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논평] 사랑하는 유럽이여, 울고 있는가?

2025년 12월 21일 오전 11:47
2025년 7월 16일,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 집행위원회 청사 밖에서 유럽연합(EU)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 Yves Herman/Reuters/연합2025년 7월 16일,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 집행위원회 청사 밖에서 유럽연합(EU)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 Yves Herman/Reuters/연합

유럽 엘리트층에게 가장 불편한 일 중 하나는, 미국 보수 세력이 위기에 처한 서구 문명의 뿌리를 유럽에서 찾고 이를 찬양하는 일이다.

유럽인들은 특히 자신들의 복지국가 체제가 미국 사회에서 비판받는 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유럽인들은 미국인을 건방지고 세련되지 못한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어, 이러한 비판을 더욱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더 나아가 미국이 유럽에 건설적인 조언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유럽이 ‘미국 모델’을 따르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미국의 ‘우월적 태도’에 대해 유럽은 한층 더 격한 반응을 보인다.

반면 미국인들은 유럽이 단순한 경제 침체를 넘어, 서구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만한 ‘영구적 쇠퇴’ 의 길에 들어섰다고 우려한다.

미국이 제시하는 근거는 구체적이다. 세계 GDP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유럽의 출산율이 1.39명으로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 경제활동 인구가 줄고 고령화와 복지 부담이 폭증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유럽 인구의 10% 이상인 약 4500만 명이 외국 출생자다. 하지만 유럽은 미국과 달리 다양한 이민자들을 동화시키는 문화가 약하고, 사회 계층 간 이동도 쉽지 않다.

미국의 이민자 대부분이 기독교 문화권 출신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유럽 이민자 상당수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출신으로 이슬람권이며, 점점 더 반서방적 성향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 사회를 문화적으로 타락한 곳으로 보는 이민자들이 동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유럽을 떠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서구 문명의 핵심 축인 기독교 교회는 유럽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유럽은 무신론과 불가지론, 그리고 기독교 문명에 대한 공개적 적대감이 가장 빠르게 확산되는 지역이 되고 있다.

한때 서구 군사력의 핵심 지역이었던 유럽은 최근까지 사실상 무장해제된 상태로, 자국의 국경과 이익을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도한 규제와 화석연료 산업 억제 정책, 여기에 더해진 막대한 복지 비용은 유럽 경제에 부담을 누적시켜 세수는 줄고 복지 지출은 치솟는 구조를 만들었다.

미국이 유럽을 향해 충고하려 드는 이유는, 유럽이 직면한 문제들이 미국에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이민 정책과 동화 실패, 부족한 출산율, 극단적 환경주의,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 적자, 폭증하는 국가 부채 등이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은 유럽과 달리, 이러한 추세를 되돌리기 위해 수백만 명이 마지막 순간에 결집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사회는 이러한 문제를 직접 겪고 있기 때문에, 유럽 위기의 원인 또한 잘 알고 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이념은 극단적 환경주의다. 이 때문에 유럽은 자국의 풍부한 화석연료 자원을 외면했을 뿐 아니라 기존의 석탄·원자력·천연가스 발전소까지 폐쇄해 왔다. 이러한 자해적 정책의 결과, 연료비와 전력 비용이 폭등해 유럽의 수출 경쟁력은 떨어지고, 중산층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반면 중국은 서방의 환경운동을 지원하고, 저가의 풍력·태양광 설비를 수출하면서도 스스로는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해 매달 3곳의 석탄 또는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또 다른 위협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이다. 이는 국가적 가치와 결속보다 인종·종교 등 집단 정체성을 우선시해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고, 능력주의를 약화시키며, 조직의 부담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은 유럽이 지속 불가능한 복지 지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군사력을 정상화할 수 없어 러시아의 위협을 억제할 수 없고, 에너지·자원 공급망 보호와 테러 대응도 어렵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럽이 미국의 분석과 조언을 완전히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은 나토(NATO) 체제의 지도국임에도 더 이상 유럽의 국경을 방어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역시 자국 국경 관리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점점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유럽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럽의 한 얼굴은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이다. EU는 문화와 에너지, 무역, 표현 규제, 외교 문제 등에서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며 반미 성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똑같은 국가들로 구성된 32개국의 나토는 또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군사적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며 더 긴밀한 전략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기업을 규제하고 벌금을 부과하며, 유엔에서 미국 동맹을 비난하고, 미국의 보수적·기독교적·전통적 문화를 깎아내리면서도 미국 군사력은 필요로 하는 이러한 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법은 있을까. 양측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복잡하다.

유럽은 사회주의적 복지 확대, 검열 강화, 세계주의, 평화주의, 다문화 정책, 탈종교화, 녹색 정책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미국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규제를 줄이며, 화석연료 사용 확대, 군사력 증강, DEI 축소, 국경 통제 강화, 합법적 이민 정책, 종교 회복 등 정반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서구 문명의 공동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이 가운데 오직 하나뿐일 것이며, 그 해법이 양측 모두에 완전히 받아들여지기를 바랄 뿐이다.

*빅터 데이비스 핸슨은 고전학자이자 군사 역사학자입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고전학 명예교수이며,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힐스데일 칼리지 연구원, 미국그레이트니스센터 석좌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서구의 전쟁 방식’, ‘트럼프의 명분’ 등 17권이 있습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