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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종교계 中 공산당 통일전선 공작 주의보…“우호교류 명분 접근”

2025년 11월 04일 오후 12:30
중국 국가종교사무국 | VCG중국 국가종교사무국 | VCG

종교계를 앞세운 ‘문화행사’와 교류로 중국 공산당이 통일전선(統戰) 공작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역시 종교계 인사들의 대(對)중국 교류가 활발해, 유사한 경로로의 접근에 대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만 내무부는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일부 종교가 통일전선 공작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링크). 가장 집중적으로 언급된 종교는 ‘마조(媽祖)’ 신앙이었다.

중국 당국은 푸젠성 메이저우의 마조 사당을 중심으로 ‘세계 마조문화포럼’ 등 대규모 종교 행사를 열고 대만 종교인들을 초청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하나의 중국”, “양안은 같은 혈통과 뿌리를 가진 하나의 민족”과 같은 정치색 짙은 메시지가 반복된다.

관영매체는 마조의 출신지를 강조하며 대만인들의 사당 방문을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이라 묘사한다. 양안(兩岸)의 정치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이 유리한 내러티브를 확산시키려는 시도로 비판받고 있다.

대만 내무부는 이를 “종교 교류를 가장한 정치 선전”으로 규정하며, “중국의 정치 체제 아래 종교 활동은 오래전부터 통일전선의 주요 수단이었다”고 지적했다.

종교 행사 연 100여 건…’교류’ 빙자한 침투

대만 민간 연구기관 ‘대만정보환경연구센터(IORG)’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당국의 지원을 받아 열린 종교 교류 행사는 최소 116건에 달했다. 마조 외에도 황제, 염제, 관우, 정성공 등 양안에 퍼진 민간 신앙이 모두 정치적 목적에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종교 교류”라는 표현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류위쓰(劉玉皙) 대만 쓰신대 교수는 “문화대혁명 당시 공산당은 거의 모든 사찰과 사당을 파괴했다”며 “이제 와서 ‘본향(本鄕)’을 내세우는 것은 정치 공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국 사찰에는 계율을 지키는 승려보다 가사만 걸친 공산당원이 더 많다”며 “공산당의 종교 장려는 신앙의 회복이 아니라 통제를 위한 정치 선전이자, 한 차례의 종교 파괴”라고 비판했다.

BBC “중국, 종교 인사 이용해 대만 선거 개입 시도”

BBC 중문판은 지난해 “중국이 대만 최대 종교집단인 마조 신앙을 이용해 선거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양안 종교 행사에 참석한 대만 정치인은 164명으로, 대부분이 국민당이나 신당 소속이었다. 특정 정당의 쏠림 현상이 포착된 것이다.

올해 6월에는 한 대만 사찰 대표가 중국 당국의 지시를 받아 전·현직 군인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공산당 선전 영상을 촬영하도록 한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종교 교류를 빌미로 한 정치 개입이 현실화되면서 대만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대만 아태평화연구재단 둥리원(董立文) 사무총장은 “대부분 신도는 중국에서 열리는 행사를 종교적 교류로만 인식하지만, 장기화되면 침투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도 “중국은 가랑비에 옷 젖듯 종교 지도자들의 인식을 서서히 바꾸는 전략을 쓴다”고 경고했다.

대만 마쭈섬에 있는 바다의 여신 ‘마조’ 대형 조형물. 마조 신앙은 대만과 중국 남부에 널리 퍼져 있는 주요 종교 중 하나다. | EPA/연합

한국 대표단 참석한 中 종교행사, 통전부 관리 개막사

중국의 손길은 대만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종교계도 중국과의 교류가 꾸준하다.

지난 18일 베이징에서는 제25회 ‘한중일 불교우호교류 대회’가 열렸다. 중국불교협회, 한국불교협회, 일본의 ‘일중한 국제불교교류협회’ 회장단을 비롯해 3국 불교계 대표 300여 명이 참석한 이 회의에는 천루이펑(陳瑞峯)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통전부) 부부장(차관) 겸 국가종교사무국장이 직접 개막 연설을 맡았다(관련기사). 이는 중국에서 종교가 이미 통일전선 체계 안에 포함돼 있음을 보여준다.

자유민주국가에서는 원칙적으로 정부의 종교 개입을 최소화한다. 한국과 일본은 문화부에서 종교 등록을 담당하지만, 종교 행정을 관리하는 역할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은 관련 부서가 아예 없고, 위원회 성격의 기구를 통해 종교 자유를 지원한다. 프랑스는 내무부에서 종교적 분쟁을 중재하고, 독일은 공법을 통해 일반적인 법인으로 취급한다.

