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시진핑 집권 13년, 중국 난민 수 10배 급증
시진핑. 그의 집권 13년은 ‘중국몽’과 부흥의 시대를 표방했지만, 통계상으로는 중국 난민이 10배 증가한 시기로 기록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이른바 ‘태평성대(太平盛世)’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중국몽(中國夢)’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공동부유(共同富裕)’, ‘고품질 발전’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치 구호가 끊임없이 제시됐다. 이들 구호는 강대하고 자신감 넘치며 조화로운 대국의 모습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중국인이 체제에 등을 돌리고 해외로 떠나고 있으며, 이민자나 난민 신분으로 국경을 넘고 있다. 시진핑이 집권한 2012년 이후 13년 동안, 해외 망명과 이주를 선택한 중국인의 수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스스로 ‘번영의 시대’를 선언한 중국에서, 왜 수많은 사람이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 신방(信訪·민원) 기관, 대형 병원과 같은 특정 장소로 몰리고 있는가.
이 글은 시진핑 집권 이후 제시된 주요 정치 구호들을 짚어보고, 이주·난민 통계를 통해 그 이면에 자리한 구조적 요인을 분석한다.
시진핑의 ‘중국몽’, 이상과 현실의 괴리
시진핑은 집권 직후부터 대중 결집과 국가 이미지 제고를 목표로 굵직한 정치 구호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2012년 제창한 ‘중국몽’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 근대 이후 중국인들의 가장 큰 꿈”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고, 개혁·개방을 통한 지속적 번영을 약속했다.
2013년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통해 ‘인류 운명공동체’를 건설하겠다며 중국을 세계 무대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14년에는 ‘신(新)노멀’을 통해 고속 성장에서 고품질 발전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2017년 제19차 당대회에서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고 선언하며 강국 건설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1년에는 ‘공동부유’를 국가 전략으로 격상시키며 소득 격차 완화와 발전 성과의 공유를 약속했다. 이어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는 ‘전 과정 인민민주’와 ‘고품질 발전’을 강조하는 동시에 ‘국가 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이들 구호는 모두 경제 도약과 사회 안정, 국민 행복을 전제로 한 ‘태평성대’를 강조한다. 그러나 화려한 수사 이면에서는 경기 둔화, 정치적 통제 강화, 사회 갈등의 누적이 진행됐고, 이러한 현실에 대한 실망감은 해외 망명과 이주라는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 난민 물결
통계는 이러한 흐름을 분명히 보여준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시진핑이 집권한 2012년 당시 해외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한 중국인은 약 1만2천~1만5천 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0년에는 그 수가 10만7천 명으로 급증해 약 7배 가까이 늘어났다. 2021년에는 약 12만 명, 2024년에는 17만6천 명을 넘어섰다.
2012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기준으로 보면, 해외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한 중국인의 총수는 이미 1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된다. 목적지 가운데 가장 선호되는 국가는 미국이다. 2021~2024년 미국 국경에서 적발된 중국 국적 불법 이주자는 급증했으며, 2023년에는 전년도 대비 두 배로 늘었다.
또한 2020년 기준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자는 약 1천50만 명으로, 2012년에 비해 사실상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 수치들은 ‘태평성대’라는 구호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중국몽’이 제시된 이후 연간 난민 신청자 수는 약 1만5천 명에서 17만 명 이상으로 뛰었다. 다시 말해 시진핑 집권 13년 동안 중국 난민 수는 집권 이전과 비교해 연간 기준으로 1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중국의 세 가지 ‘가장 붐비는 장소’
중국 사회에는 이른바 ‘가장 붐비는 세 곳’이 있다.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 신방 기관, 그리고 대형 병원이다. 이들 장소는 ‘태평성대’라는 외피 아래 숨겨진 민생의 압박과 사회적 긴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먼저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이다. 비자 신청과 망명 문의가 급증하면서 장사진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국경을 넘고 있고, 2023년 미국의 중국인 난민 인정률은 33%에 달했다. 이는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불안이 ‘탈중국’ 현상을 부추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는 신방 기관이다. 토지 강제 수용과 부패, 권리 침해를 호소하는 민원인들이 몰려들지만, 상당수는 통제와 압박에 직면한다. 이는 ‘전 과정 인민민주’라는 구호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진다.
셋째는 대형 병원이다. 의료 자원 부족, 팬데믹 이후의 후유증, 급속한 고령화가 겹치며 ‘고품질 발전’을 강조하는 현실 속에서도 의료 접근성 문제와 비용 부담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세 곳은 번영의 상징이 아니라, 사회적 모순이 집중적으로 분출되는 지점이며, 더 많은 사람이 이주를 선택하게 만드는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태평성대’ 아래서 난민은 왜 급증했나
그렇다면 왜 이처럼 ‘번영’을 외치는 시대에 중국 난민은 급증했을까.
첫째, 경제 요인이다. ‘신노멀’과 ‘고품질 발전’이라는 선전과 달리, 봉쇄 정책과 경기 둔화, 만성적인 실업 문제는 중산층의 신뢰를 흔들었다. 청년 실업률은 한때 30%를 넘었고, 2023년에는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맞물리며 자본과 인재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됐다.
둘째, 정치적 억압이다. 시진핑 체제는 ‘국가 안보’를 앞세워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통제해 왔다. 종교·정치·인권 문제를 이유로 망명을 선택한 사례는 지속적으로 늘었고, 2012년 이후 이러한 사유로 해외 망명을 신청한 중국인은 누적 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셋째, 사회적 불공정이다. ‘공동부유’ 구호와 달리 빈부 격차는 완화되지 않았고, 교육·의료·노후 부담은 오히려 가중됐다. 이는 가계 단위의 이주 결정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넷째, 국제 환경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많은 중국인은 여전히 미국을 ‘자유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경 이주가 증가했다.
다섯째, 악화되는 고용 환경이다. 생존의 출구를 찾기 위해 일부는 극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외로 향하고, 외국에서 일해 가족을 부양하려는 선택을 하고 있다.
이 모든 현실은 정치적 구호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중국몽’은 ‘이민의 꿈’으로 변질됐고, ‘위대한 부흥’은 ‘위대한 탈출’이라는 현상과 나란히 전개되고 있다.
난민과 이주 통계가 보여주듯, 지금의 중국 사회는 ‘태평성대’라는 표현을 더 이상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의 정치적 구호는 거대하지만, 그 이면에서 누적된 사회적 불안과 개인의 절망을 가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체제 전환이나 구조적 변화가 없다면, 이 같은 ‘난민 물결’은 앞으로도 지속되거나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선거 전략과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축적했습니다. 이후 한국정치사회연구소 연구위원과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에 대한 이해를 넓혔고,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 현장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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