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값싼 중국산 제품 범람을 가능케 했던 무역 면제 조치 종료

지난 5월 2일(이하 현지 시간) 자정, 이 시간이 지나자마자 그간 중국이 값싼 상품을 미국으로 대량 수출하고 불법 약물을 밀반입하는 수단으로 악용해 왔다고 미국이 비판해 온 무역 정책을 종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월 중국과 홍콩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한 ‘디 미니미스(de minimis)’ 면세 혜택을 5월 2일부터 종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를 “미국 내로 유입되는 불법 합성 오피오이드(synthetic opioids)로 인한 지속적인 보건 위기에 대응하는 중대 조치”라고 평가했다.
‘디 미니미스’ 면제는 800달러(약 116만원) 이하 상품이 미국에 수입될 때 관세와 세금 없이 통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2016년 이후 중국을 비롯한 해외 발송업체들은 이 제도를 활용해 수십억 개의 소형 소포를 미국으로 들여왔다.
하지만 5월 2일부터는 국제우편망을 통해 배송되는 800달러 이하 소포에 대해 미국은 ‘물품 가치의 30%’ 또는 ‘품목당 25달러(약 4만3500원)’ 중 좀 더 높은 금액을 관세로 부과하기 시작했다. 오는 6월 1일부터는 이 관세가 소포당 50달러(약 8만7000원)로 인상된다.
백악관 자료는 국제우편망이 아닌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 800달러 이하 소포는 “적용 가능한 모든 관세”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홍콩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특별행정구로 분류하는 마카오 역시 일부 상품이 마카오를 경유해 관세를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이르면 올여름 말부터 디 미니미스 면제 제외 대상에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에포크타임스 인터뷰에 응한 무역 분석가들은 중국과 홍콩에 대한 디 미니미스 면세 혜택 종료 조치가 아마존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들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에서 제조된 상품에 크게 의존하는 패스트패션 및 소매 유통 대기업인 쉬인(Shein)과 테무(Temu)는 직접적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 미니미스 수입 제도란?
1930년 제정된 미국 관세법(Tariff Act of 1930) 제321조에 따라 미국은 1938년부터 경제적 가치가 미미한 소형 수입품에 대해 무관세로 수입을 허용해 왔다. 미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CRS)의 무역 정책 분야 분석가 크리스토퍼 케이시는 지난 1월 발표한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에서 이 제도의 원래 목적이 “정부가 극히 적은 세수입을 걷기 위해 행정 자원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 미니미스(de minimis)’란 라틴어로 ‘하찮은 것에 관한’이란 의미다.
크리스토퍼 케이시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지난 80여 년간 법에서 ‘하찮은 것(trifles)’으로 간주되는 기준 금액을 여러 차례 상향 조정해 왔다. 가장 최근에는 2015년 기준 금액이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인상됐다.
또한 케이시는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 자료를 인용해 2013 회계연도부터 2022 회계연도까지 디 미니미스(소액 면세) 수입 건수는 무려 470%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 세관국은 지난 2024년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디 미니미스 조건으로 처리되는 소포가 하루 평균 약 400만 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의 280만 건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디 미니미스 면세 제도는 대체로 중국에서 상품을 발송하는 판매업체들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줘왔다.
미 세관국 자료에 따르면 2018~2021 회계연도 동안 전체 디 미니미스 수입의 약 67%가 중국 또는 홍콩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이 기간 해당 수입품의 총가치는 2280억 달러(약 330조6000억원)에 달한다. 2023년 한 해 동안 디 미니미스 기준에 해당하는 중국발 소포의 가치는 660억 달러였다. 이는 2018년의 53억 달러에서 급증한 것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2024년 2월 발표한 별도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 모두 디 미니미스 면제가 값싼 인건비에 의존하는 외국 제조업체들이 미국 무역법을 회피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두 행정부는 모두 검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디 미니미스 소포들이 펜타닐 등 불법 약물의 미국 내 유입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전 백악관 역시 2024년 9월 이 문제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백악관이 최근 발표한 행정명령 관련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중국 내 화학 기업들이 펜타닐(fentanyl)과 그 전구물질을 수출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기타 방식으로 장려해 왔다고 밝혔다. 이들 화학물질은 미국 내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합성 오피오이드(synthetic opioids)를 제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경제 및 무역 분야 전문가 크리스 서덜랜드와 마이클 서터에 따르면 특히 중국과 관련해 공화당의 마이크 갤러거 하원의원(위스콘신) 등 일부 입법자들이 디 미니미스 면제가 위조 상품은 물론 강제노동을 통해 제조된 상품까지도 거의 아무런 검역 없이 미국으로 수입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쉬인과 테무: 전통 소매업을 위협하는 존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차이 완차이 석좌교수(대만의 동명 기업인이 기부한 기금으로 만들어진 석좌교수직)인 Z. 존 장 교수와 UCLA(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앤더슨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토퍼 S. 탱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에 디 미니미스 면제 제도를 통한 대량의 중국발 직구 상품 유입이 전통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에게 ‘치명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교수는 지난 30년간 인터넷 쇼핑이 성장하면서 중국 제조업체로부터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되는 모델이 미국의 유통 구조를 붕괴시켰다고 설명했다.
