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색함대에서 황금 함대로…트럼프급 전투함의 전략적 의미
2025년 12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언론을 상대로 ‘트럼프급’ 신형 전함 건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고 강화하기 위한 ‘황금 함대’ 계획의 핵심이다. | Tasos Katopodis/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해군의 신형 전함 2척 건조를 승인하며, 이를 중심으로 한 ‘황금 함대(Golden Fleet)’ 구상을 공식화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중국 공산당의 해양 진출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22일(현지시간), ‘트럼프급’으로 불리는 신형 전함 2척을 건조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전함들은 모두 미국 내에서 건조되며, 기존 함정보다 속도가 빠르고 규모가 크며 군사적 억지력도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된 전함은 소형 호위함 등과 함께 하나의 전단을 이뤄 ‘황금 함대’로 운용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대만 국방부 산하 국방전략·자원연구소 소장 쑤쯔윈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일각에서 ‘대형 전함과 강력한 화력을 앞세운 과거 방식의 해군 시대가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문제에 대해 논의가 일고 있지만, 이번 구상이 단순한 상징적 선언이나 과거 회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냉전 이후 미 해군의 역할과 함정 건조 방향을 둘러싼 논쟁, 전자기 레일건 등 신형 해군 무기의 기술적 성숙, 그리고 중국 공산당이 대륙 중심 전략에서 해양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결정의 핵심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 당시 제1함대 재건을 강조했던 것도 이러한 해양 패권 회복 의식의 연장선이라는 설명이다.
쑤 소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끈 ‘대백색함대(Great White Fleet)’를 역사적 모델로 삼고 있다며, ‘황금 함대’ 구상은 이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1922년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 체결 이후 해군 전력 경쟁이 장기간 정체됐던 과거와 달리, 최근 중국이 원양 작전이 가능한 해군력을 빠르게 확충하고 있는 현실은 미국과 중국 간 해양 패권 경쟁이 다시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급 전투함의 실체
미국이 구상 중인 ‘트럼프급 전투함’은 현존 함정 가운데서도 가장 강력한 화력을 갖춘 함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쑤 소장은 미 해군 공식 자료를 토대로 “트럼프급 전투함은 말 그대로 ‘치아까지 무장’한 함정”이라고 평가했다.
쑤 소장에 따르면 트럼프급 전투함은 배수량이 약 3만5천 톤, 전장 260미터, 최고 속도는 35노트에 달한다. 화력은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1차 화력은 미사일 중심의 주력 타격 체계다.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해상발사 순항미사일을 비롯해,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극초음속 신속타격미사일(CPS) 12기, 그리고 128셀 규모의 수직발사체계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화력은 함포와 신개념 무기 체계다. 3200만 줄(J) 에너지를 발사하는 전자기 레일건 1문과 5인치 함포 2문이 탑재된다. 이들 무기는 ‘초고속 발사체(HVP)’를 사용할 수 있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적 함정과 드론 같은 위협을 효과적으로 요격할 수 있다. 또한 출력 300~600킬로와트급 고출력 레이저 무기 2기가 장착돼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고, 저궤도 위성까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으로 평가된다.
3차 화력은 근접 방어 체계다. 램(RAM) 미사일, 저출력 레이저, 드론 대응 시스템 등 근접 방어 무기가 포함돼 다층 방어망을 구축한다. 쑤 소장은 이러한 전투 개념이 현재 세계 최대급 전투함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핵추진 전투순양함보다도 한 단계 진화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쑤 소장은 트럼프급 전투함의 작전 목적에 대해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핵 억지력 강화다. 핵탄두 탑재 순항미사일을 통해 또 하나의 기동식 핵 발사 플랫폼을 확보함으로써 전략 핵잠수함과 상호 보완적인 억지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종심 타격(Deep Strike)’ 능력이다. 극초음속 미사일과 순항미사일로 적의 후방 깊숙한 지역을 타격하고, 전자기 레일건을 활용해 연안 지역에 대한 정밀 포격을 수행할 수 있다.
셋째는 함대 차원의 방공 능력 강화다. 기존 방공 미사일에 더해 고출력 레이저 무기를 활용하면, 대기권 가장자리에서 비행하는 극초음속 무기 요격은 물론 저궤도 위성 차단까지 가능해진다는 분석이다.
쑤 소장은 “트럼프급 전투함이 실제로 건조된다면, 항공모함과 함께 미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아 함대 운용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며, 미 해군의 해양 패권 전략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군력, 국제정치를 움직이다
‘황금 함대’ 구상은 미국 해군 전략의 일회성 발상이 아니라, 100년 넘게 이어져 온 해양 패권 구상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쑤 소장은 이 구상이 단기적 전력 증강을 넘어 장기적 전략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 출발점으로 1907년 미국이 흰색으로 도색한 전함들로 구성한 ‘대백색함대’의 세계 일주 항해를 들었다. 당시 대백색함대의 목적은 즉각적인 전투가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적 시위였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대양을 넘어 군사력을 투사하고 이를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음을 과시했고, 대내적으로는 해군에 대한 장기 투자의 필요성을 의회와 국민에게 설득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해군력이 단순한 전투 수단을 넘어 국가 의지를 상징한다는 미 해군 전략가 알프레드 마한의 이론과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접근 거부 전략에 맞선 새로운 해법
쑤 소장은 이러한 구상이 중국의 ‘접근 거부’ 전략을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해군은 전통적으로 ‘육상 공격력 확보’를 통해 해양 전력의 효과를 극대화해 왔으며, 20세기 초에는 전함의 대구경 함포가 핵심 수단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선부터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 이르기까지, 미 해군은 함포 사격으로 연안 요새를 제압하며 상륙작전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대함 미사일과 육상 방어 체계의 발전으로 해안 접근 방식의 위험성은 크게 높아졌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군 전략은 전환점을 맞았고, 1991년 걸프전에서는 순항미사일과 함재기를 활용해 수백~수천 킬로미터 밖에서 적의 지휘부와 방공 체계를 정밀 타격하며 상륙 없이도 전투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는 이 전략의 목적이 영토 점령이 아니라, 전쟁 초기 단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적의 연안 전력과 후방 보급, 지휘 체계를 무력화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만해협 상황에서 이러한 개념은 더욱 중요하며, 해상과 공중에서의 원거리 타격을 통해 중국 군대의 작전 리듬을 교란하고 동맹국에 시간과 공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접근 거부 전략 효과를 낮추고, 원거리에서 중국 해군의 상륙 시도를 차단함으로써 제1도련선에서 미국의 핵심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전략적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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