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중공 생명 상품화의 검은 사슬…캄보디아 ‘생명과학원’ 실체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생명과학원’. 회춘 산업을 내세운 장기 이식과 줄기세포 불법 수확, 아동·신생아 착취 의혹이 불거지며 중국 인체 산업화의 해외 거점으로 지목돼 국제적 공분을 사고 있다. | 구글 지도 화면 캡처. 태국과 캄보디아 간 무력 충돌이 재개된 직후, 캄보디아의 실권자인 훈 센 전 총리는 ‘어떤 세력이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정국에 파장을 일으켰다. 발언의 구체적 대상은 명확히 지목되지 않았지만, 국경 충돌과 맞물린 시점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선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훈 센은 38년간 장기 집권한 뒤 최근 총리직을 아들 훈 마넷에게 넘겼지만, 상원의장으로서 여전히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집권 기간 내내 중국공산당과 밀착해 온 그의 행보를 감안할 때, 이번 발언은 태국 정부뿐 아니라 국경 충돌의 이면에 얽힌 태국 내부 세력, 더 나아가 중국까지 겨냥한 압박 메시지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군사적 대응에 그치지 않고 정치·정보전으로 전선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경고이자, 이번 사태가 단순한 국경 분쟁을 넘어 권력과 이권, 그리고 중국과 연결된 국제적 네트워크가 복잡하게 교차하는 지점에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과 연계된 상류층 ‘회춘’ 시술 본거지
실제로 캄보디아는 무력 충돌 과정에서 중국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실망한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 12월 15일,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캄보디아 생명과학원’과 관련된 협력 기관 명단을 전격 공개하며 맞불을 놓았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 생명과학원은 유아 줄기세포 보존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 기업 ‘위안핀 바이오테크놀로지(Yuanpin Biotechnology)’에 의해 설립됐다. 표면적으로는 의학 연구기관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상류층과 엘리트층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회춘’ 시술을 전문으로 한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기관의 인적 구성과 입지다. 생명과학원의 전문가와 직원, 협력 기관은 모두 중국 출신으로 채워져 있으며, 연구원 주소지 또한 주캄보디아 중국 대사관과 매우 인접해 있다.
여기에 미국에서 사기 및 자금 세탁 혐의로 수배 중인 ‘프린스(Prince) 그룹’의 본거지와도 맞닿아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언론에서는 이 기관의 배후 세력이 중국공산당과 사기 조직, 생명 산업이 결합된 구조라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유출된 생명과학원 협력 명단의 충격
이후 인터넷을 통해 이른바 캄보디아 생명과학원의 협력 파트너 명단이 유출되면서 파문은 더욱 커졌다. 명단에는 중국 본토의 주요 대학과 병원, 생명공학 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이 기관은 그동안 인체 장기 매매, 아동 매매를 통한 골수 채취, 줄기세포 수확 등 각종 반인도적 범죄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곳이다. 특히 부유층과 고위층의 ‘회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불법 줄기세포 산업의 핵심 거점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태국군이 캄보디아 내 사기 조직 근거지 6곳과 카지노 밀집 지역을 향해 포격을 가하던 바로 그 시기, 중국 충칭과 다롄에서는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수만 건의 샘플을 보관한다는 ‘줄기세포 저장고’가 갑작스럽게 설립됐다.
이들 도시는 과거 인체 표본 플라스티네이션 공장 운영, 장기 적출 논란, 그리고 보시라이·장쩌민 계파 시절 제기됐던 조직적 강제 장기적출 의혹의 핵심 무대로 반복적으로 지목돼 온 지역이다.
중국 인체 산업화의 노골적 단면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인플루언서 위원훙(余文红)이 홍보한 이른바 ‘회춘 혈청’ 광고가 급속히 확산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위원훙은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회당 주사 비용이 2천만 위안(약 42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청춘 혈청’을 소개했고, 이를 통해 노화를 완전히 억제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그는 해당 혈청이 17~21세 남성의 혈액에서 추출한 미세소포(Exosomes), 이른바 ‘젊은 단백질’을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이를 상류층 고객에게 주입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적 검증이나 공식 의료 승인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이 요법은 빠르게 퍼져 나가며 윤리성과 안전성에 대한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위원훙은 “중국 내에서는 합법”이라며 거리낌 없는 태도를 보였다. 과거 음지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던 불법 산업이 이제는 ‘합법’이라는 외피를 두른 채 노골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그 막대한 혈액과 원료가 과연 어디에서 조달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의 충돌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생명과학원의 실체는 동남아시아 전반에 뿌리내린 거대한 불법 산업 사슬의 일부분이었다. 캄보디아는 이미 보이스피싱, 인신매매, 그리고 악명 높은 ‘KK 단지’ 등 각종 범죄의 거점으로 지목돼 온 국가다.
최근 사기 조직을 추적해 온 블로거들과 일부 언론은 프놈펜에 위치한 캄보디아 생명과학원의 실태를 잇따라 폭로했다. 이 기관은 단순한 금융 사기를 넘어 대리 임신 강요, 신생아 거래, 나아가 신생아의 척수를 추출해 줄기세포 원료로 활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인륜을 저버린 범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충칭과 다롄에서 재현되는 불길한 데자뷔
캄보디아 생명과학원 스캔들이 불거진 지 불과 한 달 만에, 중국 본토에서는 더 거대한 계획이 비밀리에 가동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문제가 된 ‘검은 산업 모델’을 중국 국내로 들여와 합법적인 사업 형태로 재편하려는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
충칭과 다롄에 설립된 대규모 줄기세포 저장소는 운영 방식이 극도로 불투명하고, 보유 규모 또한 비정상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의혹을 키운다. “합법이라는 이름 아래 범죄를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줄기세포는 자기 재생과 분화 능력이 뛰어나 의학적으로 ‘만능 수리공’에 비유되지만, 어린 생명체에서 추출할수록 품질이 높다는 특성 탓에 윤리적 감시가 부재한 환경에서는 아동과 영아를 향한 잔혹한 착취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과거 잠입 취재에 성공한 한 블로거는 “아이들이 최고급 상품처럼 취급돼 한 명당 최대 300만 위안(약 6억 원)에 생명과학원으로 팔려간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해당 기관의 사업 명세서에는 ‘신생아 줄기세포 저장’이 핵심 사업 항목으로 명시돼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중국 충칭에 새로 설립된 줄기세포 저장소는 공식적으로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질적 기능은 캄보디아의 생명과학원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4천 건 이상의 ‘병리성 줄기세포’를 보관 중이며, 최대 200만 건까지 저장 가능하다는 대목은 공포감을 자아낸다. 투명한 감시 체계 없이 이 같은 규모를 유지하려면, 그만큼 막대한 수의 ‘희생자’ 또는 ‘기증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충칭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다롄에서도 ‘동북 지역 줄기세포 분소’ 착공식이 열리며 전국적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캄보디아 거점이 노출되자 중국 국내로 무대를 옮겨 합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왜 하필 충칭과 다롄인가. 두 도시는 20여 년 전부터 인체 표본 논란과 장기 적출 문제 등 장쩌민 정치 세력과 연계된 어두운 역사를 공유해 온 곳이다. 이 산업은 중국에서 시작돼 동남아로 확산됐다가, 다시 중국 본토로 귀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첨단 기술과 의료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중공 체제하의 생명공학 산업은 인체 훼손과 미성년자 착취라는 중대한 윤리적 결함을 안은 채 비대해지고 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팽창하는 이 ‘회춘 산업’은 이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선거 전략과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축적했습니다. 이후 한국정치사회연구소 연구위원과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에 대한 이해를 넓혔고,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 현장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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