반면, 공산주의 중국은 당에서 종교 행정을 직접 관리한다. 국가종교사무국이 속한 통전부는 국무원(행정부)이 아니라 공산당 산하 기관이다. 통전부 차관인 천루이펑이 종교사무국 국장을 겸직한다는 점은 중국 공산당이 종교 통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국은 1949년 정권 수립 직후 종교를 국가 통일전선 체계에 편입했고, 1953년 중국불교협회를 설립했다. 불교협회 설립 목적에 관해 바이두 백과사전에서는 불교도 단결과 함께 “공산당과 사회주의 제도를 옹호하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 노선을 확고히 걸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 종교 규정 개정…한국인 교회 설립 기회될까?

기독교 일각에서도 중국과 교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대표 회장단은 중국 난징에 있는 금릉셰허 신학교를 찾아 원장인 우웨이(吴巍) 중국기독교협회 회장을 만났다. 양국 간 교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다.

뉴시스에 따르면 한교총 측은 우웨이 회장에게 “중국 종교법이 개정돼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을 위한 교회가 가능해졌다고 알고 있다”며 “한국 교회의 우수한 목회자들이 (중국에) 들어와 사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학교 차원의 교류 물꼬를 트고, 추후 교회 간 교류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된 종교법의 정식 명칭은 ‘중국 내 외국인 종교활동 관리 규정’으로, 지난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관영매체 환구시보에 따르면 이 개정안은 “외국인 종교활동 규정을 개정해 규제 및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규제 및 교류를 강화한다”는 표현은 개정안의 모순성을 함축한다. 개정안은 외국인의 종교활동을 정부에 등록된 시설로 제한하고, 중국인 신도의 참여를 금지했다. 종교 자료 반입 수량도 제한했다.

기독교계 매체들은 이를 “합법적 종교활동 허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통제를 강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특히 성경 등 종교 서적과 시청각 자료의 반입 수량까지 제한한 것은 사실상 선교활동을 봉쇄한 것으로 풀이했다.

개정안은 또한 외국 종교인의 설교나 포교는 중국 종교단체의 초청과 당국의 사전 허가를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이 중에서 눈길이 가는 것은 중국 종교단체의 초청을 받도록 한 대목이다.

중국 톈안먼 광장에 걸린 깃발 뒤편으로 해가 저물고 있다. 2025.3.5 | PEDRO PARDO/AFP via Getty Images

종교에 스며든 통일전선, 신앙 겨눈 정치 선전

중국에는 당의 승인을 받은 기독교 단체가 두 곳 있다. 중국기독교협회와 중국기독교삼자(三自)애국운동위원회다. 삼자(三自)는 ‘자치·자양·자전’을 뜻하며, 외국의 재정 지원이나 선교사 없이 독자적인 교회를 운영하겠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두 단체는 역할을 분담한다. 중국기독교협회는 신학 교육과 출판을 담당하고, 삼자운동위는 당의 종교 정책을 집행하며 교회를 감독한다. 삼자운동위에 속한 교회, 즉 삼자교회는 합법적 지위를 얻었지만, 설교 내용은 통일전선부와 국가종교사무국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

이 지침은 설교가 복음을 전파하는 것만이어서는 안 되며, 사회주의 핵심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한교총은 중국기독교협회에 신학교 차원의 교류를 제안했지만, 사회주의 핵심 가치에 부합한다는 제약이 달린 공산주의 중국의 신학이 국내 신학 연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2016년 ‘전국종교공작회의’에서 “종교 행정은 당이 지도한다”, “종교의 중국화를 추진한다”, “당원은 철저한 무신론자여야 한다”는 세 가지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회의는 공산당 최고 지도부 거의 전원이 참석해 ‘종교 분야 회의로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001년 장쩌민 당시 총서기가 파룬궁 탄압을 위해 ‘톈안먼 분신’이라는 사기극을 연출하고,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전원 소집했던 회의에 비견됐다. 종교 문제는 당의 존망이 달릴 만큼 중대사안이었던 셈이다.

통일전선의 핵심은 ‘목적을 위해 누구와도 손잡는다’는 데 있다. 종교를 억압해 온 중국 공산당이 이제 종교계를 포섭하려는 것은 신앙의 본질보다는 정치적 효용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무신론을 표방하면서도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활용하려는 이중적 태도다. 신앙이 권력의 선전 도구로 동원된다면, 종교 지도자들이 지켜온 도덕성과 독립성은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