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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WHO ‘팬데믹 조약’에 숨겨진 중국공산당의 의도

2025년 07월 31일 오후 5:43
2021년 2월 3일, 중국 후베이성에 있는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앞에서 보안 요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 Hector Retamal/AFP via Getty Images2021년 2월 3일, 중국 후베이성에 있는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앞에서 보안 요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 Hector Retamal/AFP via Getty Images

펜데믹 조약, 중국공산당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기반

미국이 자국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WHO의 개정 조약을 거부하는 동안, 중국공산당(CCP)은 이를 세계 보건 거버넌스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할 기회로 보고 있다.

이번 달, 미국은 2024년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대응 개정안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미 정부는 해당 개정안이 보건 비상사태 시 WHO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해 국가적 의사결정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한 전문가는 미국의 거부 결정을 비판하며, 이는 세계 보건 거버넌스를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WHO 개정안을 채택할 경우, 전략적·정치적·경제적으로 상당한 이득을 얻을 수 있으며, 미국의 불참 자체를 반미 선전 도구로 삼아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공산당은 자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전 세계에 모델로 제시했다. 강력한 봉쇄, 대규모 감시, 사회 통제 등의 조치를 통해 민주주의 국가들이 실패한 상황을 중국은 성공적으로 통제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조작된 통계와 선전 자료를 바탕으로, 베이징은 이러한 전체주의적 접근이 자유 사회의 혼란스러운 대응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서사를 구축했다.

이 같은 서사는 중국의 정치 체제를 정당화하고, WHO 팬데믹 조약을 통해 추진 중인 새로운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모델의 기반이 됐다. 그러나 이른바 ‘중국 모델’은 극심한 폐해를 낳았다. 오미크론 유행 당시, 상하이 등 대도시는 식량과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시민, 부모와 격리된 아동, 심지어는 안락사당한 반려동물들까지 나타나는 등 가혹한 봉쇄 상황을 겪었다.

이와 같은 전체주의적 통제 체계가 지금은 WHO 팬데믹 조약의 기초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다자 조약이라는 외형을 통해, 의료 독재의 모델을 ‘글로벌 협력’이라는 명분 아래 해외로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미국이 WHO 조약을 거부한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 초기 확산에 대한 중국의 책임이 언급되지 않았고, 투명성과 책임을 보장할 강제 수단이 조약에 없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국가 주권을 훼손하고 중국공산당의 팬데믹 통제 모델을 세계화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이 이 조약에 참여할 경우, 이는 베이징의 세계 지배 전략과 일치하는 다자 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셈이 된다. 중국은 자신이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주장하지만, 진정한 목적은 중국 중심의 블록을 구축하고 새로운 국제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수차례에 걸쳐 “공정과 정의”를 명분으로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 개혁’을 이끌겠다고 주장했다. 이는 명목상 다극화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중국공산당 중심의 세계 질서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프로젝트로는 일대일로, 디지털 실크로드,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 그리고 헬스 실크로드가 있다.

중국공산당의 접근법은 과거의 지역적 영향력 확장에서, 국제기구 지배와 자유주의 질서의 와해로 방향을 전환해 왔다. 미국이 WHO 조약에 서명한다면, 중국공산당은 전면적 충돌 없이도 제도적 수단을 통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대체할 수 있게 된다. WHO 팬데믹 조약은 각국에 팬데믹 대응 의무를 부과하는 구속력을 갖는다. 이로 인해 미국은 보건 위기 시 자율적 대응이 제한되고, 중국의 영향력이 반영된 체계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공산당은 이 조약 협상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항을 체계적으로 밀어붙였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 지위를 주장하며 기술 이전과 자금 지원을 요구했고, 협력 조항에 법적 구속력이 아닌 ‘유연한 이행’을 주장했으며, WHO 조사의 경우 사전 동의와 국가 주권 존중을 명시해 실질적인 감시 회피 수단을 마련했다.

정치적 이득뿐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도 노리고 있다. 조약에는 병원체와 데이터 공유, 그리고 이른바 ‘공평한 이익 배분’ 원칙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중국은 타국의 보건 기술 및 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중국은 외국의 고비용 연구 결과를 이용해 자국의 의약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거나 ‘보건 외교’ 명분의 기부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조약에 서명하지 않기로 하면서 바람직한 선택을 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조약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공산당이 반미(反美) 연대 구축의 기반을 확대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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