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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日 총리·내각, 자산 공개…中 공산당 고위층은 왜 못하는가?

2025년 12월 19일 오전 6:46
2018년 9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이 진행되는 가운데 무장경찰이 경계를 서고 있다. | Nicolas Asfouri/AFP/Getty Images/연합2018년 9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이 진행되는 가운데 무장경찰이 경계를 서고 있다. | Nicolas Asfouri/AFP/Getty Images/연합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18명의 각료들이 이달 초 본인과 직계 가족의 재산 내역을 공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 3206만 엔(약 2억8500만 원) 규모로, 이는 주요 각료들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재산 규모 1위는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으로, 총액은 2억7,248만 엔(약 24억2000만 원)이었으며 전액이 그의 부인 다키가와 크리스텔 명의로 확인됐다. 2위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으로 1억9397만 엔(약 17억1500만 원), 3위는 하야시 요시마사 총무상으로 1억5088만 엔(약 13억4000만 원) 순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6명이 본인과 가족의 재산을 공개할 가능성은 있을까?

답은 명백히 부정적이다.

중국공산당은 최고 지도층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시진핑 집권 이후 중대한 부패 혐의로 처벌된 군 고위 간부들이 실제로 얼마를 횡령했는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첫 두 임기 동안 반부패 운동을 앞세워 전·현직 정치국 위원과 중앙군사위원회(CMC) 부주석을 포함해 170명 이상의 장성을 숙청했다. 대표적으로 쉬차이허우와 궈보슝 전 CMC 부주석, 장양 전 CMC 위원 겸 정치공작부 주임, 팡펑후이 전 CMC 위원 겸 참모부장 등이 있다.

이들이 각각 얼마나 횡령했는지에 대해 중국공산당이 밝힌 공식 표현은 다음과 같다. 쉬차이허우, 궈보슝, 팡펑후이에 대해서는 “특히 막대한 금액”, 장양에 대해서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출처를 설명할 수 없는 거액의 자산”을 보유했다고 전했다.


2012년 3월 5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실각한 정치국 위원 보시라이(왼쪽)가 쉬차이허우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 달여 후 보시라이는 숙청됐으며, 2014년 7월 2일 쉬차이허우 역시 중국공산당에서 제명됐다. | Liu Jin/AFP/Getty Images/연합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전례 없는 3연임을 확정한 이후에는 로켓군 부패 스캔들을 계기로 군 내부에 또다시 대규모 숙청 바람이 불었다. 이 과정에서 정치국 위원이자 CMC 부주석이었던 허웨이둥, 전 CMC 위원이자 정치공작부 주임이었던 먀오화, 전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 리상푸, 그리고 그 후임인 웨이펑허 등이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에 대해 공산당이 밝힌 금액 역시 구체적이지 않았다. 허웨이둥과 먀오화에 대해서는 ‘특히 막대한 금액’, 리상푸와 웨이펑허의 경우에는 ‘거액의 금전’이라는 표현이 반복됐을 뿐이다.

그러나 중국 언론 가운데 단 한 곳도 공산당에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매체는 없었다. 일반 중국인들의 기준에서 볼 때, 이 금액들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공산당이 말하는 ‘거액’ 또는 ‘막대한’ 규모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중국 보도 내용을 통해 가늠해 보고자 한다.

2014년 중국 시사 잡지 ‘봉황주간’은 쉬차이허우 전 CMC 부주석의 베이징 호화 저택 지하실에서 압수된 현금 규모가 달러, 유로, 위안화를 합산해 무게만 1톤이 넘었다고 보도했다. 현금 다발 상당수는 봉인조차 풀리지 않은 상태였으며, 이 금액에는 금·은 장신구, 보석류, 옥 원석, 당·송·원·명대의 고미술품과 서화 등 각종 자산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매체들은 궈보슝 전 부주석과 장양 전 정치공작부 주임의 경우 쉬차이허우보다 더 부패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렇다면 중국공산당은 이미 처벌한 군 고위 간부들의 부패 규모를 왜 정확히 공개하지 않을까?

답은 명확하다. 중국공산당은 ‘전심전력으로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명분과 달리 실상은 ‘인민의 돈’이란 뜻의 인민폐, 즉 돈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이라는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이러한 현실이 대중에게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 세계 150개국 이상이 공직자 및 그 가족의 재산 공개 제도를 도입했다.

중국공산당은 이 제도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1988년 양회에서 관련 입법이 처음 제안됐고, 1994년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재산 신고법’을 입법 계획에 포함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법 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9년 베이징대 정예푸 교수는 ‘정치국 상무위원부터 재산 공개를 시작해야 한다’는 글을 통해 재산 신고 제도가 공정하고 평화적이며 비용 부담이 적고 이념적 갈등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솔선수범할 경우 공직사회 전반에 모범을 보일 수 있으며, 제도 시행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치국 상무위원 6명은 정예푸 교수의 제안을 외면하고 있다. 이는 중국공산당이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정치 조직이라는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당 간부 대부분이 크고 작은 부패에 연루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진핑 주석은 10년간 반부패 운동을 주도해 왔지만, 그가 직접 중용한 인물들까지 거액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시 주석이 정치국 위원 겸 CMC 부주석으로 전격 승진시킨 허웨이둥은 취임 2년 만에 막대한 금액이 연루된 중대한 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난 12월 6일에는 중국 J-15 전투기가 일본 F-15 전투기를 레이더로 조준하는 사건이 발생해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군사적 긴장이 실질적 충돌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연출’에 가깝다며, 중국 공산당이 심화되는 경제·사회·정치 위기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미국 독립 중문 매체 ‘비전 차이나’는 최근 상하이의 시사평론가 우훙센이 작성한 칼럼을 소개했다. 칼럼에서 우훙센은 중국이 현재 일본의 장기 경제 침체기를 방불케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30년 침체기를 거쳤지만 결국 회복했으나, 중국은 부동산 시장 붕괴, 실업 증가, 소비 둔화, 기업 이익 감소, 공장·상점 폐쇄 등 복합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상황을 단순한 경제 위기나 대공황이 아닌, 사회 전체가 붕괴하는 ‘체제적 몰락’이라고 진단했다.

중국공산당이 공직자 재산 공개 제도를 회피하는 배경에 이러한 정세 불안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만일 시진핑과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재산을 공개한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그들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을까?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