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에 갇힌 성탄절, 지하로 밀려난 신앙인들…중국의 크리스마스 풍경
중국 상하이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맥주회사의 브랜드 홍보용으로 설치됐다. | AP/연합뉴스 장식은 허용, 예배는 금지…구금·집회 봉쇄 속 ‘침묵의 성탄’
중국의 크리스마스가 어느 때보다 깊은 고요함 속에서 지나갔다. 대형 가정교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함께, 성탄절 예배·집회는 물론 거리 장식과 대학 내 활동까지 제한되면서 종교 활동은 사실상 국가가 허용한 범위 안에서만 하도록 축소됐다.
베이징의 대표적 가정교회인 시온교회 설립자인 에즈라 진 목사의 구금은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당국은 지난 10월, 그가 이끄는 대형 가정교회를 급습해 진 목사를 포함한 교인 다수를 체포했다. 이후 약 두 달 반 동안 가족은 편지, 전화, 면회 모두 차단된 채 소식을 전혀 전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그의 딸 그레이스 진 드렉슬은 성탄 전야에 공개 서한을 통해 “아버지는 30여 명과 함께 바닥에 매트를 깔고 지내며, 겨울 추위 속에서도 담요와 약조차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는 성탄절을 기념하기는커녕, 구금 시설에서 ‘시진핑 사상’을 암기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진 목사는 현재까지 구금된 시온교회 교인 18명 가운데 한 명이다. 앞서 추수감사절 기간에는 베이징 인근 숙소에서 조용히 예배를 하던 기독교인 10여 명이 연행됐다. 이달(12월) 중순에는 저장성 야양(雅陽) 지역에 경찰 1000여 명이 투입돼 지역 교회를 집중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교회 지도자 2명에 대한 수배령까지 내려졌다.
미국 텍사스에 본부를 둔 기독교 비정부기구(NGO)인 ‘차이나 에이드’는 중국 공산당의 이번 단속을 “문화대혁명 이후 최악의 기독교 박해”라고 평가했다. 이 단체는 중국에서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의 종교 자유를 옹호해 왔다.
단체 설립자 겸 대표 밥 푸 목사는 저장성 아양 지역에서 평화롭게 성탄절을 기념하는 기독교 신자들을 체포하는 사이, 관공서 광장에서는 대규모 불꽃놀이가 벌어진 사실을 지적하며 “(종교 박해를) 축하하듯 연출한 것은 도덕적 파산의 상징”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베이징 시온교회 설립자 에즈라 진 목사의 딸 그레이스 진 드렉슬. 미국 시민권자인 그녀는 2025년 11월 20일 미 의회-행정부 합동 중국위원회에서 중국 내 종교 박해에 관한 증언을 마친 후 에포크타임스의 인터뷰에 응했다. | 마달리나 킬로이/에포크타임스
이 같은 분위기는 성탄절 당일 전국적으로 확인됐다. 산둥·저장·쓰촨 등지의 가정교회들은 국가안전요원으로부터 성탄 예배 중단 통보를 받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모임 자체가 전면 금지됐다.
저장성 원저우의 한 목회자는 “당국이 허가한 공식 교회 외에는 어떤 성탄 활동도 허용되지 않았다”며 “구금된 신자들이 아직 풀려나지 않아 교인들 사이에 위축 분위기가 크다”고 전했다.
대학가에서도 통제가 강화됐다. 산둥성 더저우대는 학생들에게 성탄 관련 게시물의 온라인 게재를 금지했고, 산시성 서북대 일부 캠퍼스에서는 성탄 기간 야간 점호와 외출 제한이 실시됐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성탄절 금지’ 분위기가 확산됐다. 상하이에서는 산타 복장을 하고 사과를 나눠주던 시민들이 연행되는 장면이 소셜미디어에 퍼지기도 했다.
성탄 전야에 사과를 나눠주는 것은 언어적 유사성으로 나온 풍습이다. 사과(苹果.핑궈)와 평안(平安.핑안)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성탄 전날 사과를 나눠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종교와는 거의 무관한 세속적 활동에 가깝다. 친구 사이의 우정 확인 혹은 낯선 사람에 대한 선행 차원이다.
중국 공산당 당국은 예배는 봉쇄하면서도 한동안 사과 나눔 같은 비종교적 성탄 풍습에는 방관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이 때문에 중국의 성탄절은 ‘교회에서 거리로 밀려난 사과 한 알의 평안’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성탄 분위기를 억제하려는 당국의 탄압 대상에 오른 것이다.
대형 쇼핑몰의 장식 역시 지정 구역으로 한정되거나 조기 철거됐다. 이 때문에 중화권에서는 국가안전법이 시행되긴 했지만, 홍콩 분위기가 중국 본토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 아래 설 자리 잃은 제도권 밖 신앙 공동체, 지하화
지하교회로도 불리는 가정교회는 중국에서 공산당의 승인을 받은 삼자교회가 아닌 개신교 시설을 가리킨다. 가정교회와 삼자교회의 가장 큰 특징은 신앙과 정치의 관계에 대한 입장이다.
삼자교회는 교인으로 삼아야 할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 ‘성경’이 아니라 ‘당의 지도 원칙’이다. 신앙은 중국 공산당의 지도 아래에 존재해야 하며, 교리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와 충돌해선 안 된다. 신 앞에서의 절대적인 양심도 억제 대상이다. 양심과 신앙심도 정권의 상황에 맞춰 상대적으로 조절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24일 베이징 시스쿠 가톨릭 성당에서 신자들이 성탄 전야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종교 통제 강화 속에 성탄절 예배와 집회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 로이터/연합
중국 공산당은 불교·가톨릭·개신교·이슬람·도교 등 5대 종교만을 공식 인정하고, 모두를 당의 지도 아래 관리한다. 성직자의 온라인 설교나 생중계 활동도 지난 9월 새 규정으로 사실상 금지됐다. 미국 정부 추산으로 약 7000만 명에 달하는 중국 기독교인 가운데 상당수는 이 때문에 지하 가정교회로 몰려 왔지만, 이마저도 강하게 압박받고 있다.
2006년 선교 활동 중 체포돼 18년간 복역한 뒤 지난해 석방된 미국인 목사 데이비드 린은 “초기에는 성탄에 과일이나 케이크가 나오고 설교도 가능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성경까지 반복적으로 압수당했다”며 “신앙은 소리 없이 마음속에서만 유지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종교 정책을 단순한 금지나 탄압이 아니라, 형식만 남기고 생명력을 제거하는 ‘박제화’ 전략으로 해석한다. 성탄절은 공식적으로 폐지되지 않았지만, 공개 예배와 자발적 신앙 표현은 억압되고 상업적 장식과 소비 행사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 결과 성탄절은 신앙의 기념일이 아니라,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 무해한 행사로 정지된 상태에 놓였다. 이는 명시적 종교 금지를 회피함으로써, 외국 종교단체와의 통일전선 여지를 남겨두면서도 종교를 무력화하는 중국 공산당의 통치 방식을 드러낸 일례로 평가된다.
한편, 진 목사의 가족은 최근 그가 성경 한 권을 전달받았다는 소식에 “작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딸인 그레이스 진 드렉슬은 “올해는 함께 예배하고 식사할 수 없지만, 아버지가 신앙을 붙들고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며 “그가 보여준 인내와 기쁨의 방식이 우리 가족을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그레이스 진 드랙슬을 인터뷰한 에바 푸 기자가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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