외부 세력이 타격 위험에 노출되는 범위가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부패·사고·제도적 취약성

정책 결정자와 군사 기획가, 안보 전문가들이 중국을 미국의 ‘주요 경쟁 위협국’으로 규정해 왔지만, 이번 미 국방부 보고서는 중국 군이 구조적 문제와 내부적 취약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 군 지도부 다수가 만연한 내부 부패 문제로 인해 조사를 받거나 교체·처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패 논란은 중국 군 최고 지휘기관인 중앙군사위원회(CMC) 고위층에까지 확산된 것으로 평가됐다.

2024년 3월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NPC) 개막식이 끝난 뒤 중국 인민해방군 군악대 단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 Kevin Frayer/Getty Images

미 국방부는 보고서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은 모든 군종에서 부패 관련 조사가 지속돼 왔으며,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장성급 장교가 직위에서 물러났다”며 “2024년 말에는 부패 문제가 다시 중앙군사위원회까지 도달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분석가들은 특히 중국 군의 무기 조달 부문에 만연한 부패가 신형 무기와 장비의 결함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미사일 사일로의 덮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러한 부패가 2024년 중국 최초의 저우(周)급 잠수함이 부두 인근에서 침몰한 사고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