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대선서 보수 후보 승리…중국 외교 노선에 제동
국민당 나스리 아스푸라 온두라스 대통령 선거 당선인 | 로이터/연합
트럼프 공개 지지 논란 속 중국 단교·대만 복원 공약 부상
온두라스 대선 결과가 투표 후 약 3주 만에 확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지를 얻은 보수 성향의 나스리 아스푸라 국민당 후보(67)가 승리했다. 그가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끊고, 단절됐던 대만과의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공언한 점도 주목된다.
온두라스 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 아스푸라 후보가 득표율 40.3%로 자유당 살바도르 나스랄라 후보(39.5%)를 0.74%포인트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온두라스 대선은 지난달 30일 치러졌지만, 득표율 격차가 1%포인트 미만인 초접전 상황에서 전산 시스템 장애까지 겹치면서 개표 결과 발표까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아스푸라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미국과의 협력 강화와 친(親)기업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선거 막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스푸라가 당선되지 않으면 온두라스에 대한 미국의 재정 지원을 재고하겠다”고 발언하며 공개 지지를 선언해 논란을 불렀다.
이러한 공개 지지는 선거 개입 논란도 일으켰다. 자유재건당(Libre) 소속인 시오마라 카스트로 현 대통령은 트럼프의 발언을 “내정 간섭”, “외압”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엔과 미주기구(OAS)에 조사를 요청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미국 주요 언론도 이 발언이 박빙이던 판세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미주기구와 일부 국제 감시기구들은 선거 결과 자체를 부정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선거 개입 여부를 떠나 이번 선거에서는 집권 여당이 열세에 놓였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외교 노선 변화도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온두라스는 2023년 3월 좌파 정권이 출범하면서 앞서 80여 년간 유지해 온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중국과의 수교는 당시 후보였던 카스트로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다.
선거 승리 후 카스트로 정권은 대만과의 단교를 단행했다. 대만은 이에 따라 그동안 차관 형식으로 제공했던 6억 달러(약 8600억원) 규모 채권의 만기 연장을 종료하고 자금 회수 방침을 밝혔다. 카스트로 정권은 중국이 해당 채권을 대신 상환해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중국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대만이 제공하던 농업 기술 이전도 중단됐고, 새우 등 수산물 수출 시장도 차단됐다. 반면 중국이 약속한 일대일로 인프라 투자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여론의 불만이 누적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야권인 국민당과 자유당 후보 모두 대만과의 관계 회복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당 아스푸라 당선인은 “중국과의 외교 전환이 실질적인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대만과의 외교 관계 복원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나스랄라 후보 역시 선거 기간 “대만과의 관계를 유지했다면 훨씬 나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교차하고, 대만과 중국 간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돼 온 중남미 지역에서 미국과 대만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위치를 점한 결과로 평가된다.
다만 선거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나스랄라 후보와 집권 좌파 진영은 개표 과정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집권당 소속 국회의장은 선거 결과를 “불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모든 정치 세력이 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만은 선거 결과를 존중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치며, 대외적 메시지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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