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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은행, ‘부동산 직접 매각’ 폭증…시장 붕괴 우려 커져

2025년 11월 18일 오전 7:17
2024년 3월 12일 일몰 무렵의 상하이 주거 지역 모습. | Hector Retamal/AFP via Getty Images/연합2024년 3월 12일 일몰 무렵의 상하이 주거 지역 모습. | Hector Retamal/AFP via Getty Images/연합

중국에서 최근 여러 은행들이 ‘부동산 직접 판매’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매물은 대부분 기업이나 개인이 대출을 갚지 못해 법적 절차를 거쳐 은행이 회수한 주택들이다.

은행들은 기존의 복잡한 법원 경매 절차를 건너뛰고, ‘은행 직매물’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으며, 일부는 시세의 30% 수준으로 팔리고 있다.

대기원 인터뷰에 응한 중국 각지의 부동산 중개업자 네 명은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이 “가격은 있지만 거래는 거의 없는”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은행들, 법원 경매 포기하고 직접 매각

중국 주요 은행들이 최근 법원 경매 절차를 건너뛰고 부실 부동산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농업은행, 건설은행, 교통은행 등을 포함한 여러 시중은행들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속도로 ‘직접 매각’에 나서고 있으며, 자산거래 플랫폼 곳곳에는 ‘은행 직매물’ 표기가 두드러지고 있다.

매물은 대도시부터 작은 현 단위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고, 할인 폭도 매우 크다. 지난 ‘광군제’ 행사 기간, 하얼빈의 176㎡ 아파트 한 채가 31만5천 위안에 낙찰됐는데, 1㎡당 가격은 1800위안으로, 같은 단지의 최저 시세(3700위안)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안후이성 허페이의 부동산 컨설턴트 왕 씨는 은행들이 직접 주택을 판매하는 현상을 “수십 년간 은행 대출의 60%가 부동산에 몰려 있었던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매 물량이 폭증하며 부실채권이 빠르게 증가해 금융 시스템의 위험이 커졌다고 설명하며 “은행이 나서지 않으면 시장이 붕괴하고, 결국 중국 경제 전체가 무너지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중국 5대 은행 모두가 직매물 공급에 뛰어들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지역 은행이 같은 방식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들이 경매 절차를 포기하고 직매를 서두르는 가장 큰 이유는 끊임없이 늘어나는 부실 자산을 신속히 정리해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쑤성 우시의 부동산 중개업자 우 씨는 “은행 직매는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라며, 이미 여러 도시의 은행이 법원 경매를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들이 대량의 ‘대출 상환 포기’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반 경매 절차를 밟으려면 최소 1년 이상 걸려 “은행들이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의 목표가 “생존을 위해 현금을 회수하는 것”이라며, 시세 대비 30% 할인은 기본이고 50%, 심지어 70%까지 할인된 매물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현 시장 가격과 기존 판매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안의 중개업자 펑 씨는 “은행 직매물 가격은 대부분 시세의 30% 수준”이라며, 이미 많은 지역에서 집값이 반토막 났고, 집을 팔아도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매물의 상당수가 대출자의 상환 포기와 신용불량 등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은행도 더는 보유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처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직매물 자체는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최근 들어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일부 은행은 수천 건의 매물을 한꺼번에 내놓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은행들의 집단 매각이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 △단독·압류 주택 급증 △법원 경매 절차의 지연과 복잡성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연말 실적 평가가 다가오면서 은행들이 장부상의 주택담보대출 부실률을 빠르게 낮춰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개방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중간 실적 기준으로 상장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부실률은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며,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우 씨는 현재 많은 은행이 대출 상환을 포기한 고객과 직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과 채무자가 협약서를 체결해 은행이 대신 집을 판매하고, 매각가가 높으면 남는 금액은 채무자에게 돌려주고, 낮게 팔리더라도 남은 대출금 상환은 면제해 주는 방식이다. 다만 은행이 직접 매각에 나서더라도 실무 절차는 복잡하기 때문에 여전히 중개업자를 통해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란저우은행은 최근 몇 년간 징둥(JD) 금융 자산 플랫폼에서 3000건이 넘는 부동산을 내놓았고, 매물 가격은 수만 위안에서 수억 위안까지 다양하다. 이 은행의 ‘직접 매각’ 등록 건수는 2024년 1130건에서 2025년 1779건으로 크게 늘어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가격은 있으나 거래는 없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은행 직매물, 특히 극단적으로 낮은 가격의 매물은 이미 취약해진 부동산 가격 체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선전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 천 씨는 “은행의 직접 매각은 집값에 확실히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2021~2022년 한 지역에서 법원 경매 매물이 시세 대비 70% 가격에 나오자 해당 지역 전체 거래가격이 떨어진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 문제는 단순히 가격 수준이 아니라 ‘집이 팔리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씨는 현재 중개업자 한 명이 보유한 매물이 “적어도 수백 건”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중개업자 한 명이 커버하는 지역은 반경 수백 미터에 불과하지만, 그 범위 내의 많은 집주인이 매물을 중개업자에게 맡기기 때문에 한 명이 수백 건을 들고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구조다.

반면 실제 거래 성사 건수는 극히 적다. 중개업자 한 명이 한 달 동안 판매하는 평균 건수는 0.78건으로, “한 달에 집 한 채도 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많은 매물이 오랜 기간 게시만 된 채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집주인이 가격을 내릴수록, 오히려 매수자들은 더 기다리게 된다”며 “요즘은 중개업체에 찾아와 문의하는 고객조차 거의 없고 중개업자들 역시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상당히 느슨한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중국 부동산 업계 전반에서 시장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월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2025년 10월 상품주택 가격 변동 통계’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전국 70개 주요 도시에서 신규·기존 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는 물론 전년 대비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