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美, 중공 고위층 은닉 재산 정조준…체제 급소 찌른다
중국공산당 고위 지도부 모습. 미국 의회가 중공 최고 권력층의 해외 은닉 재산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권력층 부패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정면으로 조명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공산당(중공)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군사력 증강이나 경제적 팽창에만 있지 않다. 중공은 자유민주 질서를 내부에서 잠식하고 국제 규범을 흔드는 체제 전략을 장기간 지속해 왔고, 미국 정치권은 이를 점차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이 분명해질수록, 중공을 압박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역시 분명해진다. 중공 고위층이 해외로 은닉한 재산을 공개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전면전이나 군사 충돌을 수반하지 않으면서도 중공 체제의 핵심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무력 사용은 중공이 민족주의를 자극해 내부 결속을 다질 명분을 제공할 수 있고, 광범위한 경제 제재 역시 ‘외부의 탄압’이라는 선전 논리로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권력층 개인이 해외로 빼돌린 재산은 어떤 이념이나 선전으로도 방어하기 어렵다. 이는 중공 지도부가 가장 숨기고 싶어 하는 치부이자, 체제의 도덕성과 통치 정당성을 근본부터 흔드는 결정적 약점이다.
중국 사회 내부에서 누적돼 온 분노
중국 사회는 이미 오랜 기간 축적된 불만과 분노 위에 놓여 있다. 강제 장기적출, 사상 통제, 언론 봉쇄 등 반인권적 통치는 해외 정보 유입과 내부 증언을 통해 점점 더 많은 중국인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동시에 중공이 ‘인민을 위한 당’을 자처해 왔지만, 실제로는 국민의 희생을 토대로 권력층의 사적 부를 축적해 왔다는 구조적 모순 역시 완전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중공 권력층의 부패는 일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체제의 작동 방식 그 자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다수의 고위 관료들이 해외에 막대한 자산을 은닉해 왔고, 그 자산이 중국 국민이 감내해 온 저임금과 과도한 세금, 만성적인 복지 결핍 위에서 형성됐다는 사실도 분명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2019년 8월 공개됐다. 중공 제11·12기 전국정협 위원이자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 전 소장, 화하신공급경제학연구원 수석 경제학자였던 자캉(贾康) 교수가 전한 내용이다. 스위스 은행 자료에 따르면 단 100명의 중국인이 보유한 예금 총액이 7조8000억 위안, 미화 약 1조1000억 달러, 한화로는 약 1500조 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빠르게 확산됐지만 곧바로 삭제됐다. 민생은 위기에 처해 있는데, 극소수 권력층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통해 천문학적 부를 축적해 왔다는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 불균형을 넘어, 체제 도덕성 붕괴를 상징하는 수치로 받아들여졌다.
중공 지도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미국의 전 외교관이자 해병대 예비역 대령인 그랜트 뉴섬은 저서 『중국이 공격할 때』에서 “중공 지도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군사적 압박이 아니라 부패에 대한 대중의 분노”라고 지적했다. 중공 체제의 취약점을 정확히 짚은 평가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부패는 단순한 도덕적 문제가 아니다. 체제 안정성을 내부에서 잠식하는 구조적 위협이다. 중공은 강력한 감시와 통제를 통해 사회를 장악해 왔지만, 권력층의 사적 이익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순간 내부 결속은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공 고위층의 재산 공개는 단순한 폭로를 넘어 체제 유지 능력 자체를 시험하는 행위로 평가된다. 만약 중공 최고 지도층의 재산 내역이 국제사회에 의해 공식적으로 공개된다면, 중국 사회의 반응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침묵 속에서 유지돼 온 체제 안정의 도미노가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국방권한법에 담긴 ‘비군사적 안보 전략’
이 같은 인식은 이미 미국 의회의 입법 과정에 반영되고 있다. 미 하원을 통과한 2026회계연도 국방권한법안(NDAA)은 중공을 장기적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군사·기술·정보 전반에 걸친 대응 수단을 담고 있다. 연방기관과 일부 미국 기업이 중국 생명공학 기업과 계약하는 것을 금지한 ‘생명안전법(Biosecurity Act)’ 역시 중국 생명공학 기술이 지닌 안보·보건상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주목되는 조항은 제6704조, 이른바 ‘중공 지도층 부(富) 보고서’다. 이 조항은 국가정보국장(DNI)이 국무장관, 국방장관과 협의해 중공 최고 지도부의 재산을 조사하고, 이를 공식 웹사이트에 공개해 의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사 대상에는 중공 총서기와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 정치국 위원이 모두 포함된다. 이들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소유한 실물자산과 금융자산, 해외 계좌와 투자, 자산 출처는 물론 차명 보유를 도운 중개인과 사업 파트너까지 조사 범위에 들어간다. 해당 자산이 중공의 대외 정책과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분석 대상이다.
보고서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과 언론, 국제사회가 열람할 수 있는 형태로 공개된다. 정보 공개 자체를 전략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 조항이다.
존재했던 자료, 고의로 가려진 진실
미국은 이미 한 차례 중공 지도층의 부패를 다룬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2023년 국방권한법 제6501조에 따라 2024년 작성된 국가정보국 보고서는 중공 최고 지도부와 중앙위원 205명, 정치국 위원 및 상무위원 25명을 대상으로 부패 구조를 분석했다. 29개 성·지방 당서기의 은닉 자산도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중국의 부패가 권력 집중과 법치 부재, 독립적 감독 시스템 결여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시진핑의 반부패 운동 역시 체제 개혁이 아니라 권력 재편과 통치 정당성 강화를 위한 수단이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보고서는 중공 핵심 권력층의 해외 은닉 자산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못했다. 시진핑 가족이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상업 투자와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정황, 여전히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사업 지분과 금융 투자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재산 공개는 ‘체제전’의 시작이다
미국과 서방 정보기관들이 중공 고위층의 해외 자산 정보를 상당 부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 왕치산(王岐山) 전 국가부주석, 양제츠(杨洁篪) 전 외교담당 최고 책임자,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 고위 관료 가족들의 해외 부동산 소유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외신을 통해 공개됐다.
2016년 발생한 대규모 국제 조세회피 문건 유출은 중공 고위 권력 가문들이 역외 회사와 비밀 계좌를 통해 자금을 은닉해 왔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미국이 중공 고위층 자녀와 가족들의 미국 내 거주 및 금융 정보까지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재임 시절에는 중국 공직자 자녀 180만 건의 미국 내 자료 공개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2024년 3월 바이든 행정부 시절 공개된 국가정보국 보고서는 이러한 정보의 극히 일부만 노출했을 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시기에 중공 고위층의 해외 은닉 자산이 보다 전격적으로 공개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공 고위층의 재산 공개는 단순한 부패 폭로가 아니다. 이는 자유민주 진영과 전체주의 체제 간 경쟁의 본질을 드러내는 행위다.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권력층은 해외에서 사적 안락을 누려온 구조가 드러나는 순간, 중공 체제의 도덕적 정당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사일과 항모가 아닌 재산 명세서 한 장이 체제를 흔드는 시대다. 이것이 미국이 가진 가장 강력한 비군사 안보 카드이며, 동시에 한국을 포함한 자유 진영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전략적 교훈이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쌓았습니다. 이후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을 깊이 이해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파이 대표로서, 정무·언론·홍보 전반에 걸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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