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중국인 관광객 30% 급감…시민들 “오히려 좋은 점도”
중국 관광객들이 방콕 에라완 사원에서 태국 전통춤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월, 중국인 조직범죄단의 中 배우 납치 사건 여파
“중국인 관광객 소비력 있지만, 사회 질서 무너뜨려” 엇갈린 반응
올해 들어 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약 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 의존도가 높은 태국 정부는 위기감을 드러내며 외국 관광객 유치 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태국 사회 일각에서는 “중국 관광객 감소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태국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22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 감소했다. 미얀마 국경 지역에서 벌어진 중국인 납치 사건, 전기통신 사기 조직 관련 사건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올해 2월에는 중국 배우 왕싱(32)과 모델 양쩌치가 태국에서 납치된 후 미얀마에 감금됐다가 구조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당시 태국 호텔협회 관계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4~5성급 호텔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여행업계 여파를 확인했다.
왕싱을 납치한 인신매매범은 중국인 조직범죄단이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가까운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인 조직들의 범죄 소굴로 전락하면서 해당 국가에 피해를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태국 중앙은행은 올해 중국 관광객 수가 약 500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약 30%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은 3350만 명으로 이 가운데 중국인은 673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현지 언론들은 “태국을 기피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요를 베트남이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며 “태국 관광업이 입을 손실 규모는 최대 35억 달러(약 5조 12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태국 정부는 관광업 회복을 위해 중국인 대상 무비자 확대, 안전 대책 강화, 쇼핑·휴양 프로그램 재정비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민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를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으나 반기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방콕의 택시기사 푼모씨는 “사실은 중국 관광객이 줄어든 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식당과 호텔을 가득 채웠지만, 지금은 유럽·일본 관광객이 주로 온다”며 성숙한 여행 문화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밝혔다.
푼 씨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을 만한 행동을 많이 한다”며 “오히려 단체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같은 중국인이더라도 현지 문화나 체험을 중시하는 개별 여행객이 많아져서 훨씬 낫다”고 덧붙였다.
태국 상인들 사이에서도 중국발 저가 상품과 ‘저가 쇼핑투어’가 시장을 잠식해 기존 소상공인의 활동 공간을 좁혔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값싼 물건과 단체 쇼핑만 반복하는 중국 관광 방식이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태국 관광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한다. 왈라일락대 호텔·관광학과 순톤 분카에우 교수는 “단일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관광 구조는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며 “여행객 구성을 다변화해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인 여행객 유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와 별개로 현지 시민들이 받는 부정적 인상은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포착된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는 한 중국인 여성이 카페 직원에게 음료를 뿌리며 폭언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확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현지 네티즌들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정책 때문에 사회 질서가 흐트러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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