전통 소매업체는 특히 의류와 같은 품목에서 제품 기획, 주문, 재고 보관, 오프라인 판매까지 미리 결정을 내려야 하며 공급망과 매장, 그리고 다수의 직원을 유지해야 한다. 판매가 부진할 경우 재고 상품은 손실을 감수하고 청산업체에 넘겨야 한다.
반면 쉬인이나 테무 같은 D2C(Direct-to-Consumer, 생산자 직판) 기업은 중간 유통을 완전히 제거하고 직접 디자인을 생산자에게 넘긴 후 생산자 간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이들 업체는 제품을 바로 제공하는 대신 소비자에게 몇 주를 기다리는 조건으로 매우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 주문이 접수되면 입찰 경쟁에서 이긴 중국 생산자가 해당 상품을 제작한 뒤 국제우편 소포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한다. 이로써 디 미니미스 규정을 활용해 관세를 회피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10여 년간 의류, 액세서리, 장난감, 생활용품을 판매하던 미국 내 수많은 소매 업체가 점포를 철수하거나 폐업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2024년 3월 의류 브랜드 ‘포에버 21(Forever 21)’은 최근 파산 신청 문서에서 “온라인 유통업체 쉬인과 테무가 디 미니미스 면세 제도를 이용해 수입 관세를 회피함으로써 자사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 업체는 중국 내 공장을 활용함으로써 미국의 노동 및 환경 관련 법규도 우회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쉬인과 테무는 중국산 저가 직판으로 부상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거인들이다.
쉬인은 2012년 설립된 온라인 패션 리테일러로 주로 젊은 여성층을 타깃으로 삼아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 본사는 공식적으로 싱가포르에 등록돼 있다. 쉬인 자사 웹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150개국 이상에서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패션 브랜드’라고 밝히고 있다.
와튼스쿨의 장 교수에 따르면 쉬인의 강점은 트렌드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신제품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는 유연성에 있다. 전통적인 유통업체가 몇 달 앞서 스타일을 기획해야 하는 반면 쉬인은 디자인을 실시간으로 기획하고 생산자에게 전달해 빠르게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테무는 2022년 설립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로 중국계 기업 PDD홀딩스와 그 자회사 웨일코(Whaleco)가 소유·운영하고 있다. PDD홀딩스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등록돼 있으며 중국 유명 온라인 쇼핑몰 ‘핑두오두오(Pinduoduo)’도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2023년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PDD홀딩스는 약 2억 4760만 달러의 매출 중 약 6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률이 24.2%에 달한다.
에포크타임스는 쉬인과 테무 측에 공식 입장을 요청했으나 보도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디 미니미스 면세 종료가 발표된 이후 테무와 쉬인은 각각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지난 4월 25일 가격 조정을 단행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실제 4월 25일 당일, 이들 사이트가 가격을 실질적으로 얼마나 인상했는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테무는 여전히 경쟁사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디월트(DeWalt) 브랜드 배터리와 유사한 형태로 설계된 리튬이온 배터리 2개 세트가 테무에서는 37.31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다.
반면 동일한 기술 사양을 가진 디월트 정품 배터리 2개 세트는 홈디포(Home Depot) 웹사이트에서 34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거의 10배 가까운 가격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무의 미국 내 평판은 이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오스트리아의 분석기업 ‘스마터 이커머스 게엠베하(Smarter Ecommerce GmbH)’가 발표한 애플 앱스토어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24년 4월 11일 기준으로 테무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은 미국 내 무료 다운로드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 60위까지 하락했다.
