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플루엔자 A 확산 심화…WHO “올겨울 강력한 독감” 경고
2025년 1월 8일, 베이징의 한 병원 호흡기과 외래 구역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 Jade Gao/AFP via Getty Images/연합
중국 전역에서 A형 인플루엔자(H3N2)가 확산하고 있다고 현지 주민들이 에포크타임스에 전했다. 이와 동시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올겨울 북반구 여러 국가에서 ‘서브클레이드 K(Subclade K)’로 알려진 H3N2 신종 변이가 확산하고 있다며 경고를 내놓았다.
중국 본토의 H3N2 인플루엔자 유행은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됐다. 에포크타임스는 지난 10월,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다수 학교가 휴교에 들어갔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지 주민에 따르면, 이 같은 유행은 12월에 접어들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중국 CDC)가 발표한 주간 인플루엔자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기준 H3N2 집단발병은 10월 중순 49곳에서 11월 말 1541곳으로 급증했다. 12월 첫째 주에는 전국적으로 1219곳에서 발병한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러한 공식 발표 수치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상황과 정부가 발표하는 숫자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왕 씨(실명 비공개)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자신의 자녀가 최근 인플루엔자에 감염됐다고 말했다.
왕 씨는 “현재 학교에서는 독감이 전면적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가족 중 한 명이라도 감염되면 온 가족이 전부 걸릴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베이징에서 이번 인플루엔자 유행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각 병원 발열클리닉에는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의료진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처럼 보호복을 갖춰 입고 독감 환자를 별도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회복까지 최소 일주일은 걸리고, 완치 후에도 기침이 오래 남습니다.” 왕 씨는 독감 치료제 품귀 현상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특히 수입산 타미플루는 구할 수 없고, 국내산 약은 5~6일을 복용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베이징 시민들이 다시 마스크 착용을 시작했다며,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그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베이징의 또 다른 주민 쉬 씨는, 최근 쇼핑몰과 놀이시설을 찾는 인파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 유치원에서는 원생의 3분의 2가 독감에 걸려 집에서 요양 중”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 어머니 역시 신원 공개를 꺼리며, “딸아이 반에서는 어느 날 5명이 A형 독감에 걸렸고, 다음 날 7명, 그다음 날에는 1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 CDC 보고
중국 당국이 발표한 최신 인플루엔자 주간 발생 보고서(12월 14일 종료 기준 50주차)에 따르면, 총 651개 지역에서 독감 집단발병이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525건이 H3N2로 확정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감 양성 반응 10096건 중 99.9%가 H3N2였으며, 이번 유행을 주도하는 H3N2의 세부 아형이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CDC가 12월 5일 발표한 11월 월간 전염병 보고에서는 A형 인플루엔자 사망자는 4명이라고 집계했다. 같은 기간 코로나19 감염자는 13959명, 사망자는 1명으로 보고됐다.
한편 미국 CDC 추정치에 따르면, 중국 인구의 3분의 1 수준인 미국에서 올 시즌 현재까지 최소 460만 명이 독감에 감염됐으며, 이 중 190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은 불리한 정보를 축소 발표해 온 전례가 있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감염 및 사망 통계를 축소해온 것처럼, 현장의 의사와 주민의 증언이 실제 상황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보완 자료가 되고 있다.
WHO는 최근 중국과 북반구 여러 국가에서 서브클레이드 K가 빠르게 확산하며 이번 겨울 광범위한 독감 유행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 변이가 HA·NA 단백질 돌연변이를 통해 전파력이 크게 강화되었고, 2025년 초 우세종이었던 기존 J2 아형을 빠르게 대체했다고 분석했다.
팬데믹 가능성은?
20세기에는 1918년, 1957년, 1968년 세 차례 대규모 인플루엔자 팬데믹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1968~1969년 발생한 이른바 ‘홍콩 독감’은 H3N2 바이러스가 원인이었으며 당시 전 세계적으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WHO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의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았다.
샤오쉬우 션 린 박사는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할 때, 현재까지 서브클레이드 K 변이가 더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원율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브클레이드 K의 팬데믹 잠재력에 대해 “1918년이나 1968년 수준의 전 세계적 팬데믹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지만, 2년 연속 매우 강한 독감 시즌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 가오슝 샹원클리닉의 호흡기 질환 전문의 청위안위 박사도 비슷한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12월 21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서브클레이드 K가 이미 여러 국가로 퍼졌지만, 전 세계적 대규모 팬데믹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WHO와 미국 등 각국 보건당국은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백신이 새 변이에 대해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린 박사는 “이번 시즌 백신은 서브클레이드 K 변이 등장 이전에 개발된 것으로, 현재 유행 중인 바이러스와 맞지 않는다”며 “특히 입원율 감소 효과가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 박사는 기존 H3N2 자체의 입원율이 이미 높은 데다 “현재 백신이 제공하는 보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잦은 손 씻기, 공공장소에서 얼굴(눈·코·입) 만지지 않기,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예방수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식사,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건강한 생활습관이 면역력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평소 신체 컨디션을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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