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서 숙박’…노동절 연휴 홍콩 찾은 중국 관광객들 ‘저가 관광’ 논란

“현지 규범 무시하고 소란” vs “소비 여력 차이 고려해 줘야”
경제력 저하에 달라진 중국인들 씀씀이… 북적여도 매출은 ‘썰렁’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노동절 연휴(5월 1일) 기간 동안 홍콩에서 ‘거지 여행(穷游·총요)’을 시도하며 일부가 맥도날드 매장에서 숙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사진과 목격담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현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올해 노동절 연휴 기간, 홍콩 주요 관광지인 빅토리아항, 피크 타워, 케네디타운 등은 본토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육로 입국자도 대폭 증가하며 도시 전역은 모처럼 활기를 띠었지만, 일부 관광객의 행동은 논란을 불러왔다.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홍콩 몽콕의 24시간 영업 맥도날드 매장에서 중국 본토 관광객 수십 명이 밤을 지내는 장면이 포착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지난 3일 오전 6시경, 맥도날드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짐가방과 함께 테이블을 차지하고 잠을 자고 있었다며, 이들이 음식 주문 없이 외부에서 가지고 들어온 음료만 놓고 잠을 청한 사실도 지적했다.
실제 현장을 취재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홍콩 침사추이 일대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는 새벽 시간에도 50명가량이 테이블과 의자에 누워 있었고, 일부는 신발을 벗고 땀에 젖은 발을 말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매장 측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장면이 온라인에서 퍼지자, 홍콩 시민들 사이에서는 ‘공공 공간 무단 점유’와 ‘규칙 무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 이용자는 “식사 손님은 자리가 없고, 일부 관광객은 최저 소비도 지키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홍콩 상권 일각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됐다. 몽콕과 침사추이 등 관광 상권에서는 관광객은 많지만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지지 않아 “인파는 많지만 매출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반응이 나왔다.
몽콕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점주는 지난 4일 소셜미디어에 “전날 몽콕 거리가 인파로 붐볐지만 가게는 6시 이후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었다”며 관광객들이 매출 증가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점주는 “인근 국수 가게에서 중국 본토 출신의 4인 가족이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서는 국수 두 그릇만 주문해 가게 점원과 말싸움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20여 분 가까이 지켜봤지만 싸움이 끝나지 않아 결국 내가 먼저 자리를 떴다”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물은 당일 오후 8시까지 5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수천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면서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관광객들의 몰상식과 무례함을 고발하는 공간이 됐다.
이러한 갈등은 ‘공산주의 중국’ 기준에 맞춰진 본토 관광객의 소비 행동이, 영국 식민지 시기를 거치며 국제 기준에 맞춰진 홍콩의 일반적인 상업 규범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평론가 리닝은 “중국 공산당은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켜 기존 질서와 가치관을 붕괴시켰으며, 이를 위해 무신론을 퍼뜨리고 교육 수준이 낮고 행동이 불량한 이들을 ‘혁명 투사’로 추켜세워 오늘날의 공산당 사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례하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을 당당하고 적자생존에 적응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든 사회에서 수십 년간 적응한 중국인들은 외국에서도 길거리에서 용변을 보고 현지의 질서를 깡그리 무시하면서도 수치스러움을 모르고 ‘중국인답다’고 착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비난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옹호 목소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현지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개인 사정만을 앞세우는 태도는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또 다른 네티즌은 “홍콩 식당의 1인당 비용은 비싸다. 가족 단위의 본토 관광객에게 이를 똑같이 적용하면 여행 경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에게는 가혹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맥도날드에서 숙박한 관광객 중 일부는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이나 숙소 예약 실패, 신분증 분실 등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일방적인 ‘무임승차’는 아니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편, 이 같은 현상은 중국 내 소비 여력 감소와 여행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경기 침체와 팬데믹 여파로 ‘소비 절제형 여행’이 확산 중이다.
특히 대학생 등 청년층을 중심으로 소위 ‘특전사식 여행’이나 텐트를 이용해 숙박비를 아끼는 이른바 ‘야전군식 여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난청샹 등 패스트푸드 체인에서는 이른바 ‘거지 메뉴(窮鬼·총구이)’로 불리는 1인당 3위안(약 580원)짜리 초저가 메뉴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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