올해 4월 25일 기준으로는 테무와 쉬인 앱이 각각 71위, 72위까지 떨어져 애플 앱스토어 상위 앱 목록에서도 눈에 띄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장 교수와 탕 교수는 아마존 또한 “중국에서 제조된 상품을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제3자 판매자(third-party sellers)”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11월 아마존은 테무에 맞서는 새로운 서비스 ‘아마존 홀(Amazon Haul)’을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테무와 유사한 수준의 저렴한 가격을 제공한다. 아마존은 날짜가 명시되지 않은 발표문을 통해 “이 같은 말도 안 되게 낮은 가격은 전 세계에 있는 판매 파트너들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 영향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거의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24년 4월 10일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앤디 재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판매자들이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쉬인과 테무의 향후 대응과 관련해 장 교수와 탕 교수는 두 기업이 관세를 회피하려면 전통적인 소매업체처럼 행동하면서 공급망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미국 내로 제조공장을 이전하거나 제품을 대량으로 선적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방식으로 운영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주문형(on-demand) 비즈니스 모델, 즉 실시간 생산·배송을 통한 가격 경쟁력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두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 간 일종의 ‘무역 전쟁’ 속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탕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설정한 145%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은 사실상 중국 제품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베이징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선택지로 탕 교수는 쉬인과 테무가 ‘불법 환적’이라 불리는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항구에서 출발한 상품을 제3국-예를 들어 멕시코, 베트남 등으로 우회한 뒤 다시 미국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방식이다.
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우회 수단을 막기 위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뒷문’을 닫으려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국가들은 항상 그 틈새를 이용하려고 한다. 언제나 ‘빠져나갈 구멍’은 존재한다.”

새로운 도전 과제
디 미니미스 면세 혜택 폐지 조치에 대한 주요 비판론자들은 이 조치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상품 접근을 차단하고 미국 우체국(USPS)에 막대한 추가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4년 6월 발표되고 올 2월에 수정된 ‘전국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BER)’의 한 연구에 따르면 800달러 디 미니미스 기준은 “저소득층에 불균형적으로 더 큰 혜택을 준다”고 분석했다.
또한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가 올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무역 정책연구센터(Herbert A. Stiefel Center for Trade Policy Studies)’ 연구원인 클라크 패커드는 해당 정책 변경을 ‘행정적 악몽(administrative nightmare)’이라 표현했다.
패커드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과거에도 디 미니미스 면세 혜택을 없애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그 당시에도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행정 처리로 인해 문제가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디 미니미스 면세 제도를 폐지하려던 과거의 시도는 심각한 물류 대란으로 이어졌다. 패커드 연구원에 따르면 해당 조치가 시행된 지 며칠 만에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JFK)에서만 백만 개 이상의 소포가 밀려 처리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패커드 연구원은 또한 미국 세관국이 디 미니미스 면세 폐지로 인해 발생하는 행정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최대 2만2000명의 인력을 추가로 충원해야 할 것이란 예측도 인용했다.
그는 “추가로 발생할 서류 업무는 엄청날 것”이라며 “소비자 대기 시간 증가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케이토 연구소는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피트 플로레스 미국 세관국 국장 대행은 지난 1월 성명을 통해 “기존의 권한을 활용해 기술과 자동화 도구 개선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세관국 측도 보도 시점까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장 교수와 탕 교수는 디 미니미스 혜택 폐지로 인해 특히 젊은 세대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의 제품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지만 두 사람 모두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탕 교수는 이 조치가 “환경 측면에서 순이익(net benefit)”을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미국 경제를 위해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국제 무역의 균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는 노동비용이 낮고 관련 규제가 느슨한 국가들과 경쟁해야 하는 미국 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 미니미스 제도를 통한 대량의 저가 수입품 유입이 미국 기업들에게 ‘천 개의 상처에 의한 죽음(death by a thousand cuts)’과 같은 결과를 초래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혼란 속에서 어떤 질서라도 나타나기를 바란다. 이렇게는 더 이상 갈 수 없다. 미국이 서비스 산업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 장 교수 지속 불가능한 무역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경고와 함께 미국 제조업 재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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