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美 보건부 장관 “WHO, 중국에 굴종…새 글로벌 보건기구 필요”

2025년 05월 21일 오후 2:16

미국 보건장관이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 당시 중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WHO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 보건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19일(현지시간) 제78차 세계보건총회(WHA)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한 가운데, 20일 회의에서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의 영상 연설이 상영됐다. 그는 WHO가 관료주의와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말려 본연의 보건 사명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장관은 “WHO는 비대하고 붕괴 직전의 상태로, 관료주의와 경직된 시스템, 이해충돌, 강대국 정치에 휘말려 있다”며 “이미 건강과 위생 안전이라는 설립 목적에서 벗어난 정치적 도구가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언급하며 WHO의 대응을 “실패의 연속”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의 압력 아래 WHO는 바이러스의 인간 간 전파 사실을 결정적 시점에 숨겼으며,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아닌 박쥐나 천산갑에서 유래했다는 거짓 정보를 중국과 함께 유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WHO는 중국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을 뿐 아니라, 투명성과 공정한 거버넌스라는 조직의 기본 특성도 스스로 저버렸다”며 “회원국은 자국민에게 책임을 져야지, 다국적 기업이나 글로벌 이해집단에 봉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케네디 장관은 또 “미국은 WHO의 최대 재정 기여국임에도 불구하고, WHO는 미국보다 중국 등 권위주의 정권에 더 좌우되고 있다”며 “이런 WHO의 지도 아래 세계 보건 협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팬데믹 시기의 실패에도 WHO는 반성이나 개혁 없이 오히려 팬데믹 협약을 밀어붙이며 기존의 모든 결함을 고착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WHO 탈퇴 가능성을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죽어가는 WHO에 더는 얽매일 이유가 없다. 새로운 기구를 만들거나 기존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 더 간결하고 효율적이며 투명하고 책임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우리는 지금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라며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이미 논의 중이며, 더 많은 국가가 이 논의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WHO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로, 세계 보건 문제를 총괄하는 전문기구다. 미국은 그동안 WHO에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0년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를 이유로 미국의 WHO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그는 “WHO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고, 정치적 중립성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케네디 장관의 발언 수 시간 전인 20일, WHO 회원국들은 차기 팬데믹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팬데믹 협약(Pandemic Agreement)’을 승인했다. 이번 협약은 향후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한 국가 간 협력체계를 제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협약에 반대하는 이들은 WHO가 공중보건 비상사태(팬데믹)를 선언할 경우, 조약 참여국에 봉쇄 및 백신 접종 의무화를 권고하거나 보건 주권이 제약당할 위험성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팬데믹의 정의가 불분명해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