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청년 혈액으로 회춘” 영상 파문…中 ‘국가급 기술’ 개입 주장도

2025년 11월 15일 오후 3:41
중국 베이징의 한 의료시설에서 의료 표본을 운반하고 있다. | AFP/연합중국 베이징의 한 의료시설에서 의료 표본을 운반하고 있다. | AFP/연합

청소년 혈액 성분으로 ‘항노화’…소셜미디어 영상 폭로
의료미용 종사자 추측 여성 “대규모 혈액은행 보유” 주장
대학 강제 헌혈, 강제 장기적출 의혹까지 재점화

중국의 유명 인플루언서 겸 의료미용 기업 대표가 부유층을 상대로 ‘청소년 혈액 교체’ 시술을 판매하며 장기 이식도 가능하다고 말한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이 지난 9월 열병식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장기이식”, “150세까지 장수”를 언급한 일과 맞물려 장기·혈액 교체를 이용한 비윤리적 의료 시술에 관한 의혹이 다시 부상하는 분위기다.

14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는 ‘혈액 교체 의료’를 홍보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여성은 한 남성에게 “젊은 사람의 혈액으로 교체하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며 “중국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이 여성은 “유럽은 단순 수혈에 그치지만 우리는 다르다”며 “17~21세 남자아이의 혈액에서만 추출할 수 있는 젊은 기능성 단백질과 혈액 미세소포(엑소좀)를 정제해 고농도로 주입하면 성기능 강화와 노화 지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영상에서 언급된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지름 30~200나노미터(nm)의 미세 구조물이다. 단백질·지질·핵산 등을 운반하는 기능을 한다. 서구권에서도 이 물질을 이용한 항노화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나 이 여성은 자신들은 대량의 혈액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녀는 “이 물질은 혈액 속 함량이 매우 낮아 한 사람에게 주입하려면 수많은 사람의 혈액에서 추출해야 한다”며 “우리는 중국 증시에 상장된 혈액제제 회사를 인수해 대규모 혈액은행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용이 극도로 높아 부호들만 상대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연말에 ‘영생 주사’를 출시한다”며 “국가 연구팀이 개발한 불로장생 주사로, 우리 그룹이 수백억 원을 들여 특허를 단독 매입했다”며 “정부의 공식 승인도 받았지만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고 중국 병원에서만 독점적으로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말레이시아 유명 재벌과 중국 대형 그룹의 실명을 언급하며 ‘뒷배’로 거론했고, 장기 이식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소수의 부유층을 대상으로 인맥 위주의 다단계 영업 중이라는 점도 부각했다.

“대규모 혈액은행 보유… 중국에서만 가능한 시술”

중화권 네티즌들은 영상 속 여성을 위원훙(於文紅·54)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위원훙은 홍콩 의료미용 기업 ‘우메이런(虞美人) 국제그룹’ 창업자이자 뷰티 인플루언서다.

‘에포크타임스는 해당 여성이 실제로 위원훙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영상 촬영 장소와 일시, 영상 속 ‘국가 연구팀’이 어떤 기관인지도 파악할 수 없었다. 위원훙의 공식 SNS 계정에서도 해당 영상을 찾지 못했다.

다만, 그녀는 더우인 등 중국 SNS를 통해 “젊은 사람의 혈액으로 대체하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직접 홍보해 왔다. 한 영상에서 그녀는 자신이 매달 한 차례 혈액 교체를 하며, 비용이 150만~2000만 위안(약 3억~40억 원)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러한 방식으로 관리해 신체 기능과 건강검진 수치가 젊은 사람 수준으로 유지된다”며 30세 이상 어린 남성과 교제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젊음을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네티즌들은 “이 많은 청소년 피는 어떻게 구하는가”, “중국 혈액은행이 늘 부족한 이유가 이 때문인가”, “학생 헌혈·장기 기증 강요와 연결되는 것 아니냐”, “실종 청소년이 많은 이유를 생각해 보라”며 우려를 표했다.

홍콩 의료미용 기업 우메이런 창업자 위원훙(於文紅)이 “젊은 사람의 혈액으로 대체하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직접 홍보하는 영상 캡처 화면(왼쪽, 가운데), 맨 오른쪽은 중국 대학의 강제 헌혈을 폭로하는 게시물을 캡처한 이미지다. | 더우인 화면 캡처

대학생 강제 헌혈, 연예인 회춘 의혹…시진핑 발언까지 재부각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중국의 혈액 시스템을 둘러싼 오래된 불신이 놓여 있다.

지난 10여 년간 중국의 다수 대학에서는 ‘자발적’이라는 명목 아래 사실상의 강제 집단 헌혈이 이뤄졌다. 헌혈을 하지 않으면 졸업증서 발급을 거부하거나 기숙사 배정 및 장학금 선정에서 불이익을 줬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최근에도 신입생 군사훈련 기간에 단체 헌혈을 진행하거나, 교육 당국이 대학에 학과별 헌혈 할당량을 하달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이로 인해 2023~2024년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대학 강제 헌혈(#高校強制獻血)’ 해시태그 조회수가 수억 회에 달했다.

젊은 혈액을 이용한 항노화 연구가 중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서구권에서도 젊은 기증자의 혈액 성분이나 세포를 활용한 고가 시술이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며, 부유층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바 있다.

서구는 기증 추적과 안전 규제가 매우 엄격해 ‘젊은 피 클리닉’은 대부분 사라졌고, 현재는 회색·불법 영역에 준하는 수준으로 제한된다.

반면 중국은 규제가 존재함에도 음성 시장 규모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혈액과 장기 공급망의 투명성이 낮고 혈액 관련 산업이 대학·병원·지방정부까지 얽혀 있어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보니 오히려 ‘정부 공식 승인’ 사기가 활발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열악한 인권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소수민족과 파룬궁 수련자들이 감옥에 갇혀 신체 장기를 적출당하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의 인권 탄압을 비판해 왔다. 정권 차원에서 강제로 장기를 적출해 이식용으로 판매하는 거대한 산업망을 조직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온라인에서는 일부 스타들의 ‘회춘’에도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왕년의 액션 스타 리롄제(이연걸·62)은 사망설이 나돌 정도로 노쇠한 모습이었으나 최근 상의를 벗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다른 연예인들 역시 나이에 비해 과도하게 젊어 보여 의혹을 샀다. 이번 영상을 접한 일부 네티즌은 “젊은 남성 혈액의 미세소포를 주입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앞서 9월 베이징 열병식 준비 과정에서 시진핑과 푸틴의 발언이 중계 화면에 잡힌 사건도 다시 회자됐다. 푸틴이 “장기 교체를 반복하면 불로장생도 가능하다”고 말하자, 시진핑은 “이 세기 안에 15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장면이다.

중국 고위층이 청년들의 신체 조직을 이용해 수명을 연장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중국 내부 정보를 폭로해 온 궈원구이(郭文貴)는 지난 2017년 “중국 공산당 지도층은 젊은이의 장기와 혈청을 상시 공급받아 노화를 늦춘다”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올해 5월 후난성 샹야(湘雅) 제2병원에서 실습의사 뤄솨위(羅帥宇)가 의문사한 사건에서는, 유족이 복구한 자료에서 병원 측이 “3~9세 아동 12명의 장기 기증자를 찾으라”고 지시한 정황이 발견됐다. 유족은 장기 밀매 혐의를 제기했고, 뤄솨위의 연구 과제가 ‘재생·회춘’ 분야였다는 증언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