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돌아갈 수 있기를”…해외 베네수엘라인들 환호, 현지는 신중론
2026년 1월 3일(현지시각) 페루 리마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관 앞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이주민들이 미국 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소식이 전해진 뒤 환호하고 있다. | Connie FRANCE / AFP via Getty Images 독재 피해 해외 이주한 사람들, 국기 흔들며 거리에서 환호
베네수엘라 현지에서는 군부 잔존세력에 ‘불확실성’ 경계
독재자 퇴장했지만 과제 산적…‘질서 있는 전환’이 관건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자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베네수엘라 이민자 사회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반면 베네수엘라 국내에서는 공개적인 축하 대신 불안과 관망이 우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 미국 뉴욕과 플로리다, 페루 리마 등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밀집한 도시에서는 마두로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적인 환호가 이어졌다. 거리로 나와 국기를 흔들며 “자유”, “베네수엘라 만세”를 외치는 장면이 사진과 영상으로 잇따라 포착됐다.
로이터 통신은 마드리드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반정부 인사들이 “모두 기뻐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이제 중요한 것은 질서 있고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라고 신중함을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은 라틴아메리카와 미국을 제외하고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미국 뉴욕에서는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수백 명이 모여 “독재자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마두로 부부가 연방 구치소로 이송되는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지켜보며 환호했다. 일부 이민자들은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독재 종식의 상징적 순간으로 받아들였다.
이 같은 국외의 환호는 장기간 이어진 경제 붕괴와 정치적 탄압을 피해 떠난 이민·망명자들의 경험과 맞닿아 있다. 이들에게 마두로 체포는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니라, 귀환 가능성을 처음으로 떠올리게 하는 변화의 신호로 인식되고 있다.

2026년 1월 3일(현지시각) 칠레 산티아고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이주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체포돼 국외로 이송됐다고 발표한 뒤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아직 가시지 않은 유혈 진압의 기억…현지는 ‘축하’보다 ‘관망’
반면 베네수엘라 국내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외신들은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자발적 축하 집회가 벌어졌다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텔레비전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확인하면서도, 공개적인 반응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로이터와 AP 통신은 현지 주민들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정권 수뇌부는 흔들렸지만 행정·군·치안 체계가 완전히 재편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에서는 2014년 반정부 시위, 2017년 제헌의회 반대 시위, 2019년 과이도 임시정부 사태, 2024년 대선 불복 시위 등 대중 항의가 반복될 때마다 군이나 친정권 무장조직의 유혈 진압으로 시위가 좌절되는 역사가 되풀이돼 왔다.

베네수엘라 대선 다음 날인 2024년 7월 29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대선 결과 조작 의혹 항의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포스터를 짓밟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 시민사회에는 ‘결정권자가 완전히 무너지기 전까지 거리로 나서는 것은 오히려 손해’라는 학습된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야권 내부에서도 “마두로 개인의 퇴장이 곧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스페인 IE대 총장인 마누엘 무니즈는 로이터 통신에 “베네수엘라 사회 전반에 여전히 친정권 조직이 촘촘히 남아 있다”며 “우리 앞에는 여러 길이 놓여 있지만, 모든 길이 공개적이고 평화로운 선거나 권력 이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수년간 약 770만 명이 해외로 이주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습적인 마두로 체포가 이들 모두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독재로 인해 고국을 떠나야 했던 이들에게 다시 돌아갈 가능성을 떠올리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스페인의 한 베네수엘라 출신 활동가는 로이터 통신에 “이런 종류의 불꽃놀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고국으로 돌아갈 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이런 불꽃놀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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